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꿈에

착한브라질 2022. 7. 15. 02:31

새벽에 목이 말라 일어났다. 거실로 나와 큰 컵에 물을 가득 채우고 한 모금 마시는데 부엌문 저쪽 끝에 누가 서 있었다.

“거기 누구세요?
“나다”

작지만 다부진 목소리에 누군지 당황스럽다.

“누구요?”
“나다, 내 제자야”

제자라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정신 차리고 보니 예수님이셨다!.

“아니, 예수님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차차 이게 아니지, 오 주님, 나의 주님 어서 오시어.....”
“괜찮다, 우리가 한두 번 본 사이도 아닌데 그런 격식은 차릴 필요 없다. 내 너에게 할 말이 있으니 잘 들어라.”

예수님이 나에게 할 말씀이 있다고?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지만, 내일 아침에 복권을 꼭 사야겠다고 다짐하며 귀를 기울였다.

“네, 예수님 무슨 일이세요”
“그래, 건넛마을 산턱에 가면 늙은 부모를 모시며 아이들을 키우는 최 아무개가 있다. 그 사람을 찾아 내 말을 전하거라”
“네? 최 아무개요? 아니, 그런 사람을 어떻게 찾아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음, 건넛마을에 가면 산은 하나일 것이고 그 산턱에 사는 사람도 하나이니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건넛마을이라면 어디를 말씀하시는지 당최 모르겠습니다”
“아, 남쪽으로 가면 된다.”
“남쪽이라면 강을 건너 마을로 가는 딱 하나 길이 있는 그곳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그래, 그곳 바로 그곳!”

이때 예수님 목소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그렇지 아니 그 먼 곳까지 어떻게 가라고 나를 보내실까 하는 의아함에 다시 질문했다.

“예수님, 그런데 그 먼 곳까지는 어떻게 가야 할까요?”
“그것은 어렵지 않다. 먼저 뗏목을 구해 강을 따라 가면 된다.”
“아니, 요즘 같은 시대에 어디에서 뗏목을 구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가기 싫다는 것이냐?”
“아니, 그게 아니라. 갑자기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갑자기 예수님 얼굴이 살짝 하얘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재빨리 말을 바꿨다.

“아 예수님 제 말은 우리 집에 아주 빠르게 달리는 말이 있으니 우선 이걸 타고 나갔다가 강가에서 말과 뗏목을 바꾸라는 말이시죠? ㅎㅎㅎ”
“그래, 그렇게 하면 된다. 좀 진지하게 들어봐”

친근감 있는 목소리로 전하는 예수님 말씀은 대충 이랬다. 건너 마을 산 중턱에 사는 최 아무개를 찾아 예수님 말씀을 전하고 돌아오라는 말이었다.

“네 그리 하겠습니다. 그런데 전하는 말은 무엇인가요?”
“잘 들어라. 내가 딱 한 번 말할 터니 귀 기울이거라”
“네, 잘 듣고 있습니다.”
“………”
“….?…..네? 뭐라고요”

분명 입은 움직이는데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상황. 이상하다 생각되어 다시 봐도 예수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갑자기 거실 창 뒤에 하얀 불빛이 들어서며 예수님은 떠나시는 데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상황. 이런 황당함에 다급히 나는 소리를 질렀다.

“예수님, 뭐라고 그러시는지 안 들려요. 다시 말씀해 주세요. 네? 예수님. 예수님!”

그러나 내 소리침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떠났다. 다시 거실은 어두워졌고, 조용해졌다. 예수님이 전하라는 말이 무엇이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아 물을 마시고 침대로 돌아갔다.

건너 마을 산 중턱에 사는 최 아무개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Campinas 아니면 남쪽이라고 하셨으니 Sao Bernardo 하여간 모르겠다.

“그래, 아무래도 잘못 오신 것 같다. 무슨 브라질에서 최 아무개를 찾으시라는 것인지”

우리 집에 말도 없다는 사실에 안심하며 복권 번호 알려 달라고 예수님에게 기도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귀기울여 #잘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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