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것은 다 기억하는데 몇 날 며칠인지는 헷갈린다. 연도는 정확히 30년 전 1992년도. 당시 우리 집은 풍비박산 났다. 부모님과 형은 한국으로 돌아갔고 여동생은 브라질에 남았다. 나는 당시 미국 비자를 받을 수 있는 파라과이로 떠났다. 여차여차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가방도 잃어버려서 걸친 옷만 가지고 브라질로 돌아왔다. 증명서 하나 없이 국경 넘어 브라질로 돌아오는데 연방경찰이 나를 세우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던 나쁜 기분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돈 한 푼 없이 어떻게 돌아왔는지 지금 생각해도 참 기적이다. 돌아와서 보니 갈 곳이 없었다. 일단 친구 집에서 며칠 있었다. 팬티 한 장으로 어떡하든 버텼는데 바지가 헤어져 구멍이 송송 났다. 양말도 해지고 완전 거지가 됐다. 보다 못한 친구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