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변하는 브라질 한인: 가게 운영 보다 직장을 더 선호하다?

착한브라질 2013. 10. 3.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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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봄비를 맞아가며 살아가고 있는 착한남편운동본부입니다.

요즘은 한식 블로그 개편으로 좀 정신이 없네요.

먹고 살기 힘든 요즘 정신이 없더라도 오늘은 좀 간단한 자료로 변하는 한인사회 분위기를 전하겠습니다.



얼마 전 아내와 대화하던 중 재미있는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주변에 알고 있는 사람들이 새로 직장을 얻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무슨 소린가 했더니 얼마 전만 해도 옷가게를 했었는데, 장사도 안되고 직원들도 말썽 피우고 원가도 안 맞고 해서, 과감히 접어 버리고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직장을 구하는 게 뭐 어때서 라고 할 수 있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브라질은 기본적으로 한인들의 99%가 상파울로에 삽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봉제, 원단, 원사, 포장 등 모두 의류분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90년대 중반에 발행된 한인 수첩을 찾아보면 대략 2,500여 개의 한인 업체가 있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숫자가 줄어들며 반대로 업종 수는 꽃집, 무역, 식당과 서비스업이 늘어가는 것을 직접 보았습니다.


지금 40대 초반인 제 친구들도 대부분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힘들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저 보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알아봐 달라는 친구, 직장을 알아봐 달라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가만히 보니 예상외로 가게를 접는 사람들이 많고 새로운 업종으로 바꾸기 보다는 직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호기심에 그리고 앞으로 우리 한인사회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걱정에 한 번 정리해 봤습니다.


조사 방법은 많은 사람이 저와 연결되어 사용하는 페이스북을 토대로 했습니다.

1대1로 인터뷰를 한 것도 아니고 일단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이들의 현재 나이와 직업을 정리해 봤습니다.

부부가 같이 가게를 운영할 경우에는 남자만 그리고 일을 하는 사람만 위주로 만들었습니다. 

정리해 보니 총 153명인데 이들의 직업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학생 2명, 가정주부 6명, 의류 67명, 직장 36명 그리고 의류 외에 무역, 식품점, 변호사는 모두 자영업으로 통합한 결과 42명입니다.

물론 제 나이에 맞는 주변 인물들이어서 한정된 자료이기는 합니다, 즉 제가 10대였다면 주변에 10대가 가장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 나이가 지금 가장 일을 많이 할 40대 초인 점을 고려하면 그래도 가장 활발한 나이입니다.

여기서 가장 주목받는 점은 바로 자영업과 직장입니다.

이민 초기부터 의류업에 대부분 종사했는데 위 수치만 보면 반 이상이 의류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 부분은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여러 가지 입니다.



먼저 치솟는 물가가 모든 영업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지난 94년도에 안정된 물가가 요즘 걷잡을 수 없이 오르더니 이제는 세계에서 손꼽히게 물가가 비싼 나라가 되었습니다.

10여 년이 넘도록 장사가 잘 되기도 했지만, 정부에서 막 퍼준 신용이 이제 만기 된 상황입니다.

구매력은 떨어지다 보니 누가 옷을 사 입을까요?


둘째는 떨어진 경쟁력입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한인들이 만든 제품이 지방으로 팔려 나갔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보고 배운 많은 브라질인이 지방에 공장을 만들며 시장을 형성해 시장을 빼앗겼습니다.

지금도 유행 색상과 모델은 다 상파울로 한인촌에서 제작되지만, 브라질 사람들은 이를 카피해서 지방 시장을 석권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줄어든 이윤입니다.

저가 제품을 대량을 판매하던 시절에는 박리다매로 이윤을 남겼다면, 지금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유럽 패션 유행도 봐야 하고 좀 더 제품을 고급스럽게 만들다 보니 생산원가가 많이 비싸집니다.

반대로 중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제품은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넷째로 엄청난 세금입니다.

20여 년 전만 해도 지금과 같이 세금의 종류도 많지 않았고 세율도 낮았었습니다

지금은 판매가 모두 온라인으로 국세청에 신고되기 때문에 탈세는커녕 절세도 힘듭니다.

장사해서 나라님에게 돈만 현찰로 꼬박꼬박 가져다 줍니다.


다섯째로 말썽 직원들입니다.

착한 브라질 사람들이지만 이들 중 아예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소송을 목적으로 골치 아프게 하는 직원들이 꽤 있습니다.

말을 안 듣기는 기본, 회사에 늦게 오기도 기본, 일도 잘 안 하고 바로 노조에 신고해 버리는 등...

정말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골치 아픈 직원들 보면 회사를 접고 쉬는 게 더 좋을 듯하기도 합니다.


뭐 위에는 제가 의류업에 종사하지는 않지만, 주변에 들은 얘기들을 토대로 써 봤습니다.

자 그럼 대부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가게를 정리한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사냐가 관건입니다.

사회생활 처음부터 직장생활을 한 사람도 있지만, 가게를 접고 다른 업종으로 변경 또는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의 평균을 보면 20대 2명, 30대 20명, 40대 14명 그리고 50대 1명입니다.

물론 30대가 가장 많고 40대는 중간 관리자 나이로 근무하고 있기는 합니다.


 


저는 걱정되는 게 이들 직장인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입니다.

얼마만큼 진급할 수 있는지 그리고 40대를 넘어서도 다닐 수 있을지 하는 우려입니다.

이민 50년 만에 드디어 변하는 한인사회.

걱정되어서 한 번 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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