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반백살 된 느낌

착한브라질 2023. 11. 2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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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나 피곤한지 졸음 운전하다 50살에 저 세상 갈 뻔했다.

오늘은 Avenues 국제학교에서 닭강정 250kg와 잡채 1,500인분을 만들었다. 한 달에 두 번씩 학교 급식으로 한식을 내놓는다. 당연히 혼자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르친 조리사들과 함께 만든다.

먼저 잡채에 채소를 모두 썰어 버무리고 당면은 22kg 삶는다. 이를 한꺼번에 버무리지 못해 5번에 나눠서 버무린다. 손으로 다 버무리고 양념하고 그릇에 담다 보면 아침 시간이 다 지나간다.

원래는 닭강정을 하려고 했는데 재료도 비싸고 없어서 마늘간장 양념을 위에 뿌리기로 했다. 이 양념만 만드는데 한 시간이나 걸려 만들었는데 역시나 부족한 물엿, 순도를 맞추기 위해 무지 애를 썼다.

이야기 안 된 된장찌개를 만들라고 해서 한참을 고생했다. 그것도 채식주의자를 위해서 만들라는데 아니 된장도 없이 어떻게 만드나? 손바닥 만한 춘장 두 봉지 찾아 간신히 비슷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왠걸, 이걸 더 좋아해서 다음에 또 하잔다. 아이고

간신히 끝내고 돌아오는 데 졸음운전으로 50살 생일을 망칠 뻔했다. 새벽 4시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인 건 좋은데 일이 끝나니 혈압도 떨어졌다. 하여간 간신히 집에 와서 이제 글을 쓴다.

하여간 오늘 내 생일이라 한마디 더 하겠다.

한식을 알리는 일은 중요하다. 재료 구성, 구매, 분석 등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우리 맛을 내는 것과 우리 식자재를 알리는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런 속사정을 모르고 나를 등한시한다.

알아달라고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에 방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 말이 곧 법이고 진리는 아니다. 그러나 내 인생을 걸고 투자하고 고생한 것도 무시하면 안 된다.

새벽부터 만드느라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서 뿌듯하다.

오늘이 50살하는 내 생일이어서 더욱 뜻깊다.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을 알고, 가야 할 길을 안다. 그것만 알아도 인생을 멋지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오늘은 노래나 하며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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