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지하철을 잘못 타서 한바탕 쇼를 한 후 간신히 페이스북 친구 를 만나 즐겁게 지냈다. 매일 페이스북으로만 소통하다 처음 본 것인데 매일 본 것 같이 아주 편안한 사이가 됐다. 물론, 아드님은 나와 같이 상파울로에 살고 또 친구이기도 하다.
서울 지리를 잘 모르고 사야 할 것도 많아 걱정됐는데 다리가 아픈데도 불구하고 차를 몰고 오셔서 안내해 주셨다. 덕분에 맛있는 한식도 먹었고 아내와 생애 처음으로 한강에서 커피도 마시고 사진도 찍었다.
부산 사람 아내와 달이 서울에서 태어난 나는 아직 지리를 잘 모른다. 오늘 차를 타고 다니며 숭례문과 광화문이 연결된 것도 처음 알게 됐다. 추석 전이라 그런지 길에 차도 많이 있지 않았고 좋은 날씨였다. 하여간 오늘 같이 해주신 박명순님 정말 고맙습니다.
점심 후 우리부부는 장장 네 시간 동안 남대문 시장을 돌아 다녔다. 내일이 추석이라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지만, 그나마 열린 가게들을 하나도 안 빼놓고 뒤지며 아내는 이민 가방 하나를 채울 만큼 한가득 샀다. 아이들 옷과 신발, 화장품 등 어디서 그렇게 힘이 나는지 씩씩하게 돌아다니며 다 찾아냈다.
옆에서 조용히 가방을 들고 계산만 하던 내 체력이 드디어 바닥 났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잠을 못 자며 일했는데 여기 와서도 매일 저녁 전철 타고 다니느라 잠을 못 자고 있다. 오늘은 정말 길바닥에 누워서 잠을 자고 싶었다.
웃기는 건 하루에 10km 이상씩 걸으며 대한민국을 돌아 다니는데 왜 내 뱃살은 안 빠지는지 참 희한하다.
그나마 내 일정을 끝내고 아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어서 나름 뿌듯하다. 아내는 지금도 산 옷과 짐을 정리하며 행복하다고 말하는데 나도 덩달아 기쁘다. 내 사랑을 위해서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계속 같이 해줘야 한다.
이제 곧 시간으로 추석이 된다. 다들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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