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청계천에서 묻는다. 아침부터 종일 동대문에서 남대문까지 총 13km를 걸었다. 아직 추석 연휴라 문을 연 곳이 많지 않다. 그래도 아내는 신나게 걷는다. 동대문 DDP도 갔고 두타도 가보고, 평화시장도 가보고
점심 전에 들린 명동교자는 벌써 줄이 길었다. 그래봤자 10분 만에 들어간다. 역시나 미슐랭 별이 아깝지 않다. 나는 이미 맛을 봤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아내는 처음 먹어보는 콩국수와 미국 LA에서 먹어본 명동교자 맛과 달라 깜짝 놀랐다.
후딱 먹고 무작정 걸었다. 먼저 도착한 동대문 시장은 문을 모두 닫았다. 걷고 또 걷는다. 근데 희한한 건 이렇게 걷는데 내 체중이 늘고 있다. 브라질에서와 달리 군것질도 안 하는데! 아마 보약 때문이 아닐지.
아 맞다. 평화시장에서 나를 반겨주는 우리 전태일 열사의 동상이 다시 내 가슴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아내에게 지난 역사와 전태일 열사의 희생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설명하다 지금도 먹고 살기 위해 목숨 걸고 일하는 우리 세대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아내와 내가 오늘 가장 잘한 일은 안경을 바꿨다. 브라질에서 맞춘 안경이 잘 안 맞았는데 이번에 시원하게 맞췄다. 가까이서 보는 안경도 하나 만들었는데 역시 잘 보인다.
드디어 맛본 붕어빵. 이걸 브라질에서 제대로 하려면 먼저 반죽을 배워야 한다. 왜 이렇게 만들 수 없는지 비밀은 바로 밀가루 반죽, 돌아가서 연구해야겠다.
매일 사고 또 사들이느라 짐이 무한정 늘고 있다. 인천 앞바다에 던져 멀리 산토스 항구까지 해류를 타고 갔으면 한다. 이걸 가방에 넣어 가지고 갈 생각하니 벌써 허리가 아프다.
아내는 왜 이리 사들이는 것일까? 물론, 나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돈만 내고 짐을 들고 다닌다. 입어 보라는 옷을 헉헉거리며 입어봤더니 지난번 모래내 시장 옷 집과 같이 말없이 입는 나 같은 남편 없다고 한다.
아 그리고 또 중요한 사실. 외국에서 왔다고 하면 바가지 씌울까 봐 서로 포르투갈어도 안 하고 한국말 철저히 하는데 한마디만 하면 바로 "외국에서 오셨죠?"하며 알아맞춘다. 우리 말투에 "엄...음...그러니까" 등 서울 사람이 절대 쓰지 않는 말을 쓴 단다 내가 말했지 집 나가면 바보 된다고. 상파울로에서야 똑똑이지 여기 서울에 오면 이렇게 바보 된다.
아 바보 소리 하니까 또 생각나네. 오늘도 주안역에서 갈아타야 하는데 표시를 잘 못 봐서 반대 역으로 나올 뻔했다. 한참을 또 내려가 걷다가 귀찮아 엘리베이터 탔는데 그것도 잘못 방향으로 가는 것이어서 또 올라왔다. 누가 봤으면 분명 "쟤네 뭐 하는 거야" 했을 듯하다. 그래서 뻘쭘할까 봐 엘리베이터 타고 나오며 한마디 "엘리베이터 정상작동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정말 이제 끝이다. 내일은 애들과 또 서울 나들이다. 한 15km 걸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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