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37년만에 폭우로 침수

착한브라질 2020. 2. 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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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린 폭우로 24시간 집안에만 갇혀 있던 우리 아파트 주민. 37년만 쏟아진 폭우로 도시 많은 지역이 침수되고 재산 피해도 컸다. 주차장에 들이닥치는 물 그 물에 둥둥 떠다니는 차 등 각종 정보가 무분별하게 공유되고 있다. 이곳에서 35년 살았지만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시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다 남쪽으로 흐르는 강. 비만 오면 넘치는 물로 악평 높다. 주 정부에서 10년 전 대대적인 공사로 침수는 없을 것이라고 광고했다. 그러나 그 후에도 몇 번 넘쳤다. 특히 올해 같은 경우는 처음 봤다. 시청과 주 정보 관계자는 미리 예방 공사를 해놔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 미친것들. 


해마다 반복되는 침수. 가장 큰 원인은 아파트와 아스팔트가 늘어 비가 오면 물을 흡수할 땅이 없다. 상파울루에 있는 강은 수심도 낮고 폭도 짧다. 결국 물이 흐를 공간이 없다. 그저께부터 시작해 어제 종일 내린 비는 2월 한 달에 올 비가 24시간 동안 쏟아졌다고 한다. 


이번 침수로 아파트에는 종일 보험 회사 차가 들어와 견인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에는 다음 주까지 전기.물도 안 들어오고 엘리베이터도 없어 주민이 친척 집으로 떠나고 있다. 우리 아파트도 엘리베이터에 물이 차서 온종일 물 퍼 나르고 고장 난 펌프 고쳐 물을 저장 탱크로 올리고 난리였다.  


나는 이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 감사로 선출됐다. 아무런 권한 없지만, 자발적으로 오늘 아침부터 내려가 청소하고  알아보고 일했다. 특히 시간마다 정보를 그룹에 올려 주민과 소통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아래까지 24층이다. 계단으로 내려가기 쉽지 않다. 경비실에 연락해 물어보고 공유할 뿐이다.


그래도 온종일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큰 정보다. 물 끊겨 기다리는 사람, 인터넷이 잘 안 되는 사람, 엘리베이터 못 내려오는 사람, 아기가 있어 다른 집으로 잠시 거처를 옮겨야 하는 사람. 이들에게는 정보가 정말 중요하다. 내가 뭐 대단한 정보를 아는 줄 알고 물어 오는데 나도 그냥 경비실에 물어볼 뿐이다.


이번 침수 사건으로 자동차 2대를 잃은 사람도 많다. 보험 회사에서 폐차 처분을 받았다. 분노하여 주민대표와 모두를 성토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건 천재지변이다. 비 오라고 하지 않았다. 연락 안 했다고 경비실 탓하는데 물은 금세 차올라 엘리베이터 및 전기 시스템 차단 등 하느라 시간도 없었다.


법적으로 단지를 소송해도 소용없다. 이런 침수 현상은 모두가 피해자다. 브라질 사람뿐만 아니라 한인도 피해 봤다. 하여간 괜히 시간 내어 고생하는데 뭐라 그러는 사람도 있다. 의무와 권리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세상 피곤하게 사는 사람 많아 얼마 전 한인 주민 단체방도 없애 버렸다. 


덕분에 아이들과 오늘 아침과 저녁 두 번 23층을 걸어 내려가고 올라갔다.  재미있어 하다가 힘들다고 칭얼대는데 그것도 예쁘다. 좋은 경험을 주는 것이라 생각은 한다. 그래도 비는 또 온다는데 걱정이다. 아직 엘리베이터도 안 돌아왔고 고쳐야 할 것, 또 추가 비용이 생길 것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다들 힘든데 앞으로 운영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 내일도 아침에 애들과 걸어 내려가고 엘리베이터가 정상화되도록 아침부터 나서서 챙길 것이다. 업체 사람 부르고 뒤따라 다니며 잔소리 야 일이 해결된다. 다들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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