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한인회를 살리는 방법, 자녀에게 참여의식을

착한브라질 2018. 11. 9.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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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직접 만난 것은 울 아내가 쌍둥이 임신을 한 후였다. 결혼 7년 만에 간신히 가진 쌍둥이. 노산이자 초산이어서 더욱 조심하고 항상 아내 곁에 있을 때였다. 수년간 공석이었던 한인회 회장. 전임 회장은 비리로 탄핵당하였고 그다음 회장도 임기를 간신히 마치며 또다시 공석이 된 그 자리. 아무도 후보로 나오지 않자 고문단은 고민 끝에 한인회장 자리를 부탁하였고 이를 받아들인 사람이 바로 김요진 전 한인회장이다.


취임 후 김 회장은 내게 부회장 자리를 제의했다. 이미 아이들이 아내 뱃속에서 요동칠 때였고 최소 2년간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모든 공식 활동을 줄이는 차여서 정중히 반려하였다. 그렇다고 모두 줄인 것은 아니다. 책임은 갖자는 생각에 이사회에는 들어가 이사비를 내며 회의에도 참여했고 특히 주위에 한인회의 중요성을 알리며 참여와 관심을 호소했다. 


쌍둥이 아이가 태어나자 내 세상은 바뀌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은 물론, 내 인생 가치가 송두리째 바뀌며 세상을 바라볼 시간조차 없었다. 같은 시기 새롭게 출발한 한인회. 안타까운 소식도 가끔 들렷다. 감사가 제대로 안 된다. 이사가 갑자기 바뀌었다. 공금을 왜 그리 사용했는지 모르겠다 등. 어느 곳에서나 있을 만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열심히 굴러가는 한인회는 지지했다. 어쨌거나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긍정하게 봤다.


작년 임기를 끝내고 올해 35대 한인회장 후보에 다시 나선 김 회장. 앞으로 2년간 임기를 맡는다고 했을 때 대단하다고 했다. 선거에 승리한 김요진 회장, 그런데 이번에 사퇴했다. 왜 사퇴했는지 복잡한 문제가 있겠지만 그래도 짐작은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한인회장에게 손가락질하며 그의 잘못된 점과 잘하지 못하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자기 사업도 뒤로 둔 채 우리 한인 동포를 위하여 이리저리 뛴 그의 노고를 잊으면 또 안 된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능력 안에서 열심히 한 것이다. 이번에 그가 사퇴한 이유 중 한인회관 이전 계획이 틀어지며 많이 힘들어했다고 한다. 이전 절차를 철저히 하자고 말한 고문단은 누구인가? 전임 회장단과 한인회 초창기부터 물심양면 수고하신 분들이다.


어찌 됐건 반대파가 많은 것은 맞다. 미우나 고우나 회장이었던 자리가 이제 남았다. 이제는 고문단 체제에서 꾸려 가야 한다. 어떻게 꾸러 갈 것인지 그들이 만나 의논하고 결정할 것이다. 아직 일부 임원이 이끌고 간다는 소식도 들었는데 확실한 것은 이제 대표회장은 없다. 누가 됐던 이제 궁금한 것은 우리의 한인회 어디로 갈 수 있는지 그것을 알고 싶다. 


최소한 지난 임기 때 회의를 나가보면 나는 다섯 손가락에 들 유일한 40대였다. 대부분 임원은 50~60대였다. 물론, 오래전부터 브라질 한인을 위하여 열심히 활동한 사람도 있고 뒤에서 도와준 사람도 많다. 그러나 지금의 한인회는 우리 전체 한인회를 대표한다고 할 수 없다. 마지막 한인회장 선거 때만 봐도 나온 투표수가 2,000명이 되지 않는다. 가끔 정치에 도전하는 한국계 후보 표를 합하면 3,000표도 안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 한인의 숫자가 적다는 것이다. 한때 5만, 7만, 9만 명까지 말하던 한인 동포사회. 아무리 무관심하고 참석률이 아무리 낮아도 총 2,000표가 안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브라질 현지 선거는 국적을 바꿔야 해서 우리 한인의 직접 영향을 줄 수는 없다. 그래도 이곳에서 태어나고 귀화한 사람을 보면 그 숫자도 적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로 본국으로 귀환하는 사람이 늘어 한인 동포 사회과 줄어들고 있다. 예전에는 한인회에서 사업을 하면 나오지는 않아도 뒤에서 후원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제는 이런 시대가 지났다. 먹고살기도 바쁘고 사업장도 많이 줄었다. 그보다 세대가 바뀌어 한인회를 모르고 특히 한국어 사용자도 줄며 그 존재 자체가 위협되는 상황이다.


특히 젊은 세대. 어렸을 때 부모와 이민 온 1.5세대와 이곳에서 태어난 2세. 이들은 한인회 참석은 물론,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이것은 꼭 한인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 단체 등 전반적인 한인 동포 사회의 문제이다. 그럼 왜 참여를 안 할까? 가장 큰 이유는 한국어를 못 하는 것도 있고, 평소 한국 문화에 관심 없어 한인 사회의 중용성과 단체 문화가 생소하다. 또한 부모가 속한 단체에 좋아하며 참여할 자식은 없다.


그렇다. 부모가 아무리 한인회와 우리 사회를 걱정하고 봉사해도 자식은 부담이다. 평소 부모님과 한국어로 대화하기도 어렵고 그냥 대화 자체가 어렵다. 나도 그렇다. 우리 부모님과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는 것은 부담인 것은 확실이다. 그래서 방법은 이들 젊은 세대가 참여할 수도 있도록 기성세대가 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 한 번에 만들어 줄 수 없고 지금부터 노력해서 나오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질문 하나. 요즘 한인 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 중 자식과 함께 나오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한인회 숫자가 줄어든다, 참여율이 저조하다 하지만 사진을 보면 정작 자기 자식이라도 데리고 나온 사람은 없다. 물론, 더 나오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며 포기하지 말고 주위 한인의 참여를 독려하기보다 사회의 가장 기본은 가정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가 크리라 생각이 든다.


요즘 시대를 이끌어갈 2~ 30대는 따로 놀고 있다. 지금 같은 방식이라면 한인회가 언제까지 유지될까? 글쎄 찾아보고 논의해 보자. 한인회비를 내라고 신문에 광고 내는데 그 신문을 읽는 사람도 줄었다. 또 요즘 2세대는 한글도 잘 모르고 카톡 같은 SNS만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이들과 소통하려면 그들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 한인회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우리 한인의 권리를 찾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런 것부터 챙겨야 한다.


한인회의 필요성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될 만큼 모두 알 것이다. 우리는 지금 남의 나라에 와서 국적도 외국인으로 살고 있다. 우리가 챙기지 않으면 권리는 빼앗기고 우리 가치관도 없어질 것이다. 이를 지키고 이어가기 위해 젊은 세대가 참여하여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그 방법은 한두 번 회의해서는 나올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각 교회와 단체를 돌며 젊은이 한 명 한 명에게 호소하고 참여 독려해야 한다.


몇 달 몇 년이 걸려도 해야 한다. 나도 항상 많은 소식을 듣는데 가끔 한인회 소식을 놓치는 것도 있다. 그만큼 관심을 두지 않으면 모르는 게 많다. 우리 브라질 한인회를 자식에게 알리자. 100명의 젊은이가 모인다면 이들이 바로 브라질 한인회를 대표하며 이끌어 갈 힘이 될 것이다. 그들이 모여 논의하고 앞으로 나갈 방향을 제시하고 우리 기성세대는 지지와 후원을 해줘야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한다. 


이 모두 나뿐만 아닌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는 세대를 위한 준비 과정이다. 지금 어렵다 해도 앞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끝으로 정말 많은 고생을 한 김요진 회장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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