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팬데믹 이후 브라질의 온·오프라인 시장 변화

착한브라질 2023. 8. 11.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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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팬데믹 기간 동안 70만여 명이 사망했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했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격리가 이루어지고 시민 이동은 제한됐다. 시민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서 오프라인은 큰 타격을 입었으며 반대로 온라인은 크게 성장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온라인 선호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브라질에서의 변화 속도는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978년 프랑스에서 브라질로 이민 온 부부가 창업한 'Tok&Stok' 가구점 회사는 일반 회사와 달리 처음부터 고급 제품을 선보이며 차별을 줬다. 그러나 시장 흐름을 따르지 못하며 한참 후발주자인 'Mobly'사에 밀려 매장을 닫고 있다. 최대 소매 의류업체 'Marisa'도 334개 매장 중 91개를 올해 안으로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유지비가 많이 드는 오프라인 매장이 하나둘 쓰러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시장 조사 업체인 SoluCX에서 내놓은 온라인 쇼핑 소비자 선호도에 따르면 응답자 중 80%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으나 87.3%는 여전히 오프라인 상점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다양한 제품·저렴한 가격·가성비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온라인 상점을 선호하지만, 오프라인 매장 인기도 무시할 수 없다. 편리와 전통이 계속 이어지는 공생인 것이다.
오랫동안 인기 많았던 프리미엄 제품 역시 점차 외면당하고 있다. 결제 플랫폼 Dotz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브라질 내 프리미엄 및 프리미엄 플러스 제품 소비는 전년에 비해 40.3% 감소했다. 고급 제품 판매 감소율이 가장 높게 나온 계층은 C·D 계층으로(월 소득 300달러 미만) 49% 하락했고 A·B계층에서는(월 소득 1천500달러 이상) 전년도 대비 29.5% 고급 제품 판매가 감소했다.
온라인 쇼핑으로 대체되며 지급방식도 바뀌고 있다. 브라질은 땅이 넓어 전국 5천개 도시에 모든 은행 지점이 없다. 이렇다 보니 은행을 직접 방문하는 사람도 적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온라인 뱅킹 시스템이 보급되었는데 1990년대 초반에 팩스로 계좌조회를 할 수 있도록 시작한 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 중 'PIX'는 한국의 토스와 같이 스마트폰 하나로 돈을 보낼 수 있어 그 인기가 높다. 납세자 번호(CPF)·이메일·전화번호 중 하나만 설정하기에 간단한 절차로 송금할 수 있는 것이 ‘PIX’의 인기 요인이다. ‘PIX’는 별도의 송금 수수료도 없기에 지난 2020년 11월 개통된 이후 지금은 브라질 전체 금융거래량의 34.1%에 달할 정도다.

PIX를 선호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높은 범죄율을 피하기 위해서다. 현찰을 사용하면 그만큼 범죄에 노출되기 쉬워 그동안 신용카드가 주 지불수단으로 사용되었지만, 이마저도 해킹 당할 위험이 있어 이제는 PIX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판매업자도 지불수단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와 달리 별도의 카드수수료가 없어 ‘PIX’를 선호한다.
ACI World Wide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브라질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실시간 거래가 많은 나라이다. 지난 2022년 전 세계적으로 1천 950억 건의 거래가 있었는데 이중 15%에 달하는 292억 건이 브라질에서 발생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에 따르면 PIX 사용자는 1억 4천700만 명이며 올해 4월 이용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8% 증가한 1억 4천 600만 건으로 집계되었다.
브라질 온라인 금융거래를 사용해 보면 아주 간단한데 그 이유는 브라질 국민 중 문맹자가 많기에 복잡하게 만들면 그만큼 시스템 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자거래 인터페이스를 쉽게 만들었더니 이를 악용한 전자 범죄도 상당히 늘어난다는 것이다. 카스퍼스키 백신 기업은 지난 2022년에만 스마트폰을 겨냥한 트로이목마 바이러스가 60만 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브라질 국내 계좌 20%가 범죄에 악용된다는 발표도 있었다.
브라질에서는 고객 계좌가 범죄에 악용될 경우, 그 책임을 은행이 지게 되어 있다. 비밀번호를 눌렀을 경우 등 특정한 경우에는 책임지지 않지만, 고객의 돈을 보호해야 하는 은행은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해커로부터 피해를 보면 그 피해 금액을 오롯이 은행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브라질은 각 지역에 따라 다른 물가 상승률로 압박 받고 있다. 게툴리오 바르가스 재단(FGV)이 측정한 지역 소비자 물가 지수(IPC-Regional)에 따르면, 가장 낙후된 북부와 북동부 지역은 올해 3월까지 12개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70%로 기록됐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남동부(3.03%)·남부(3.12%)·중서부(2.24%)보다 저소득층 지역의 물가상승률이 높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북동부에서는 가스·전기요금·임대료 등 생활비가 많이 올랐다. 빵·통닭·쌀·양파·토마토와 같은 식품도 올라 생활비에 압박을 주고 있다. 반대로 잘사는 남동부에서는 자동차·휘발유·항공권·건강 보험이 올랐다. 어디에 사는지에 따라 물가 상승률의 품목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지난 2002년에 처음 취임한 후 20년 만에 다시 돌아온 룰라 대통령이 이끄는 브라질. 앞으로 어떤 시장 변화가 올지는 계속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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