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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데자네이루 파벨라, 끝나지 않은 전쟁

2025년 10월 28일 새벽 5시, 리우데자네이루 북부 지역에 위치한 Favela Morro do Alemao에 2천 500명의 경찰이 급습하여 붉은사령부라고 알려진 Comando Vermolho 범죄집단과의 총격적인 벌어졌다. 총 8시간에 걸친 교전이 끝났을 때, 거리에는 130구가 넘는 시신이 널려 있었다. 양측은 자동소총은 물론, 드론을 이용하여 경찰에게 폭탄을 투여 하는 등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다. 아침 뉴스를 접한 시민들은 출근길에 총격을 피하는 시민들의 공포에 질린 얼굴을 보며 모두 경악했고 피비린내가 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지금도 연일 이번 작전과 관련된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긋지긋한 범죄와의 전쟁 서두라며 환호하는 사람과 선량한 시민들이 경찰의 학살을 당한 것..

브라질 이야기 2025.11.05

브라질에서 만든 소주 Lako

어쩌다 쓰게 된 세 번째 브라질 술 이야기 브라질의 정통 술 까샤샤(Cachaça). 사탕수수로 만든 증류주로, 특유의 향이 있고 도수가 높다. 잘 숙성시키면 위스키에 버금가는 깊은 풍미를 내기도 한다. 얼마 전 여행지에서 다양한 까샤샤를 판매하는 매장을 들렸다. 오크통에서 8년간 숙성한 것, 옥수수를 넣은 것, 꿀을 더한 것까지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술을 마시지 않지만, 아버지께는 무척 흥미로운 가게였다. 결국 한 병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고, 그 향을 맡아보니 생각보다 꽤 괜찮은 술이었다. 며칠 전에는 브라질 남부 지방의 ‘Lako’ 양조장 대표가 가게에 들렸다. 한국의 소주를 참고해 만든 새로운 제품을 보여주었는데 사탕수수로 만든 주정에 쌀 추출물을 더해 부드럽게 완성한 술이었다. 향은 은은했..

브라질 이야기 2025.10.18

가짜가 가짜를 만들고, 사람이 죽어 나갔다

한 달 전부터 브라질 곳곳에서 메탄올 중독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상파울루 주에서만 5명이 목숨을 잃었고, 전국적으로는 11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도 여러 명이며, 의심 사례는 100건이 넘는다. 원래부터 술값이 저렴한 브라질에서 ‘가짜 술’이라니, 처음엔 믿기 어려웠다.사탕수수로 만든 까샤사는 한 병에 3달러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 나라에서는 차조차 에탄올로 달린다. 그런데도 메탄올이 섞인 술이라니,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조사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가짜로 유통된 술은 저가 술이 아니라 중·고급 럼, 위스키, 보드카 등이었다.더 충격적인 것은, 그 술들이 팔린 곳이 허름한 노점이나 길거리 바가 아니라 도심의 중고급 식당과 바였다는 점이었다. ..

브라질 이야기 2025.10.14

브라질의 ‘캡틴큐’, Old Eight

브라질 이민 생활이 막 시작되던 때, 어른들의 식탁에서 ‘올드에이치(Old Eight)’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 “싸고 괜찮은 술”, “다음 날 머리가 덜 아픈 술”이라 불리던 그것은, 그 시절 고단했던 어른들에게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는 작은 위로였다. 그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낯선 땅에서 하루를 버티며 잔을 부딪치던 어른들의 웃음이 묘하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위스키 흉내 낸 ‘추억의 술’ 올드에이치는 겉모습만 보면 제법 근사한 위스키처럼 보였다. 병 모양도 멋지고 색깔도 깊었다. 하지만 실은 진짜 위스키가 아니었다. 브랜디를 섞어 위스키 흉내를 낸 술이었다. 1960년대 중반 브라질에서 탄생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데, 한 병에 약 40헤알(10달러 미만)이면 살 수 있다. 비슷한 시..

브라질 이야기 2025.10.11

향긋한 치즈빵

40년 전, 파라과이에서 시작한 이민 생활은 꽤나 고단했다. 특히 어린 나이에 입에 맞는 과자나 사탕이 없어 참 서운했다. 더운 날씨에 지쳐있던 어느날 길에서 소리치는 치파(Chipa)’라는 소리를 듣고 어머니가 사주셨는데 알고보니 만디옥으로 반죽에 치즈를 넣어 구운 빵이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생각나는 맛이었다. 브라질에 와서 만난 ‘뻥지께이쥬(Pão de Queijo)’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갓 구운 치즈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말랑했다. 한입 깨물면, 치즈의 향긋함이 코끝을 자극하고, 쫀득한 전분의 식감이 입안을 감쌌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아침을 여는 순간, 이 빵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하루의 시작을 축복해주는 의식처럼 느껴졌다. 이 치즈빵의 기원은 18세기..

브라질 이야기 2025.08.08

‘영주권과 시민권은 다르다’

미국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일부 영주권자들이 다양한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하거나 심지어 추방 명령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영주권과 시민권의 차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행동하다가 법적 문제에 직면한다.영주권은 단순히 거주하고 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며, 여권에 찍어주는 비자와 같은 개념을 카드 형태로 발급한 것에 불과하다. 즉, 시민권자처럼 모든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2016년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일부 한인 영주권자들이 시위에 참가한 사례가 보고되었다. 하지만 정치적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영주권자에게 매우 위험한 행위가 될 수 있다. 이민법에 따르면, 국가의 안보나 공공질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활동을 한 경우, 입국 ..

브라질 이야기 2025.04.01

이비라푸에라 공원, 시민의 쉼터인가 기업의 수익원인가?

좋은아침] 상파울루시에서 가장 큰 이비라푸에라 공원은 시민들의 쉼터로 사랑받아 왔다. 오랫동안 시에서 운영하던 이 공원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Urbia라는 민간 기업에 수십 년간 위탁 운영권이 넘어갔다. 시에서 운영할 때는 화장실이 부족하고 조명이 어두워 시설 관리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Urbia가 운영을 맡은 후 대대적인 개보수가 진행되었고, 깨끗한 화장실과 다양한 판매점이 들어서면서 쾌적한 환경으로 변모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모두 비용과 연결된다는 점이다. 이비라푸에라 공원은 1954년 상파울루시 창립 400주년을 기념해, 당대 유명한 건축가 오스카 니에마이어(Oscar Niemeyer)와 조경가 부를레 마르크스(Burle Marx)의 설계를 통해 조성되었다. 뉴욕의 센트럴..

브라질 이야기 2025.03.27

가위는 왜 필요할까?

한때 어디선가 사진을 현상하던 가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기억 속에서나 찾을 수 있는 존재가 된 듯하다.증명사진이 필요하다는 말에 직접 출력해 가위로 잘라 보았지만, 예전만큼 능숙하게 자르지는 못했다. 30년 전, 아날로그 시대에 신문사에서 일했던 적이 있다. 원고는 팩스로 받고, 제목은 컴퓨터로 출력해 편집했다. 기사를 오리고 붙이며 한 페이지를 완성하는 데 3~4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지금은 모든 작업이 컴퓨터로 이루어지지만, 그때는 가위가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밥을 먹을 때만 내려놓았는데, 가위로도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도전해 보지는 않았다. 신문 편집에서는 글을 줄이거나 늘리는 작업도 필수였다. 줄일 때는 비교적 쉬웠다. 예를 들어, '했습니다'를 '했..

브라질 이야기 2025.03.09

변하는 한식

"한 번도 한식을 안 먹어본 사람이 만든 맛이 기준이 될까봐 걱정이야."   브라질 상파울루에는 다양한 음식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중에서도 2015년에 문을 연 Eataly São Paulo는 이탈리아 음식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곳은 5개의 레스토랑과 이탈리아에서 직접 수입한 식품들로 가득 차 있어, 단순한 식당을 넘어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높은 환율과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처음 Eataly를 방문했을 때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브라질에서 이탈리아 문화는 매우 친숙하지만, ‘이탈리아’라는 브랜드의 힘 덕분에 프리미엄 가격을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경제 위기가 닥치자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

브라질 이야기 2025.02.21

저가 대체재 범람… 브라질, ‘커피 향’ 논란 확산

저가 대체재 범람… 브라질, ‘커피 향’ 논란 확산  브라질에서 품질이 낮은 저가 대체재 식품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유 한 방울 들어가지 않은 식물성 치즈, 코코아가 포함되지 않은 초콜릿에 이어, 이제는 ‘커피 향’만 나는 커피까지 등장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제품들은 원래 명칭을 사용할 수 없으며, 포장지에 ‘Sabor(맛)’이라는 문구를 붙여 소비자에게 원조 제품이 아님을 알린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는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커피 향만 나는 커피, 소비자와 업계의 갈등  최근 커피의 나라 브라질에서도 ‘커피 향’만 나는 커피가 유통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커피 원두가 아닌 껍질, 지푸라기 등 각종 불순물을 함께 볶아 갈면 커피와 유사한 향이 나는데, 이러한 제품이 시..

브라질 이야기 202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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