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싼 게 비지떡

착한브라질 2022. 12. 2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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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보려고 산 TV 리모컨이 고장 났다. 아이들이 여기저기 던지고 막 쓰는 바람에 고장 난 것이다. 집에 굴러 다니는 다른 몇 개의 리모컨을 돌려쓰고 있었는데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보기 위해 리모컨만 따로 샀다.

 

역시나 가격이 문제다. 배달은 총알 배달같이 4시간이면 금세 온다. 문제는 같은 모델 중 가격이 17 헤알(3.5불)부터 96 헤알(18불)까지 다양하다. '켜고 끄고만 되면 돼'라는 안일함에 싼 것 두 개 주문했다. 결과는 역시나 싼 게 비지떡.

왼쪽이 저가 상품 오른쪽이 정품

일단 받아놓고 보니 정품과 비교해서 무게가 절반밖에 안 되는 가벼움에 놀랐다. 이런 경우 많은 것을 빼고 만든 것이다. 배터리 놓고 몇 번 잘되나 싶었는데 얼씨구 바로 먹통이 된다. 크게 고칠 것도 없는데 혹시나 해서 배터리 빼고 보니 스프링이 잘 안 접히며 접지 불량이 일어나는 것이다.

왼쪽이 정품 스프링이 고정되어 있다. 오른쪽 가품은 스프링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 

몇 번 쓰다 포기했다. 다시 정품이라는 96 헤알짜리 주문했다. 제품은 역시 총알 배달이 좋다. 오후에 바로 받아보니 무게도 똑같고 잘만 된다. 이처럼 정품과 가품 사이 또다시 좋은 경험을 했다. 

 

여기서 잠깐, 그러면 왜 이런 저질 비품이 있을까?

 

몇 번 브라질의 복잡한 경제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먼저, 생산하기 위한 과정이 정말 복잡하다. 법인 설립 과정이 몇 년 걸린다. 인증도 많이 받아야 해서 준비만 하다 뒤로 넘어진다. 세금은 하늘만큼 많고 매일 바뀌고 다 따라 계산할 수 없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가격이 비싸진다.

 

두 번째로는 경쟁이 없다. 다양한 회사가 서로 경쟁하며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위와 같은 복잡한 과정을 견뎌내지 못하고 살아남은 몇 개 회사만 자기 하고 싶은 데로 한다. 그래서 제품이 변하지 않는다. 항상 똑같은 제품을 수십 년 그대로 만들고 있다. 질이 떨어지는 이유다.

 

세 번째로 구매력이 낮다. 비싼 것을 사는 사람도 많지만, 다수가 구매력이 떨어져 싼 것을 많이 찾는다. 좋고 비싼 것을 하나 사는 것보다 싼 거 두세 개 사놓고 쓰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싼 것이 10불이면 비싼 것은 4~5배 비싸니 어쩔 수 없다. 싼 걸 찾으니 싸게 만들고 이게 불량품을 만들게 된다.

 

그렇다고 모두가 싸구려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아래 도표를 보면 월 가구 수입이 4,200 불 넘는 A 가구는 2.8%가 넘는다. 1,359~4,212불을 벌어들이는 B 계층은 13.2% 가 된다. 이들은 가격보다는 질을 선호하며 좋은 것을 찾는다. 이들이 브라질 사회의 고급 시장을 이끌고 있다.

 

 

물론, 저가 제품을 자주 사용하는 월 가구 수입이 550불 정도 되는 D/E  계층이 50%를 넘는다. 월 500불 저는 계층이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아직 질 낮은 제품과 저가가 팔리는 것이다. 하지만, 오랜 경험으로 이런 것은 그리 오래 쓸 수 없다. 

 

어찌 되었건 좀 좋은 것을 사야 한다. 싼 게 비지떡 딱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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