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석 달 격리에 지쳐가는 우리

착한브라질 2020. 6. 1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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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가 무척 더워 낮잠도 거르더니 결국, 아들은 저녁도 안 먹고 잔다고 했다. 간신히 설득해 아빠가 안고 씻기겠다니 그러라며 잠이 든다. 아기였을 때는 쉬웠는데 이제 근 20kg 다돼 안고 씻기기 쉽지 않았다. 

 

짧은 시간도 힘든데 뉴스에서 본 한 부모 이야기가 생각났다.  아기 때부터 아팠다 이제 다 컸어도 안고 씻어준단다. 먹먹함과 자식 사랑이 크게 느껴진다. 돌아가신 아들 예수님의 시신을 앉고 슬픔에 잠긴 성모 마리아의 동상 피에타도 생각났다.


세상 누가 자기 자식이 안 예쁠까. 하루하루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 격리로 아이들과 있는 시간이 늘며 그 모습을 모두 담아두고 있다. 언젠가 예쁘게 커서 자기 삶을 찾아 떠날 때면 지금의 삶을 기억하고 인생의 즐거움 슬픔 모두 이겨내길 바랄 뿐이다.


격리가 이제 90일로 다가가는 지금, 이제 갖은 놀이도 흥미를 잃었다. 딸 다온이는 컴퓨터 화면에 비친 아이들 사진을 유심히 보며 갑자기 자기 친구가 보고 싶다 한다. 그렇다. 아이들도 이제 점차 지쳐가고 있다.

 

아빠도 엄마도 격리 첫 달과 달리 매우 힘들다. 요리도 하고 놀이도 하고 장난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아이나 부모나 같이 누워 동영상 보는 시간이 늘었다. 얼마 안 되는  공간에서 마구 뛰지 말라고 목소리 올리면 놀란 토끼 눈으로 겁먹고 울먹인다.


아빠는 당황하여 상황 설명하며 이웃에게 피해 간다고 말하지만, 아이에게는 상처가 된다. 같이 뛰놀고 해야 하는데 엄마 아빠도 체력이 모자라 힘들다. 그래도 매일 오전과 저녁 한두 시간씩 숨바꼭질하며 땀을 흠뻑 쏟아낸다. 그리고 기절한다.

 

누구나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터질듯한 스트레스만 쌓여가는 시대다. 몇 달 더 있어야 하는지 아니 앞으로 나갈 수 있을지 모르는 게 더 힘들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앗아가고 있다. 


뉴스에서는 자식을 학대하여 도망가게 하고, 가방에 넣어 질식사시키는 부모가 있다. 이혼한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11살 아이는 휴교령으로 학교도 못 가고 석 달간 굶고 지쳐 자살기도 했다. 다 부모가 어른이 책임지지 못해서 일어나는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지금 이 세상. 정작 아이들이 즐기지 못해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걱정된다. 마스크 쓴 사람으로 가득한 세상. 모두 집에만 있는 세상에 사는 아이들. 희망을 품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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