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브라질 노동법 개혁되나?

착한브라질 2017. 7. 1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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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 중 하나인 브라질은 심각한 고질병을 안고 있다. 바로 이곳에서만 있는 상상을 초월하는 브라질 비용(Brazil Cost)이다. 세금의 세금을 걷는 비현실적인 체계는 수입품이 다른 나라보다 3~4배가 넘게 한다. 브라질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일 테지만 사실 비용만 보고 따진다면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나라 중 하나이다. 주된 원인은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며 다른 면으로는 높은 세금을 거두어들여 재정을 확보한다는 것에 있다. 물론, 이런 고비용은 기업의 숨통을 조여 투자를 주저하게 했고 시민은 혜택보다는 피해를 직접 입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브라질 비용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국내 임금은 매우 싸게 책정되어 있다. 평균 시간당 임금은 2.7불로 한눈에 보면 저렴하게 보인다. 바로 이런 점을 보고 업체들이 국내에 공장을 세우려고 한다. 그러나 직원을 채용하고 나면 바로 이 금액이 두 배로 뛴다. 즉 월 500불에 채용하면 정작 회사에서 부담하는 금액은 두 배가 되는 1,000불이 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높은 비용은 바로 고용 안정을 위해 도입된 노동법이 주된 원인이다.


CLT(Consolidacao das Leis do Trabalho)라고 불리는 이 노동법은 1943년 당시 독재자였던 제뚤리오 바르가스(Getulio Vargas) 대통령이 만들었다. 주된 목적은 노동법을 중심으로 노동자의 모든 권리를 보장하고 특히 노조 설립과 가입을 보장하며 노동자와 사측이  갖던 개별 협상을 단체로 바꾸는 등 노조에 힘을 주는 데 목적이 있다. 즉 더 이상 한 개인의 노동자가 아닌 국가가 대변해 사측과 협상하는 노동법안이 만들어진 것인데 처음부터 기업보다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명목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태어난 노동 수첩과 노동법은 오히려 노동자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악평이 높다. 노동법은 태생부터 논란이 많다. 당시 브라질에 가장 많은 노동자는 대부분 농업에서 막 시작한 공업으로 도시로 몰려들 때였다. 제대로 된 보장 없이 인권도 무시당하던 때였는데 오랜 독재로 국민의 원성이 자자했던 바르가스 대통령은 선진법 도입으로 외국 노동법을 가져왔다. 문제는 그게 바로 파시스즘의 시초였던 무쏠리니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태생부터 한쪽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근로자와 사측을 동등한 처지에서 봐야 하는데 실제로는 노동자의 말을 더 듣게 되어 있다. 즉 법은 돈 많은 사측보다 불쌍한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데 주력하나 결국 공정하지 않게 된 편파적인 문제이다. 실제로 노동자가 고소하면 90%가 직원이 이기게 되어 있다. 아무리 법을 따져 제대로 해줘도 결국 나가서 소송하는 직원으로 한 회사는 10년간 수백 건의 노동 소송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했다. 인권 보호가 결국에는 장사를 위한 장치로 남은 것이다.


CLT 노동법을 악용한 사례는 많다. 지금 전국 노동법원에는 1억 건의 노동 소송이 있다. 작년에만 6백만 건이 새로운 소송이 접수되었는데 이는 전 세계와 비교 평균 50배가 넘는다. 예로 노동자의 권리가 강한 나라인 프랑스의 경우 연간 8만 건의 소송이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이다. 아무리 회사가 잘 해주고 법대로 계산해도 퇴사해서 소송을 걸면 갖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능력 있는 변호사를 만나면 회사에서 공용차를 사용하도록 제공해주었더라도 출퇴근 차비를 안 주었다고 소송을 걸어 돈을 받아내는 식으로 소송하면 이기게 되어 있다.


노동자가 이기게 되어 있는 이 시스템에서 몇 판사는 배정받는 소송 100%를 무조건 노동자 편을 든 판사도 수두룩하다. 국내에서 노동 소송은 어마어마한 산업이다. 작년에만 소송으로 판결된 피해 보상금이 66억 달러가 넘을 정도이다. 보상금을 받으면 30%를 변호사가 가져가는 이 시스템은 어마어마한 산업으로 바뀐 것이다. 상파울로 인근 ABC 공업 지역에 위치한 한 법무법인은 자동차 회사를 전문으로 소송을 거는데 평균 월 2천 건의 새로운 소송을 건다.


이런 변호사는 아예 회사 앞에서 지나가는 직원을 대상으로 소송하라고 부추기는 영업도 한다. 시중에 널려있는 노동소송 변호사는 얼마를 받을 수 있다고 계산기를 두드리며 소송을 부추긴다. 물론, 이런 경직된 노동법으로 정작 노동자는 혜택은커녕 뒷전으로 밀려난다. 소송에서 이겨도 새 일자리를 찾을 때 그 흔적이 남고 처음 요구하는 보상비가 반으로 줄고 결과가 나와도 최소 10번 분할 여기에 변호사비를 내고 나면 거의 남는 게 없다. 


황당한 소송은 많다. 한 가구점 사장은 직원이 아닌 프리랜서 파트너 10여 명과 함께 일했는데 이 중 4명이 소송을 걸어 법원에 가보니 서로 돌아가며 증언하고 있었다. 판사에게 증인의 신빙성을 들어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리하게 됐다. 또한, 자기 직원도 아니었던 한 하청업체 사장도 일했다고 소송 걸어 결국 모두 보상비를 줄 수밖에 없었다. 107명을 정규직으로 등록하고 장사하던 한 대형 식당은 2년 안에 모두 40여 건의 소송을 당하며 골치 아픈 사장은 폐업했다. 


그럼 이런 노동 소송이 왜 일어나는 것일까? 노동법이 강한 것도 있지만 그 뒤에는 노조의 힘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983년에 출범한 노조연합(CUT)은 태상부터 노동당의 후원을 얻으며 노조 활동 보다는 정치세력을 넓혀왔다. 두 번째로 거대한 노조동맹(Forca Sindical) 또한 노동자를 대표하며 정치적인 입김에 더 힘을 쓰며 매년 노조와 사측 협상에 매진하며 무리한 요구를 관찰하게 한다. 이들의 힘을 입은 노동자는 거리낌 없이 힘을 얻어 소송에 매진하는 것이다. 


노조는 단순히 정치적인 입김보다 엄청난 돈이 흐른 곳이기도 하다. 1943년 노동법에 명시된 데로 노조활동비는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직원은 매년 3월에 월급에서 하루 치를 노조활동비로 내야 한다. 사측은 회사 자본에서 0.02%~0.8%를 노조활동비로 매년 내야 한다. 이 엄청난 노조비는 정부에서 거두어들여 각 노조에 나눠줘 활동비로 쓰게 된다. 노조비를 내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나 이를 의무로 묶어두어 직원도 부담되고 사측에서도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노조비가 제대로 활용되는지는 확실치 않다. 현재 전국에 등록된 노조 숫자는 16,000개가 넘는데 이 중에는 노조원도 없는 노조, 수십 년간 아버지와 아들이 노조 대표로 있으며 돈을 받아먹는 등 비리가 많다. 노조 활동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등록제로 바뀐 후 생긴 문제인 것인데 정부에서는 이번에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이를 바로 잡고자 노력하고 있다. 먼저 모두가 부담하는 의무 노조비를 없애고 노동자 계약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현 최대 하루 8시간 주 44시간 근무 시간을 원하는 요일과 시간에 맞춰 일할 수 있다. 물론, 이 법안이 상정되자 노조에서는 반발이 심했다. 지난 4월 28일 연금법과 급여에서 의무적으로 내던 노조비를 없애는 개정안 등 현 시국에 반대하는 전국 총파업이 열렸다. 운송, 교통 등 각 노조에서 참가를 호소하며 전국을 마비시키겠다던 총파업은 막상 뚜껑을 열자 몇 시간 만에 해산될 정도로 참패했다. 그 뒤에는 14년간 유지하던 정권을 내주고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받는 노동당(PT)이 노조연합(CUT)을 앞에 세워 국민에게 호소했지만, 국민은 개혁을 원하며 노조에 등을 돌린 것이다.


지난 13일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떼멜 대통령 서명만 필요하며 이번 개정안으로 시장은 더욱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노동자는 원하는 조건에 맞는 업무를 찾을 수 있는 자유를 얻을 것이다. 무엇보다 노조비를 받으며 자생하던 무력한 노조도 사라질 것인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노동법을 넘어선 계약직이 비정규직으로 전환되어 혜택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하여간 역사상 최악의 불경기를 넘어서는 브라질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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