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브라질 음식속에 융화된 한식

착한브라질 2016. 5. 1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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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브라질은 주변 나라와 확연히 다른 문화를 많이 가지고 있다. 남미를 먼저 발견한 스페인 바로 옆 나라인 포르투갈이 개척한 브라질은 민족과 언어가 달라 지금도 중남미 여러 사람이 모이면 그중 눈에 띄게 다른 사람들이다. 유럽인의 개척 시대 전 중남미 여러 곳에는 이미 여러 민족이 살고 있었는데 그중 잉카와 아스텍은 찬란한 문명을 열었던 반면, 아마존을 비롯한 넓은 브라질 땅에 살던 원주민은 글과 옷도 없이 살고 있었다. 1500년 도착한 포르투갈 개척자들은 채광과 농사에 쓸 인력 노예로 먼저 원주민을 학대하다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를 18세기부터 들여오게 되고 19세기 초에는 노예 해방으로 모자란 인력을 대체할 유럽 이민자를 받아들이며 각국 문화가 융합된 열정의 나라로 발전한 것이다. 이렇듯 여러 문화가 뒤섞인 브라질은 세계 유일한 문화를 많이 가지고 있다. 음악 삼바 하나만 봐도 유럽 차차차와 궁중음악, 아프리카에서 흑인을 통해 들어온 토속음악, 남미 원주민이 추던 축제 음악, 이 모든 것이 합해져서 탄생한 것처럼 예전에 있던 것과 새로운 것의 만남이 이뤄지는 곳이다.

 



가장 보편적으로 설명하자면 정통적으로 고풍과 품격을 나타내는 유럽문화, 뜨거운 열정으로 표현되는 라틴문화, 흥이 넘치는 아프리카 흑인 문화 그리고 신비한 원주민 문화가 뒤섞이며 다른 나라와 확연히 다른 새로운 문화가 탄생한 것이다. 음식 문화 또한 여러 민족의 영향을 받아 발전하여 세계에서 특이한 음식문화가 많이 정착하게 된다. 먼저 이곳 남미가 원산지인 만지오카(Mandioca)는 삶으면 감자 비슷한 맛을 내는데 갈아서 말린 가루에 고수풀과 달걀 그리고 올리브유를 섞어 볶는 파로파(Farofa)는 음식에 곁들여 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이탈리아에서 들어온 파스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인데 특히 매주 목요일은 파스타의 날로 지정되어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먹을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50여 년 전 일본 라면 공장이 생기며 퍼져 지금은 국민 모두 사랑하는 음식이 되었는데 우리 한인 입맛에도 대충 맞는다.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을 통해 많은 향신료가 들어오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덴데오일(Azeite de dendê)이라는 팜유로서 음식에 넣고 끓이면 맛있는 죽을 만들 수 있고 튀김에 사용하기도 한다.

 

식민 개척 초기 시절부터 가죽과 고기를 얻기 위해 들여온 유럽산 소는 습하고 높은 온도로 대부분 죽고 실패하게 된다. 더운 지방 이집트에서 들여온 제부(Zebu)라는 이름의 소는 제법 적응 잘하며 한때 가장 많이 키웠지만 가죽질이 안 좋고 맛이 별로 없어 상품성이 떨어졌는데 19세기 초 인도에서 들어온 소와 접종시켜 브라질에 맞는 소를 드디어 개발하게 된다. 이 소는 지금의 넬로리(Nelore) 종으로 현재 2억 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다. 식민지 초기 시대에는 가죽을 얻기 위해 키우던 소여서 고기는 주변에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고 고기 가격이 싸서 많이 먹게 된다. 이 문화가 지금도 남아 가장 싸고 보편화한 음식이 소고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흔한데 성인 1인당 연간 40kg을 소비한다. 하여간 유럽에서 들여온 소고기 문화는 긴 꼬챙이에 꿰어 숯불에 구워 먹는 슈하스코 문화를 탄생시켰는데 브라질 음식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 꼽힌다. 주말에 친구들과 파티 또는 생일파티 등 언제나 시간만 나면 싼 소고기를 종류별로 잔뜩 사서 단지 굵은 소금만 뿌려 구워 먹는데 돼지갈비나 닭고기도 넘쳐나는 진정한 고기 축제가 열린다.



 

중남미 음식 대부분 스페인 영향을 받고 현지 원주민의 문화가 많이 섞였다면 브라질은 그중에서도 유일하게 쌀을 주식으로 먹는 것 또한 큰 차이로 남아있다. 스페인을 700년간 지배한 아랍문화를 통해 전파된 쌀은 포르투갈 사람을 거쳐 브라질에도 전해졌는데 매일 만들어 먹는 쌀밥은 우리 한국 사람의 밥심과 같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먼저 쌀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전부 빼두고 냄비에 기름을 두룬 후 다진 마늘과 양파를 함께 넣어 볶다 소금으로 간을 한 후 반 정도 익으면 물을 넣어 끓인다. 빵과 파스타도 많이 먹지만 흰 쌀밥은 중요한 주식으로 빠지면 안 된다. 또한, 흰 쌀밥에는 훼이정(Feijao) 이라 불리는 베이컨과 소금으로 밑간 후 끓인 팥죽을 곁들여서 먹는데 이 두 가지 모두 환상의 궁합을 이뤄 한국인 밥상에 김치가 빠지면 안 되는 것처럼 꼭 나온다. 밥과 훼이정을 섞고 그 위에 매운 고추기름으로 만들어진 삐멘따(Pimenta) 소스를 뿌려 매콤하게 만들고 파로파를 비비면 고소한 맛을 더한다. 여기에 양파와 토마토를 썰어 식초와 올리브유로 양념한 비나그레찌(Vinagrete)는 시큼한 맛이 꼭 김치와 비슷해 전혀 부담감 없이 먹을 수 있다.  

 

이렇듯 한국같이 밥을 주식으로 먹고 소고기가 흔한 브라질 음식은 한국에서 지금 막 온 사람도 부담감 없이 먹기에 편하다. 빵이 아닌 밥을 먹는다는 자체로 큰 차이라고 할 수 없고 또 다른 맛있는 이유를 추가하자면 여러 가지 맛을 한 곳에서 느낄 수 있는 부풰식을 들 수 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지난 1980년대 브라질 경제는 연간 수천%의 인플레이션을 기록하던 시대였다.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두 배에서 심하면 세 배로 뛰던 시절,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소비자들은 돈을 안 쓰게 되었고 상업계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는데 당시 한 식당 주인이 이런 어려운 불황을 이겨내고 손님을 끌어들이고자 새롭게 개발한 시스템이 바로 손님이 먹는 음식값을 무게로 계산하는 뽈낄로(Por kilo) 식당이다. 킬로당 기본가격을 정해놓고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집어 접시에 올려 무게를 재면 가격이 나오는데 먹고 싶은 것만 딱 골라 먹을 수 있어 시작되자마자 큰 인기를 얻었고 소비자 취향에 딱 맞아 상파울로에서 시작하였으나 전국적으로 퍼져 지금은 가장 기본적인 식당 모델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아니면 식당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뽈낄로 식당에서 차려진 음식은 다음과 같이 준비되어 있다. 먼저 준비된 쟁반과 접시를 들고 앞을 가보면 여러 치즈와 빵을 지나게 되는데 대부분 손님은 한 개씩 접시에 올린다. 다음, 여러 종류의 과일을 지나면 샐러드바가 있는데 최소한 5~6가지 또는 10여 개 이상이 준비되어 있다. 그다음 코스로 밥과 파스타 종류도 최소 3가지 이상이 나오고 맨 마지막에 보면 고기 요리가 4~5 가지 종류별로 있다. 이 모든 순서를 맞춘 이유는 가장 저렴한 과일과 샐러드를 얻게 하여 접시 무게를 올리는데 있고 비싼 고기는 맨 나중에 얹게 하여 무게감을 주도록 유도한 것이다. 샐러드는 올리브유와 식초로만 양념했었는데 십수 년 전부터 외국에서 드레싱 소스가 들어오며 지금은 종류별로 많다. 하여간 이런 식의 뽈낄로 식당은 각자 취향에 따라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고 대체로 저렴한 가격이어서 점심때 사람이 많다. 물론, 고급식당에서 준비하는 것은 샐러드만 십수 가지 고기도 열 몇 가지를 준비하고 킬로당 20불이 훌쩍 넘는지만 대체로 킬로당 10불 정도여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이렇듯 여러 음식을 먹으며 발전된 브라질인 입맛은 점차 고급화되어 가고 요즘 브라질 사회에서 가장 뜨겁게 관심을 받는 우리 한식도 한 발짝 더 가까이 스며들고 있다. 케이팝으로 시작한 한류 붐은 이제 2세대로 접어들며 10대 팬만의 고유문화가 아닌 소비자로 탈바꿈하는 문화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류의 마지막 단계인 먹거리 한식도 큰 부분을 차지하며 방송에서 본 것과 똑같은 음식을 먹고자 한식당을 찾고 집에서 요리해 먹기 위해 한국식품점을 찾아 필요한 재료를 사는 브라질인이 꽤 된다. 요즘 한식당을 가보면 상 푸짐하게 차려 놓고 땀을 뻘뻘 흘리며 매운 음식을 먹는 브라질인을 꽤 보는데 시장을 지키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제일 먼저 한식을 규격화하여 시장에서 보편적인 음식이 되도록 준비해야 한다. 불고기도 Bulgogui, Bulgogi, Burgogi 등 여러 개 있어 혼동을 주고 있고 식당마다 다른 게 준비되는 반찬을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다. 보다 전문적인 홍보 그리고 브라질 소비자 취향에 맞는 재료와 입맛을 연구해야 한다. 하여간 여러 문화가 어우러져 지금의 대국으로 발전한 브라질에 우리 한국문화도 융화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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