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전에서 두부를 빼도 되나요?"
생방송 하루 전에 방송국에서 급히 연락 왔다. 두부전에서 두부를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묻는다. 아니,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지. 이럴 줄 알고 PD와 지난 주에 메뉴 확인한 것인데 역시나 하루 전에 이런 난리다.
"밀가루 없이 피자 만드나?" 일단, 먹어보라고 설득했다. 한편으로 요즘 인기 많은 잡채와 불고기 레시피 정리해서 보내줬다. 한식을 안 먹어본 사회자 께일라 (Keyla)는 당면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보이며 잡채는 싫다 한다.
어쨌든 설득하여 다시 두부전을 하기로 했다. 원래 방송 하루 전에 준비 다 끝내야 하는데 오후 늦게 확정하는 바람에 생방송 아침부터 분주히 재료 사서 다녔다.
집으로 돌아와 재료 다듬고 계량하고 시식할 것, 인서트로 찍을 것, 단계별로 넣을 재료 등 소분하고 구분하고 포장하고 요리하고. 시간은 항상 빠르게 지나간다. 다 챙겨 출발하고 보니 중요한 깻잎은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쉬고 있었다.
성탄절이 다가오며 길도 막힌다. 불황이라 어렵다는 소리 많지만, 역시 연말 장사는 잘된다. 평소 10분이면 지나갈 길 돌고돌아 40분 만에 방송국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준비할 시간이다. 이것도 한 시간 훌쩍 지나간다.
사회자와는 친분이 있다. 워낙 친근감 있게 행동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내 주위 한둘 친구를 건너 다 아는 사회다. 브라질도 인맥을 통하면 다 연결된다. 크면서 작은 사회 같다.
방송 시간은 12분 언저리. 앞 순서에서 여자 구두를 홍보하고 있다. 내 관심사는 아니라 큰 흥미는 없다. 언제 들어갈까 기다리는 내 마음은 콩닥콩닥 소리가 커지고 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긴장하지 하지 말고 지난 번처럼 순서를 빼먹지 말고. 아차차 매주 열리는 우리 한인촌 장터도 꼭 소개해야 한다.
인덕션도 살짝 켜놓아야 하고 순서대로 준비한 재료를 하나씩 넣어야 한다. 한식에서 많이 사용하는 두부의 효능과 맛을 설명하며 드디어 만든다.
께일라가 왜 두부를 싫어하는지는 방송이 끝나고 말해줘 알았다. 오래전 한인촌에서 생방송 중 한 아주머니가 건강식이라며 생두부를 입에 넣어 준 것이다. 이상한 맛과 식감에 고생한 기억이 있어 두부라면 질색이라 말했다.
처음 먹어본 사람에게는 희한한 두부. 다행히 이것저것 양념을 넣어 전을 구웠더니 입맛에 맞는다며 계속 먹는다. 결과는 대성공. 아주 다행이다. 이렇게 한식을 또 설명했다.
내년에는 단맛나는 떡을 만들자고 하는데 어쩌지. 떡 만들기가 쉬운 줄 아나. 휴 산 넘어 산이다. 이렇게 포르투갈어로 내놓은 내 한식 요리책 홍보가 어렵다.
참고로 이번 방송국은 기독교 한 종파 방송국이다. 전국으로 송출된다. 꼬박 보는 사람 많고 팬이 많다고 한다. 덕분에 나도 길거리에서 누가 알아보는 것은 아닌지 두근거린다.
어제부터 긴장해서 그런지 몸이 부엇다. 하루 10km 뛰는 것보다 힘든 방송. 다행히 잘 마쳤고 이제는 기절이다.
https://www.facebook.com/joao.son/videos/830995644241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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