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제34회 Piracicaba 다문화 축제에서

착한브라질 2017. 5. 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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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은 정말 즐겁다. 더군다나 주위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나눠 먹으면 행복은 배로 된다. 한식을 잘 모르는 브라질 사회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알리는 일 또한 즐거움과 뿌듯함을 배로 준다. 지난 주말 상파울루에서 140km 떨어진 삐리시까바 시에서 열린 제34회 다문화 축제 한국관에 아내와 쌍둥이를 데리고 다녀왔다. 아내가 임신하기 전에는 한식 알림에 열심히 하였는데 배부른 아내 배를 보며 잠시 휴식 기간을 갖는다는 것이 딱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행사장으로 뛰어든 것이다.


다문화 축제는 매년 열리는 행사로 지역 자선단체가 여러 나라 음식을 만들어 팔고 거두어들인 수익으로 1년간 운영비로 사용하는 뜻있는 행사이다. 올해에는 열넷 나라 음식이 출시됐고 우리 한국관은 도시에 현대자동차와 CJ 공장이 들어서며 인연을 맺어 5년 전부터 매년 참석하고 있다. 한국관은 상파울루 총영사관의 초대로 다녀왔다. 아직 생소한 한식을 어떻게 브라질 사람 입맛에 맞게 만들까 고민하고 만들어 보는 게 꼭 반찬 닷컴의 고민과 맞아떨어져 한 번 크게 도전해 보자는 생각으로 다녀왔다. 


결혼하기 전부터 맛있는 음식을 잘 만들어 먹던 아내는 음식 솜씨가 나보다 더 좋다. 나 또한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고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을 즐겼는데 이런 행사를 뛰다 보니 너무 고되어 우리는 절대로 식당 하지 말자는 다짐을 하곤 했다. 메뉴 선정과 재료 준비 그리고 조리과정을 다 머리에 그리고 예습 복습으로 스트레스도 장난 아니게 받는다. 당일에는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열몇 시간을 불 앞에 서서 땀을 흘리는데 특히 이번 행사 도우미들은 모두 자원 봉사자여서 손은 서툴고 느려 고생깨나 했다. 


집에서 새벽부터 준비하여 도착한 호텔에 대충 짐을 풀고 태어나 첫 고속도로를 타고 나온 8개월 쌍둥이와 함께 행사장으로 달려갔다. 재료 다듬고 준비하느라 정신없는데 어느덧 우리 부부 한쪽 팔에는 애를 한 손에는 팬을 두르고 일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미친 것 같았다. 특히 고속도로에서는 비가 많이 와 잔뜩 긴장하고 운전했는데 집에 도착해 누워보니 얼마나 위험했는지 긴장이 풀리며 가슴이 미어터질 것 같았다. 하여간 열정을 가지고 고생하는 이런 행사는 땀을 흘리며 몰리는 성취감에 매료되어 자꾸 반복되는 것이다. 


준비한 음식은 삼겹살을 상추 부추 깻잎 루꼴라와 함께 쌈같이 먹을 수 있는 삼겹살 쌈 샐러드 다른 것은 가장 흔한 불고기 랩이다. 삼겹살과 김치볶음밥도 꽤 인기 있었지만 역시 불고기 랩이 가장 많이 팔렸고 단체에서 준비한 만두 튀김, 비빔밥과 부침개도 있었다. 문제는 행사 첫날부터 폭우가 쏟아져 한산해 침울한 분위기였다. 내가 도착한 금요일 오후 긴급회의로 축제 폐막까지 논의될 정도로 사람이 적었다. 다행히 토요일 하루 날씨가 풀려 새벽 3시까지 사람들이 몰려 준비해 간 재료는 거의 동이 났다. 


한식 재료는 일식 재료 조차 흔치 않은 곳이어서 모두 상파울루에서 가져갔다. 나도 내 차에 유모차에 아기들 가방에 한가득했지만, 앞 좌석을 포기하고 고기 30kg과 채소를 싣고 출발했다. 내가 쓸 프라이팬과 도구를 준비해 달라 했는데 도착해서 보니 대체로 가지고 있었지만 역시나 가져간 내 도구도 한몫했다. 10일 전에 정성 들여 담근 양파 청은 불고기를 만드는 데 제일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여간 수십 명이 들락날락한 부엌에서 도구도 잃어버리지 않고 다친 사람 하나 없어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3일간 행사를 끝낸 결과 우리 한국관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배웠다. 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한국관이 설치되었지만, 사람이 가장 적었다. 물론, 비가 엄청 와 예년보다 입장객 수가 적은 게 가장 큰 이유이나 주위 매장과 비교해 우리만 한산한 것은 사실이다. 내가 출시한 메뉴가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으나 아예 우리 한국관 앞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어 맛있는 것을 보여주려야 줄 수가 없었다. 시식용 작은 용기를 준비해 앞에 나가 직접 설명하며 줘봤지만 대부분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먹어도 반응이 시원찮았다.


그럼 무엇이 문제였을까? 먼저 이 도시는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바닥을 치고 있었다. 한국은 물론, 문화도 잘 모르는데 맛있는 음식을 알 리 없었다. 두 번째로 한식 메뉴를 입맛에 맞게 만들고 눈에 보이게 팻말을 준비해야 하는데 모두 자원봉사자이고 예전 행사에 참석한 한식 조리사에게 배워둔 조리법으로 만들다 보니 그 맛이 제대로 날 리 없었다. 또한, 메뉴에는 사진과 설명이 있어야 했는데 큰 팻말에 음식 이름과 설명만 있어 처음 오는 사람은 무슨 맛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급히 전시용 음식을 준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마지막 일요일 아침 쌍둥이 우유 먹이고 달래 행사장에 일찍 도착했지만 모두 새벽까지 일해서인지 아무도 나오지 못했고 우리 부부만 오후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일하는 사람이 한둘 모일 때 또 비가 내려 오늘 장사도 걱정되었는데 일단 몇 가지 한식 요리법을 알려줬다. 오후 철수를 준비하며 헤어지려니 며칠 정들어 섭섭했는데 뜻이 맞는다면 내년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년에는 한국관에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틀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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