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 살다보면 좋은 점이 많지만 몇가지는 정말 아니올시다 하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다. 그 중 병원 시스템은 하도 답답해서 속이 터질 정도이다. 진료를 받으려고 예약하다 보면 시간이 하도 오래 걸려 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듣던중 반가운 소식으로 개인건강보험회사는 이제 수술, 산부인과, 소아과 진료 예약을 7일 안에 해야 한다고 보건부에서 가이드 라인을 설정했다. 그 동안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자리가 없다고 의사가 없다고 한 달 두달 걸리던 것들이 이제 7일안에 해결해야 한다. 그외의 전문분야는 최대 14일 이내에 하도록 하고 있다.
아래는 예전에 썼던 글들인데 참고하기를 바란다.
병원은 일반적으로 종합병원, 진료소 그리고 검사소 이렇게 3가지로 나누게 된다. 먼저 가장 보편적인 종합병원은 응급처리는 물론 수술 까지 할 수 있다. 종합병원은 대부분 규모가 큰 곳들로서 대부분 시, 주 또는 연방 등 공립 병원이다. 공립병원은 모든 치료가 무료이다. 그러다 보니 각종 환자들이 몰려 때로는 제 때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 또는 엉터리로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진료소는 치료는 하지 못하고 전문적인 진료만 본다. 종합병원에서도 의사가 있지만 이들은 일반의 또는 인턴의사로서 응급환자만 치료하고 보다 확실한 병명을 알려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피가 난다던가 아니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아프면 일단 응급실이 있는 종합병원으로 가지만 여기서는 간단한 치료만 하고 전문의를 찾으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검사소는 피검사, 엑스레이, 소변 검사 등 모든 검사를 하는 곳이다. 이곳은 한국과 달리 병원 자체에서는 이런 검사들을 하지 않고 라보라또리오(Laboratorio)라는 검사소에서 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검사들이 한 곳에서 하지 않고 엑스레이 따로 피검사 따로 등 모두 따로 떨어져 있어 불편하기 그지 없다.
이렇게 분업 되어 있다 보니 불편 한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A 라는 사람이 언제부터인가 속이 쓰리고 소화가 안돼 병원을 찾으려고 한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전문의 진료소에 전화를 해서 진료예약을 해야 한다. 예약은 보통 1주일 후에 잡히는데 명망 있는 의사인 경우 몇 달 후에나 예약이 가능하기도 하다. 예약한 날짜에 진료소에 가서 서류를 꾸미고 기다리다 보면 의사와 접견하는데 의사는 일단 간단한 질문과 청진기로 진료를 간단히 한다. 그리고는 소견으로 위산과다 같다며 내시경, 20여가지 넘는 피검사, 초음파, 대.소변 검사 등을 해오라고 진단서를 써준다. 여기까지가 가장 쉬운 첫 단계이다.
그 다음부터는 피검사, 초음파, 대.소변 검사를 위한 예약 전쟁을 해야 한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라보라또리오가 따로 있어서 전화로 예약 하다 보면 어떤 곳은 1주일 어떤 곳은 3주 후에나 예약이 되는 등 복잡하다. 그래도 예약된 대로 다 검사하고 나면 이번에는 검사결과를 받으러 가야 한다.
검사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고 검사하고 대체로 1주일에서 2주일 후에야 나온다. 하여간 이런 저런 검사를 다하고 나면 보통 한 달은 그냥 훌쩍 넘긴다. 그럼 이번에는 다시 의사 진료소에 전화해서 진료예약을 해야 한다. 또 1주일 후에야 잡힌다. 이번에 모든 검사 결과를 가지고 가면 이를 검토한 의사가 비로서 처방전을 써 준다. 그럼 이 처방전을 가지고 가서 약을 사먹고 석 달 후에는 다시 의사에게 가서 마지막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위와 같이 모든 단계를 거치다 보면 정말 중간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나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 돈 없고 빽 없는 시민들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SUS(공공의료보험)를 사용하다가 치료는커녕 진단도 못 받고 죽는 사람도 있다. 또 나 같은 한국 사람은 진단 받으러 검사하러 여러 곳에 다니기가 귀찮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기도 하다. 몇 년 전 한국에 나갔을 때에 속이 아프다 하니 길을 가다 아무 병원에 들어가 의사와 접견하고 바로 그 병원에서 초음파, 내시경을 하고 처방전으로 받아 1시간 만에 나온 적이 있다. 빠른 진단도 놀랬거니와 예약도 필요 없고 모든 검사를 한 곳에서 다 해서 정말 편리했다.
브라질에도 교포들이 운영하는 진료소 그리고 진료만 하는 종합병원도 있다. 그러나 교포들은 한인 의사들은 비싸고 또 진료를 잘 못한다며 불신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포어를 잘 못하는 교포들이 주로 한인의사를 찾았으나 요즘에는 포어를 잘 해서인지 여간해서는 브라질 의사를 찾는다. 그리고 오진으로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는 소문으로 한인 의사를 피하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오진은 브라질 의사도 있는데 좁은 한인사회에서 활동하다 보니 괜히 소문만 안 좋아지는 것 같다.
진료 또는 치료가 느려도 제대로만 된다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게 브라질이다. 아픈 병보다는 느려 터진 제도로 속이 터질 죽을 것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아예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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