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연락 하지마, 뜻밖의 세상 갑질에 을이 아프다

착한브라질 2018. 10. 3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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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은 이제 자정을 넘어 12시 반이다. 구내염으로 고생 중인 아들이 늦게 자는 바람에 10시 넘어 방에서 나왔다. 졸리지만 설거지와 유치원에 가져갈 젖병과 물병 씻고 팥도 씻어 뒀다. 주말 수업에 쓸 팥앙금. 밤새 물에 불려 내일 오전부터 삶을 계획이다. 좀 잤으면 하는데 일단 한국에서 온 이메일 답한다. 


브라질에 한식을 전파하는 타이틀로 나를 인터뷰하고 싶다는데 왜 내가 인터뷰할 사람 일정에 맞춰야 하는지. 몇 번 약속 잡다 내일 오전에 바쁜 나보고 오라 해서 연락처 차단해버렸다. 지난번에는 KBS 방송에 출연시켜준다며 득달 거려 간신히 갔더니 그냥 나한테 뭐 좀 뜯으려고 한 사람도 있었다. 잘하지도 못하는 포어로 떠듬떠듬하는데 참 안타까웠다.


다들 바쁘게 사는데 나도 바쁘다. 그래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간다. 항상 그렇지만 심한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 중이다. 아무리 약을 먹어도 안 낫는 가장 큰 이유는 잠이 확실히 모자라서다. 밤새 글 쓰고 정보 찾고 다듬고 하면 새벽에 자기 일쑤이다. 아침에는 일찍 아들이 깨워 잠을 못 자고 주말에는 애들과 온종일 있으면 몸에 열이 난다. 


운동하고 살 빼고 건강을 지키라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도대체 왜 이렇게 사냐며 타박을 주는 사람도 꽤 있다. 정작 이런 말 하는 사람은 단체 생활은 물론, 어디서 봉사 당번 한 번 안 한 사람이 확률이 높다. 인생 각자 잘 사는데 남 이야기하기 좋아하고 정작 손가락 까딱 안 하고 세상을 판단한다.


그래도 언젠가는 내 도움이 필요하다며 연락한다. 나야 뭐 성격이 모질지 못하고 보편적인 생각을 하자고 다짐해서 그래도 도와준다. 나한테 고맙다고 안 해도 좋다. 단지 주위를 보고 조금이나마 나눠줬으면 한다. 불평할 시간에 주위 사람을 생각하고 잘못된 것은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정치가 개판이다. 물가가 비싸다. 치안이 불안하다. 불만은 많지만 뭐 하나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정말 적다. 무엇을 어찌하든 꽃을 들고 길에서 나눠줘봐라. 받는 사람 좋아하고 하루가 즐거워질 것이다. 나보다 앞서려는 차에게 양보하자. 그는 뭐가 바쁜지 먼저 가야 할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를 째려보는 이웃에게 먼저 인사하자. 그도 언젠가는 마음이 풀려 인사할 것이다. 15 헤알 짜리 밥을 먹어도 두 개를 사 배고픈 이웃과 나눠 먹고 청소하는 직원에게 커피를 사줘라 . 가장 고달픈 이들은 배고픈 이들이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눠주기 싫으면 내가 아는 것을 나눠주면 된다. 


남이 뭐라하던 내가 스스로 떳떳하면 된다. 남을 미워하지 않고 나를 귀찮게 하고 매도해도 나와 달리 그들만의 생각임을 명시하고 세상을 바라보면 된다. 요즘 말도 안 되게 세상 이치 앞뒤 거꾸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에게 똑같이 하여 저질이 되기보다 나만이라도 정도를 지키며 살아야 한다. 


주말 팥앙금이 잘 되길 기도하며 정말 불필요한 사람은 연락 좀 안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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