브라질 이야기 679

두부없는 두부전

"두부전에서 두부를 빼도 되나요?" 생방송 하루 전에 방송국에서 급히 연락 왔다. 두부전에서 두부를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묻는다. 아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지. 이럴 줄 알고 PD와 지난 주에 메뉴 확인한 것인데 역시나 하루 전에 이런 난리다. "밀가루 없이 피자 만드나?" 일단, 먹어보라고 설득했다. 한편으로 요즘 인기 많은 잡채와 불고기 레시피 정리해서 보내줬다. 한식을 안 먹어본 사회자 께일라 (Keyla)는 당면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보이며 잡채는 싫다 한다. 어쨌든 설득하여 다시 두부전을 하기로 했다. 원래 방송 하루 전에 준비 다 끝내야 하는데 오후 늦게 확정하는 바람에 생방송 아침부터 분주히 재료 사서 다녔다. 집으로 돌아와 재료 다듬고 계량하고 시식할 것, 인서트로 찍을 것, ..

브라질 이야기 2022.12.02

역사는 우리가 만들어 간다.

상파울로의 FAAP 미술대학교 안에는 브라질 미술 박물관(MAB)이 있다. 입장료는 무료. 누구나 들어가서 브라질 현대미술이 창조된 과정을 볼 수 있다. 1920년부터 작가들이 모여 협회를 만들어 전시를 열고, 뜻이 맞는 사람과 다른 곳으로 이전하여 다른 협회를 만드는 등 꾸준히 발전했다. 눈에 띄는 역사 중 이민 30년 만에 일본 사람들이 협회를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했다. 1930년대부터 작품을 이어오며 지금도 브라질 미술계에서 일본 사람의 활동이 크다. 미술뿐만 아니라 역사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미술을 사랑하지만 배움이 짧아 이해하기는 어렵다. 좋아하는 역사를 통해 어느 해에 어느 작가가 무슨 작품을 만들었는지, 그의 작품은 현대에 어떤 영향을 남겼는지 또 그..

브라질 이야기 2022.11.27

내가 뛰어야 하는 이유

운동하며 기력이 되살아나고 있다. 허리가 펴지고 다리 근육이 붙는다. 이걸 몇 년 간 지속적으로 해야 건강해질 것이다. 그동안 내 건강이 왜 이렇게 나빠졌는지 곰곰히 생각해봤다. 일단, 10년 전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글을 많이 쓰기 시작했다. 정신이 집중되며 내가 평소 하고 싶었던 말과 생각을 블로그, 신문, 잡지에 올렸다. 하루 열 시간 이상 앉아 생각하고 글을 썼다. 글이 모여 책도 되었지만 허리와 어깨가 아작 났다. 두 번째는 육아다. 이제 만 6살 한 쌍둥이. 기저귀 갈고 먹이고 재우고 하다 보니 잠은 뒷전이고 건강도 망가졌다. 먹는 것도 대충 먹고, 남는 것 먹어 치우다 살이 늘어났다. 무엇보다 체력이 떨어져 칼로리 높은 설탕에 의존하다 이제 당뇨병에 걸릴 것 같아다. 세 번째는 만남이..

브라질 이야기 2022.11.26 (2)

오늘도 사랑

70 대 나이의 페이스북 친구가 글을 남겼다. Devia ter amado mais.. 데비아 뗄 아마도 마이스 더 사랑했어야 했는데... 두 부부가 열심히 여행하며 즐기고 있다 과거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는 말이다. 지나가고 나서 후회하면 소용없다. 있는 지금 즐기고 용서해야 한다. 우리는 죽어서 영으로 돌아간다. 하늘나라에서 우리 육신 없이 살아간다. 그때 서로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이 부끄러워서라도 지금 잘 살아야 한다. 숨김없이 있는 것 그대로 즐겨야 한다. 며칠간 아팠던 아내가 생각나 글을 쓴다. 아이들도 좋지만, 아내가 더욱 중요하다. 맛있는 것 같이 먹고 웃고 떠들어야 한다. 저녁에 아이들 밥 먹이고 나면 잠시 손을 잡을 수 있다. 두근두근 오늘 저녁이 기대된..

브라질 이야기 2022.11.23

브라질 축구를 보지 않는 이유 - 7:1 악몽

카타르 월드컵이 드디어 시작된다. 브라질도 월드컵 축제 분위기로 오랜만에 평화가 깃들고 있다. 얼마 전 대선을 치르며 둘로 쪼개진 국력. 이제 한 몸이 되어 국가대표를 응원하게 된다.7 브라질은 만년 우승 후보이다. 1회 때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출전했다, 5관왕에 빛나는 실력으로 올해도 우승을 꿈꾸고 있다. 국가 대표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근무 시간이 줄어든다. 가령 오전 경기가 있으면 오후만 근무, 오후 경기가 있으면 점심 먹고 퇴근한다. 그래야 다들 집에 들어가서 축구를 볼 수 있다. 이래서 상업계와 공업계는 월드컵 기간 생산량과 영업 매출이 팍 줄어 든다. 안타깝게 나는 축구를 안 본다. 원래부터 축구광이었는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생긴 트라우마가 아직도 나를 힘들게 한다. 준결승전에서..

브라질 이야기 2022.11.21

"그래, 그게 바로 나야 나!"

"그래, 그게 바로 나야 나!" ​ 브라질 요식협회(ABRASEL)에서 열린 송년회에 다녀왔다. 모르는 사람 천지이지만, 나의 높은 친화력으로 두 마디만 말하면 금방 친해진다. 워낙 특이한 한국 문화를 무기 삼아 말해서 그런지 다들 호감을 갖고 더 많은 이야깃 거리를 기대한다. 그러면 내 한식 요리책을 내놓고 한식의 우수성과 한국 문화의 인기를 설명하다. 이때부터 내가 할 일은 끝났다. 자기들의 오랜 경험부터 시작하여 사돈의 팔촌까지 내세워 한식을 언제 먹어봤는지 요즘 본 한국 드라마는 무엇인지 자랑한다. 이제 우리는 친한 친구가 됐다. 한식과 한국 문화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깜짝 놀랄 일은 다들 김치를 그렇게 좋아한다. 어디서 사느냐부터 어디서 만드느냐로 질문이 이어진다. 특히 물김치를 물어보는데 나..

브라질 이야기 2022.11.19

나비처럼 날아라, 한인동포 영화 관람

브라질 한인 동포 2세 영화감독 파울라 김(한국명 김은미)의 신작 Diario de Viagem(Butterfly Diaries) 영화가 지난 16일 Petra Belas Artes (R. da Consolação, 2423) 극장에서 첫 상영돼 Petra Belas Artes 극장은 규모가 작고 빠울리스따 대로 끝에 자리 잡아 주차장도 없다. 그러나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몇 안 되는 예술 극장으로 주목을 받는 곳이다. 이번에 상영한 작품은 빠울라 김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그동안 단편 영화를 다수 만들었지만, 혼자만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 영화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화가 상영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5년 칸 영화제에서 다수의 시나리오와 경쟁하여 당당히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는 프로젝트로 ..

브라질 이야기 2022.11.17

불임은 필연인가

결혼하고 7년 만에 임신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당시 주위 불임부부가 한둘 상담을 해왔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의사를 소개해 주는 것이었다. 60년대 한 인류학자가 쓴 책을 80년대 말에 읽은 기억이 있다. 당시로서는 생소한 인공지능, 복제인간, 로봇 이야기와 더불어 앞으로 인류가 아이를 낳지 못해 멸망한다는 시나리오는 충격적이었다. 유명 산부인과를 찾았더니 자기도 자연임신이 안됐다며 불임 전문의사를 소개했다. 그 의사는 천천히 우리 부부 검사 결과를 보고 말을 아끼며 말했다. "결혼하고 2년 동안 임신이 안 됐다면 불임 부부라고 불립니다. 두 사람은 아무 문제없어요. 그냥 임신이 안 될 뿐인데 원인은 아직 모르겠습니다. 단, 이런 부부가 엄청 많다는 것만 알아 두세요" 우리 부부가 불임이라는 ..

브라질 이야기 2022.11.17

그들은 왜 브라질을 떠났을까?

브라질이 떠나는 사람은 항상 있었다. 정치부터 시작하여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떠나는 사람. 대부분 미국이 차지했고 2000년대 초반까지 밀입국이 많았다. 본격적으로 경제 호황을 겪은 2000년대 중반부터 외로운 미국 생활을 포기하고 브라질로 귀환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들은 언어와 문화 차이로 어려움을 겪던 중 국내 사정이 나아지자 과감히 돌아와 경제적 혜택을 누렸다. 2014년 월드컵 때부터 본격적으로 꺾이기 시작한 경제 성장. 이때부터 한둘 다시 외국으로 나가기 위한 탈출 열풍이 이어졌다. 특히 젊은이는 대학을 졸업해도 변변한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 외국으로 나갔다. 이게 문제다. 공부하고 능력 있는 고급 인력이 브라질을 피하는 것이다. 이런 추세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선택이 있는 것..

브라질 이야기 2022.11.12

돌아온 룰라, 브라질 미래는?

2022년 브라질 대선이 끝났다. 아래 사진처럼 국가는 극렬하게 나눠졌다. 투표가 끝난 오후 5시부터 바로 개표하여 두 시간 동안 앞서던 현 볼소나로 대통령. 개표가 70% 넘으며 뒤집히더니 끝내 211만 명의 표차로 낙선했다. 이로써 3번째 대통령에 선출된 룰라.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사법부의 무리한 개입으로 선출됐다는 평을 받는다. 선거에서 극렬하게 나눠진 반대파를 설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 국회에서는 연립해야 하는데 당연히 반대파가 더 많다. 주지사도 자기를 지지하는 북동부를 제외하고 전무하다. 볼소나로 대통령이 조용히 물러날 것 같지 않다. 어떻게 하고 떠날지 우려된다. 정의는 사라졌고, 무지한 국민의 선택에 한숨 쉬는 사람도 있다. 무식한 현 볼소나로 대통령이 물러나..

브라질 이야기 2022.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