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아들아, 두려워 하지 말아라

착한브라질 2020. 6. 1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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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잘 놀다가 뭐가 마음에 안 들면 짜증을 낸다. 아들과 딸을 동시에 키워 보니 확연히 다른 것이 눈에 띈다. 차분하게 분위기 파악하고 자기 생각을 전하는 딸. 자기주장만 강력하게 표현하는 아들. 


아내는 이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굉장히 힘들어하는데 나는 왜 그러는지 대략 감이 온다.


사냥하고 약탈하던 옛날. 남자는 먹이를 찾아 아침부터 부지런히 사냥 떠난다. 눈에 띄는 것이 토끼인지 멧돼지인지는 모르겠고 닥치고 잡아야 먹는다. 남자는 무엇이 필요하면 눈에 들어오는 첫 가게에서 돈을 주고 사 온다.


여자는 집에서 애 키우고 산에서 먹거리를 구해야 한다. 썩었는지 들 익었는지 확인하느라 온 숲을 돌아본다. 최고로 좋은 것을 찾는 습성이 있어 쇼핑센터에 가면 그리 헤집고 돌며 다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


이처럼  남자 여자 생각과 행동 목적이 다르다. 그냥 다들 각자 습성을 따르면 되는데 가끔 사냥보다 살림을 좋아하는 사람, 피를 싫어하는 사람, 또는 열매를 따기 싫은 사람 등 역할을 벗어나는 사람이 있다. 


남자의 경우 힘이 세야 해고 민첩해야 한다.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데 내 옆 동료가 창과 같은 팔다리로 후들후들하고 있다면 자칫 맹수를 잡는 게 아니라 내가 밥이 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약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냥에서 제외됐다.


먹고살기 위해 힘을 내야 했고 강해야 했다. 똑같이 피를 보며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헛말과 헛행동이 두드려진다. 


아직 세상이 험하다 해도 이제 활과 창 들고 사냥을 나설 필요는 없다. 무리해서 힘을 과시할 필요 없다. 남자도 집에서 살림하는 시대다. 인내심 갖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찬찬히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아들에게 이런 걸 가르치고 싶다. 

 

그런데 딸은 다르다. 사랑을 듬뿍 받아서 그런지 강단이 있다. 아빠와 실랑이 벌어지면 눈웃음치며 오히려 설득한다. 세상 굳은 의지를 가진 아빠지만 딸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그러고 보니 아내와 딸. 둘 다 어렵다.

 


2009년에 발표된 "더 로드" 아빠와 아들의 여정이 담긴 재난 영화다. 내용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세상은 멸망했다. 몇 년간 재앙을 겪으며 엄마도 자살했지만, 아빠는 아이 때문에 삶을 포기하지 않고 처참하게 도망 다닌다.

 

영화를 보며 그때는 아이가 없었지만, 정차 아이가 태어나면 내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제 나는 확신한다. 할 수 있다. 아이는 그저 우리의 유전자가 아닌 이 세상에 있어야 하는 사랑의 등불이요 선물이다. 

 

우리는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 인내심을 갖고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두운 요즘. 아이들 보며 희망을 절대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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