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영어는 젬병인 나라 브라질...

착한브라질 2012. 3. 24. 23:59
반응형

몇 년 전 전세계적으로 히트한 “라밤바”라는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여기서 주인공 리치는 멕시코계 미국인으로 스페인 어를 섞어 가며 노래를 부르며 공전의 히트를 쳤다. 알다시피 멕시코는 스페인어를 쓴다. 멕시코 뿐만 아니라 미스 월드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 베네주엘라, 마약이 판을 치는 콜롬비아, 저 멀리 남쪽 탱고의 나라 아르헨티나도 모두 스페인 어를 쓴다.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브라질은 어느 언어를 쓰나? 브라질어? 스페인어? 뚜삐과라니어? 영어?. 정말 생소한 질문이라고 생각될지 모르나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쓴다 줄여서 그냥 포어라고 한다. 왜 포어를 사용 하냐고 묻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지리 역사 시간을 갖겠다. 


스페인이 신대륙을 재발견하고…그렇다 재발견이라고 한 것은 요즘 학계에서는 이태리 태생 콜럼버스가 발견하기 전에 이미 바이킹 등 다른 종족이 발견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근데 이것도 참으로 웃기는 짬뽕인 것은 워낙 이 땅에  살고 있었던 인디오들 입장에서는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생각해 봐라 집에 있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이 들어와 이 집을 발견했다고 말한다면 어쩔지..


하여튼 스페인은 새로운 대륙에 대한 기대가 많아 점차 아래로 내려가며 지역을 넓혀 갈 때쯤 신흥 세력으로 성장한 옆집 포르투갈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어 자신들이 내보낸 뻬드로 알바레스 까브랄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탐험가가 1500 4월 21일에 남미를 발견(!)했다고 한다. 근데 이것 또한 웃긴 것이 1500년에 포르투갈이 발견한 것이 아니라 스페인이 먼저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고 또 실제로 브라질 북부 사람들은 대체로 많이 수긍한다. 누가 발견했던 다시 말하지만 현재의 남미 대륙은 이미 존재해 있었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어떠한 사람인지는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이들도 무시하면 안 된다. 역사적으로 전세계를 최초로 일주한 사람이 바로 마젤란(마갈롕이스)으로  포르투갈 태생이고 최초로 남아프리카를 해양으로 돌아서며 희망봉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모두 포르투갈 사람이며 유럽과 인도를 연결하는 해도를 발견한 사람들도 모두 포르투갈 사람이다.  진취적이지만 화끈한 성격에 모험을 좋아하는 인종인 포르투갈인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하여튼 남미를 두고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해외에서 식민지 개발로 서로 경쟁을 벌이고 있을 때 정작 본국에서는 서로 치열한 전쟁으로 피를 흘리며 싸우느라 정신들이 없었다. 이런 무리한 경쟁으로는 국가를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에 처해, 당시 유럽의 큰 중심이었던 교황청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교황은 극진한 카톨릭 국가인 두 나라가 서로 싸우는 것은 형제들끼리의 싸움이라며 중재에 나서서 남미 대륙을 양분하여 나누게 된다.





이 넒은 어떻게 나누었냐 하면 먼저 지도를 놓고 아프리카의 카나리아 군도에서 왼쪽으로 1600km 지점을 중심으로 북에서 남으로 쭉 그어서 왼쪽은 스페인이 오른쪽은 포르투갈이 차지하게 된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이나 두 나라 모두 남미의 광활한 크기에 대해서는 서로 모를 때였다. 그냥 쭉 줄 그어서 왼쪽은 네가 오른쪽은 내가 먹는 식으로 정리한 남미는 그러나 두 나라의 경쟁적인 탐험으로 점차 크기를 넓혀 간다.


이러한 이유로 브라질은 이 때부터 본격적인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아 포어를 사용하게 됐다. 포어는 세계에서 영어, 스페인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가 중국어 인도어라고 말하는 당신! 국제화 시대에 따라 전세계적이라고 강조하지는 않겠다. 포어는 스페인어, 이태리어,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모두 옛날 라틴어에서 파생된 언어다. 같은 라틴어를 모계로 하고 있지만 이중에서 가장 발달된 언어로 포르투갈어가 뽑힌다. 일전에 세계 언어학자들이 모여 한글이 가장 배우기 쉬운 글이고 한국어가 표현력이 가장 많다고 했다. 빨간색만 보더라도 빨갛다, 붉다, 벌것다, 등등 많다. 또한 이 회의에서 포르투갈어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문법을 가지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포르투갈어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동사의 규칙이다.


먼저 제1인칭이냐 아니면 제3인칭이냐를 따지는 인칭(人稱) 그 다음이 과거, 현재. 미래를 다루는 시(時) 그 다음 단수냐 복수냐의 수(數) 직설, 조건, 명령, 접속, 부정을 다루는 법(法)이 있다. 또 단어가 남성이냐 여성이냐에 따라 정관사가 달라진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단어마다 사이에 들어가는 전치사의 화려한 변화이다. 인칭(人稱), 수(數) 그리고 성(性)에 따라 de, do, dos, da, das 로 바뀐다. 이를 잘 따르지 않으면 말이 이상해 지는 것은 물론 뜻이 확 달라질 때가 있다.    


포르투갈어는 세계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가까운 일본말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500년대 중반부터 일본과 교역을 가지며 포르투갈어도 전해준 모양이다. 일본말로 컵을 뜻하는 고뿌는 꼬뿌(Copo)에서 비누를 뜻하는 사본은 싸벙(sabão) 그리고 오뎅으로 잘못 알려진 덴뿌라는 포르투갈어의 뗌뻬랄(Temperar:튀기는, 양념하는)이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이다. 뭐 일본말로 감사하다는 아리가또도 포르투갈어의 오브리가두(Obrigado)에서 유래했다고 하나 확실치 않다. 그리고 다소 생소하겠지만 우리나라 말속에도 포르투갈어가 있는데 우리가 자주 먹는 빵은 포르투갈어로 뻥(Pão)에서 전해진 말이다.


포르투갈어를 배우면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을 배울 때 복잡한 포르투갈어 문법에 익숙해져 쉽다고 한다. 웃긴 건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가 대화를 나누면  스페인어로 하는 말을 포르투갈어 하는 사람들은 알아 듣는데 포르투갈어를 하면 스페인어권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한다. 뭐 발음이 봉(Bom:좋다), 넝(Não:아니요), 뗑(Tem:있다) 등 굴러 가기 때문에 못 알아 듣는다고 하는데 일리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런 포르투갈어를 하는 브라질 사람 대다수가 영어를 모른다는 것이다.


영어를 모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시대를 뒤돌아 가는 발상을 하고 있다. 2005년 1월부터 외무부에서는 입사 시험에서 영어를 의무과목에서 없앴다. 또 국내에서의 모든 계약, 설명서 등 각종 서류는 포르투갈어로만 인정을 받는다. 그러니 미국의 FDA가 어쩌구 프랑스의 유명한 의사의 처방전이 저쩌구 아무것도 인정을 못 받고 포르투갈어로 공증번역을 해야 비로서 인정을 받는 것이다. 아 그리고 영어를 배워도 포르투갈어 발음으로 인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외국에서 오는 손님들은 호텔, 공항, 식당 등에서 브라질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면 거의 대다수 영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애를 먹는다. 물을 달라, 먹을 것을 달라 주문 조차 할 수 없다. 영어를 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워낙 바빠서 제대로 의사를 전달하기 조차 힘들고 아니면 영어 발음이 워낙 특이해서(?) 손짓 발짓 보다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바이어들이 기피하는 나라 중의 하나가 브라질이라는 말이 있다. 일단 말이 통해야 뭐를 하지 원.. 


영어를 안 쓰는 이유는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낮은 교육의 질에 문제가 있다. 브라질은 대부분 공립학교인데 교사 수준이 너무 낮아 영어를 배우고는 한 마디도 못한다. 한국에서는 영어 문법은 강한데 회화에 약하다 그러는데 브라질은 문법도 회화도 둘 다 못한다. 파일럿이 발음이 이상하다고 ‘삘롯’ 이라고 가르치는 곳이다.


참고로 포르투갈어로 파일럿은 ‘삘로또(Piloto)이다. 이런 영어는 배워 봤자 나만 아는 영어가 된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오랫동안 경쟁 없이 살던 곳이라 영어의 필요성을 몰랐던 것이다. 90년대 중반부터 시장 개방으로 외국 문물이 많이 들어오자 이제야 필요성을 느껴 영어 학원이 우후죽순 생기는 것이다.


영어 안 쓰는 나라 브라질 포르투갈어를 한 번 배워 보심이 어떤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