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브라질 사회에서 많이 회자하는 글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배우자나 친구에게 “당신은 나를 믿은 적이 없고 지금도 믿고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 관계는 끝”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놀라서 무슨 일인가 허둥지둥 연락하는 사람도 있고 오해라고 없는 죄도 불어대며 무조건 용서를 비는 사람도 있고 너무 황당해 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신문도 안 보느냐고 타박 하는 것입니다. 이 글은 바로 서로 신뢰를 확인차 쓴 글인데 어디서부터 유래됐는지 알면 더욱 재미있습니다. 바로 폭풍속 고요함을 지내고 있는 정치계의 두 거물 미쉘 떼멜 부통령이 지우마 대통령에게 보낸 글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얼마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하원에서 통과되며 불안한 지우마 대통령은 여기저기서 아군을 모으느라 혈안이 되어 있는데 가장 큰 동지인 PMDB의 당수이지 부통령인 떼멜의 지지를 기대했었습니다. 그러나 소추안이 시작된 시점부터 조용하더니 은근히 야당인 PSDB와 물밑작업을 한 것이 드러나 심기 불편하게 하고 지난주에는 편지로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표출한 것입니다. 주된 내용은 지난번 임기에서는 허수아비처럼 소외시키고 미국 부통령과 만남에도 부르지 않고 당 대표인 자기를 배제한 체 소속당 당원과 결의안을 만들었던 일 그리고 경제개혁안 등 실질적인 활동에서 제외된 점 등 11개 항목으로 조목조목 따지며 자신을 한 번도 신뢰하지 않았다는 것을 특별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신호탄으로 정부에서는 즉각적인 구애를 다시 보내며 불을 끄기에 급급했고 떼멜 또한 편지는 개인적으로 지우마에게 보내는 편지라며 대중에게 공개된 것에 대해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PT와 연립정부를 수립한 PMDB는 지금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습니다. 하원 원내 대표인 삐씨아니 의원은 지우마 대통령을 지지하자 당에서 원내대표 자격을 박탈하였습니다. 그리고 하원 탄핵소추안에 많은 당원이 찬성하며 현 정부와 거리를 두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불안한 당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자 대권을 쥘 수 있다는 기회가 떼멜 부통령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것입니다. 주세 쎄하를 비롯한 PSDB에서는 만약 떼멜이 대통령이 되면 적극적인 협조를 하겠다고 표명하며 벌써부터 새 정부를 구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PSDB에서는 당연히 표를 모으며 탄핵안에 힘을 가하고 있습니다. 한편 연방대법원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탄핵 소추안에 제동을 걸며 시간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편 지우마 대통령은 이제 전략을 바꿔 작년 회계에서 발생한 1,100억 헤알의 재정적자는 배고픈 국민에게 돌아갈 볼사 파밀리아로 나눠줬다고 당당히 인정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셈인데 이 돈은 불쌍한 사람을 위해 나눠준 것이니 죄가 아니라는 괴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욱 심각한 것은 정작 이 많은 돈의 30%는 기업, 26%는 연금 그리고 24%는 농업 보조금으로 나눠줬고 정작 볼사 파밀리아에는 19%만 준 것으로 나타나 이 말도 틀린 것으로 나타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대통령 지지파들은 지금의 탄핵 소추안은 위법이라고 주장하며 국민을 선동하지만 지난 1992, 1994 그리고 1999년에 당시 대통령 탄핵안을 제시한 노동당의 이중성에 대해서 국민이 질려 버려 할 말을 잊게 하고 있습니다.
이번 탄핵안의 칼을 쥐고 있는 떼멜 부통령의 당 PMDB 역사는 1964년 군사정권이 양당제를 시행하며 Arena 당을 만들자 공산당(PcdoB), 브라질노동당(PTB) 등 여러 당을 합당하며 탄생한MDB가 그 시초입니다. 군사정권에 반대하며 야당 역할을 충실히 하다 1980년부터 다당제가 허용되자 PMDB로 이름을 바꾸며 1984년 민주화의 길을 다시 여는 등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당에서 빠져나간 인물들이 PSDB 당을 만들자 같은 우파를 지지하며 1994년~2002년 엔히끼 정부와 연립여당을 만들었고 2003년부터는 좌파 지금의 노동당을 지지하며 정부를 유지하고 있어 변신 또는 배신이라는 말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하여간 시끄러워지는 탄핵안이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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