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브라질에서 한국 치킨을 지키다

착한브라질 2020. 2. 5. 04:57
반응형

지난 2013년에 한 고려대생이 블로그에 문의했다. 국제 경영론 수업 중 브라질 닭고기 시장이 크니 한국 치킨으로 도전하면 어떤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사업 계획서를 만들기 위해 아는 것 자료 찾아 주고 당시 브라질에 진출한 Bbq 매장도 알려줬다. 몇 달 후 잘 발표했다며 발표자료까지 보내줬다. 결과는 잘 끝났지만 사실 나는 처음부터 브라질에서 치킨 사업은 안된다고 주장했다. 문화적 차이도 있지만, 그것보다 미국 최대 치킨 회사가 실패한 사례가 있어 그랬다. 


1990년대 초반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물가 상승률이 한창이었다. 연간 1,000% 이상 물가가 오르는 등 브라질 실물 경제는 철저히 망가졌다. 1991년 오랫동안 닫혔던 수입문이 열리며 개방하던 시절. 브라질 외식 사업도 기지개를 막 켜려던 때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가장 큰 외식 매장은 맥도널드였고 서브웨이, Arbys, 피자헛 등이 막 들여오던 시기였다. 이때 KFC가 브라질에 진출했다. 


소고기가 주식은 브라질에서 닭은 흔하고 싼 음식이다. 주말마다 넘치는 식당에서 통닭구이를 싸게 팔았고 기름에 튀긴 닭고기는 흔치 않았다. KFC는 깨끗한 조명에 맥도널드와 같은 분위기는 생소한 브라질 국민에게 신세계처럼 보였다. 인기가 아닌 호기심에 찾는 사람이 많았고 새로운 맛을 내세운 홍보도 꽤 티브이에 나왔다. 그러나 얼마 안 돼 이 식당은 무너지고 결국, 브라질 시장에서 철수했다.


실패한 요인은 여러 곳에 있었다. 먼저 1994년 20년간 시민의 목을 죄던 초인플레이션을 잡은 헤알 계획이 도입됐다. 디노미네이션을 하여 당시 화폐에서 0을 세 자릿수 뺐다. 당시 1만 크루제이루가 10헤알이 되는 화폐개혁이었다. 사실 그전에도 4번이나 있던 것이라 문제는 없어 보였다. 1헤알을 1달러에 유지하며 잡아가던 물가, 갑자기 줄어든 통화량으로 주머니가 가벼워지고 피부 물가는 솟아올랐다.


당시 의지 넘치게 물가를 안정화하려는 정부는 그 계획 홍보용으로 닭 1 kg를 1헤알에 살 수 있다고 홍보한다. 대대적으로 홍보되며 싼 가격에 닭을 먹을 수 있다는 의식이 생겼다. 사실 그전 가격도 비슷한데 홍보로 시민 머리에 닭은 싸다고 인식됐다. 프랑스혁명 당시 주말에는 누구나 닭을 먹을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공약이 이제 남미 브라질에서 실현된 것이다. 그런데 KFC는 닭 3조각 한 세트에 5불이 됐다. 


당시 사회 초년생이었던 내 월급으로도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이야 큰돈이 아니지만 25년 전에는 큰돈이었다. 하여간 비싸다는 인식이 퍼지며 차츰 손님이 흥미를 잃고 발을 끊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유럽 문화권인 브라질은 특히 유럽보다 더 심하게 문화를 보존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중 닭고기는 꼭 포크와 칼을 이용하여야 하는 문화가 있다.


미국식으로 햄버거를 손으로 먹고 피자를 손으로 먹는 것을 야만이라 했다. 근사하지 않은 분위기여도 꼭 접시에 냅킨을 사용하며 양손에 포크와 칼을 사용하여 썰어 먹어야 했다. 이런 문화에서 손으로 닭을 들고 뜯는 KFC 문화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연인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치킨을 손으로 뜯어먹고 대화하는 것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물론, 요즘에는 다들 손으로 먹고 빨고 잘한다.


튀김을 그리 많이 먹지 않는 문화도 한 작용했다. 원래부터 흔한 숯불구이만 먹고 살코기만 팬에 구워 먹는 문화가 발달했다. 기름에 튀겨 파는 식당이 몇 있지만 그리 흔하지는 않았다. 생닭에 소금 간만 해서 튀기는 빠싸리뇨(passarinho) 튀김은 안주로 유명하다. 마늘과 함께 구워 나오는데 이건 튀김 반죽이 없고 특히 양념이 없어서 한국식 치킨은 아니다.


하여간 이런 여러 문화 적은 요소, 경제적인 상황, 지금도 쉽지 않은 외국 문화 거부 등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중요한 것은 브라질을 너무 쉽게 보고 경제 규모만 보고 진출한 사업가의 무능력이 바로 실수였다. 아무리 외국에서 잘된 사업이라도 이곳에서 자리 잡기란 쉽지 않았다. 같은 시기 들어온 Arbys, 피자헛 그리고 서브웨이도 모두 철수했다.


세월 흘러 KFC가 다시 돌아왔다. 십몇 년 전 리우데자네이루에 첫 매장을 개장했다. 예전과 달리 브라질 사람이 좋아하는 밥도 추가됐고 햄버거도 있는 등 몇 년간 메뉴를 개선하고 돌아왔다. 오랜만에 찾아가 먹어본 맛은 역시 약간 달랐다. 가장 크게 눈에 들어오는 게 닭 크기가 확 늘었다. 그다음 정말 천천히 사람 뽑아 교육하고 시장을 배워 가는 자세로 차츰 매장을 늘렸다.


그리고 드디어 한국식 치킨도 브라질에 상륙했다. 전 세계적인 한류 붐이 불며 한국 문화 위상이 바뀌었다. 아메이 치킨, pollo loko, 크레이지 치킨, 치킹, 케이팝 치킨, bbq 등  10여 개가 상파울루에 생겼고 한때 그 이상이었다. 특히 한인촌에 치킨집과 몰리며 10여 개 되는 한국식 커피점과 함께 새로운 명물로 떠 올랐다. 그러나 시간 지나며 한인 치킨집도 몇 개 문 닫았고 한 곳은 수십 개 지점을 가질 정도로 성장했다.  


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제 골라 먹을 수 있다. 내 SNS 계정을 팔로우하는 계정 중 몇 개는 브라질 사람이 운영하는 치킨집이다. 그중 Edu 치킨이라는 곳을 보고 충격받았다. 전형적으로 KFC를 따라 하여 홍보와 개발에 투자한 것이다. 한인촌 치킨집이 전형적인 우리끼리 사업이라면 이건 브라질 전체 시장을 겨냥하여 만든 상품이다. 이런 식으로 치킨집이 늘어나면 언젠가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게 뻔하다.


올리버 선생님이라는 유튜버가 있다. 한국어도 잘하며 미국의 문화를 소개하는데 얼마 전 한 치킨집에서 한국식 소스로 만든 치킨이 있다며 소개했다. 한국에서 먹던 맛과 똑같다며 이제 미국 시장에서 한국식 치킨이 더 알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우리 한국식 치킨은 승산 있다. 단, 아직 생소하지만, 양념을 개발하고 갖고 있어야 다른 업체와 차별 둘 수 있다.


실제로 매운맛, 간장 맛, 마늘 맛 등 소스는 우리 한국이 개발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개발하고 홍보하면 우리 한인사회 먹거리 사업도 되고 한국 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제 시장이 변했다. 예전에는 절대 될 수 없다고 판단된 사업도 이제 승산 있다. 지난 20년간 브라질 외식 사업도 발전했다. 가장 많이 시켜 먹는 피자와 더불어 치킨도 많이 시켜 먹을 것이다. 브라질에서 작지만 큰 사업이 될 수 있는 치킨집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반응형

'브라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7년만에 폭우로 침수  (0) 2020.02.12
중국인의 행동을 이해하는 방법  (0) 2020.02.05
이렇게 살아간다  (0) 2020.02.04
어? 브라질이 그래요?   (0) 2020.02.03
리더의 시대를 여는 우리의 힘  (0) 2020.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