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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이 보내주신 친구

브라질에서 살다 한국으로 돌아간 지 20년 만에 방문했던 친구가 다시 고국으로 돌아갔다. 지난 3주간 신나게 이곳저곳 돌아다니느라 나도 참 즐거웠다. 이 친구는 어렸을 적부터 남달랐다. 노는 것을 좋아했고, 누구와도 잘 어울렸으며, 어디서든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성인이 된 후 각자의 삶이 다른 길로 갔지만, 내 마음 한켠에는 그 시절 함께 놀았던 작은 추억이 늘 남아 있었다. 그러다 십여 년 전, 한국에서 다시 만났다. 이곳 브라질에서 살다 한국으로 돌아간 친구들은 한두 다리만 건너면 어느새 다 이어진다. 이렇게 인생을 돌고 돌다 보면 결국 다시 만나게 되는데, 이게 인연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때 다시 만난 친구는 고된 삶을 이겨내고 결혼하여 개척교회를 세운 억척스러운 목사가 되어 있었다. 지금은 ..

카테고리 없음 2026.06.02

달려가는 셰프 — 한식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겉절이에 젓가락이 모자라는데 어떡하죠?" 내가 한식을 가르쳤던 국제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오늘 KBS 촬영팀이 온다며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사실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되는 일. 그런데 하필 몇 가지 재료가 떨어졌다고 한다. 그것도 전날 밤늦게. 아침 일찍 집에 있던 재료들을 챙겨 학교로 달려갔다. 부족한 재료를 보충하고, 음식 맛도 다시 맞추었다. 촬영은 무사히 진행되었고, 학생들은 맛있게 한식을 즐겼다. 문득 생각해 보니 내가 시중에 내놓은 대용량 불고기 양념도 이렇게 시작되었다.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을 돕고, 조금 더 편하게 한식을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였다. 꿈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오늘도 나는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을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다.그리고 그 현실은, 언제나..

브라질 이야기 2026.05.20

상파울루 한식당 주방에 울려 퍼지는 과리니어

파라과이 직원들과 어울려 일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웃음꽃이 피어난다. 이들은 공식 언어인 스페인어를 쓰기도 하지만,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원주민 언어인 과리니어(Guarani)를 더 자주 섞어 쓴다.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곁에서 들어온 말이라 귀에 익어 거부감이 없지만, 아마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꽤나 낯설고 불편하게 들릴 법도 한 말이다. 좁은 주방에서 이들이 일하며 나누는 수다는 잠시도 쉴 틈 없이 시끄럽고 활기차다. 가끔 귀에 걸리는 단어들도 있고, 무엇보다 특유의 억양과 말투만 봐도 지금 대충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가령 무거운 짐을 옮겨야 하는데 짓궂은 선배들이 막내 여직원에게 슬쩍 떠넘기고는, 아이가 낑낑대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며 한바탕 웃음보를 터뜨리는..

브라질 이야기 202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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