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연어족의 귀환

착한브라질 2012. 3. 2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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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본래 2005년에 쓴 글이다.

요즘에는  세계경제가 불황이다 해서 오히려 브라질 사정이 더 나은 편이다.

수치를 요즘 상황에 맞춰서 바꾸었지만 기본적인 내용들은 맞는 편이라 그대로 올려본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어렵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직장 구하기도 어렵고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해 차라리 외국으로 나가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려 한다고 한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젊은이들이 환상을 가지고 브라질에 오려는 사람들에게 이민 생활이 어떤 것인지 충고의 글로 써 본다.


70년대 중반을 마지막으로 브라질은 더 이상 이민을 받아 들이지 않고 있다. 농업 인구를 늘리기 위해 100년 넘게 받아 들인 이민자들은 70년대 농업기에서 공업기로 바뀌며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다. 한국과는 무비자 협정을 맺었기에 여행객으로 들어와 눌러 앉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로 한국의 살인적인 실업률과 절망적인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다.  


한국 젊은이들은 외국에 대한 환상이 많은 것 같다. 외국 여행이 쉽다 보니 해마다 동남아, 유럽 등에 배낭여행을 떠나며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있다. 새로운 문화를 접하다 보면 알겠지만 한국 같이 국토가 조그만 하고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살아 남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신문, 방송에서도 연일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는 여론을 만들고 있어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적은 땅에서 싸우지 말고 외국에 나와 새로운 인생을 개척한다는 정신은 높이 살만 하다. 그러나 문제는 무턱대고 외국에 나오다 보니 성공은커녕 실패로 인해 되돌릴 수 없는 상황까지 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처음 몇 년간은 고생을 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정상괘도에 올라가는 것이 이민 생활이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생활은 물론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일단 브라질에서의 생활을 정리해 보며 설명하겠다.


브라질 교포들은 10년 전만 해도 부모 밑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하고 작은 가게를 시작하는 것이 정상적인 단계였다. 가게를 잘 꾸려나가다 보면 집도 사고 새차도 사고 하는 식으로 변천하는 것이었으나 지금은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회사에 들어가 월급 생활을 한다. 지난 90년대 초반 무역개방과 ‘계파동’ 으로 인해 교포 사회가 급격히 무너지며 1세들이 은퇴하고 1.5세와 2세들은 처음으로 월급생활을 하게 되었다.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보다는 잘 살겠다고 여기까지 와서 기껏 월급자 생활을 하려고 했다면 한국에서 아예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곳에 이민 온 사람들은 한국에서 보다는 잘 살아 보겠다는 생각에 고향, 식구들을 등지고 나온 사람들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에서 보다는 잘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 


월급 생활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월급이 적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브라질 사람들의 월급이 적다. 이 보다 지금 브라질 최저임금은 365불이 선이다. 최저임금은 기본적인 월급 기준에 따르는데 환경미화원, 경비원, 식당 종업원 등이 받는다 전체 월급 인구의 60% 최저 임금을 받는다는 통계도 있다. 브라질의 최저임금이 적다고 해서 물가가 엄청나게 싼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생활비는 세계 어느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비싸다. 가끔 미국에서 오시는 분들이 이곳의 최저임금을 듣고 1불짜리 구두, 가방, 혁대 등을 사려는 무모한 착각(?)들을 하는데 웬만한 구두는 최소 100불 정도는 줘야 신는다. 뭐 더 싼 것도 있지만 질이 안 좋다.


따라서 일반적인 기업에서 5~6년차 대리의 기본월급은 월 2000불이 정도 선이다. 브라질 실정에서 보면 많을 수 있지만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적다는 것이다. 예로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면 초봉으로 1000불 또는 그 이하를 받는다. 2~3년의 입사 생활을 하면 1000불로 올라가게 된다. 뭐 당연히 초과근무를 하면 거의 배 이상을 받을 수 있지만 그러면 개인 생활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정말 열심히 일해야 한다. 


브라질 회사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아무리 인종차별이 없다 하지만 브라질 사회도 학벌.족벌을 따지기  때문에 연줄이 없으면 이런 회사에 들어가기도 힘들다 그리고 또한 브라질 은 미국과 달리 외국인을 고용하는 문화가 거의 없어 회사에 들어가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들어갔다 하더라도 월급이 적어 지원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교포들이 많이 근무하는 S사 또는 L사의 경우 대우를 잘 해주는 편이다. 월급은 대체로 3~4년이 지나면 3000불 이상을 주는데 이 금액은 브라질 사회에서는 꽤 많이 주는 편이다. 대체로 교포들이 채용되는 이유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주재원들이 포어를 못하는 이유로 한국말을 하는 교포들을 채용해서 브라질 직원들과의 업무소환을 책임 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책임 있는 관리 일을 많이 하게 되는데 정말 일을 한국과 같이 많이 한다. 


교포들이 일을 많이 하는 만큼 이에 따르는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고 항의하나 회사측에서는 본국 같으면 이력서도 내놓지 못할 것들이 어디서 난리냐 하며 서로 신경전을 벌인다. 교포들은 오래 일해야 봐야 승진도 안되고 앞날 보장이 없다며 회사를 그만 두는 경우가 많다. 사실 전임 상사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새로운 상사가 오면 적응하지 못하고 회사를 나오기도 한다. 반대로 회사측은 이적률이 높아 브라질 교포들을 믿지 못하겠다며 불신 하는 등 서로 오해가 많이 쌓여있다.    


지금은 교포 사회의 실업률도 높고 회사에서 보장하는 좋아 회사를 다니는 사람도 많으나 이러한 대기업을 빼고 교포 사회 내의 업체에 다니는 젊은 이들은 월급으로 500불 미만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대체로 포어를 못한다거나 아니면 영주권이 없다거나 아니면 사회 초년생으로 경험이 없다거나 하는 사람들 이였는데 요즘에는 경험, 나이에 상관없이 500불 미만을 주고 있어 교포들 사이에도 밥 먹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모두 자영업에 종사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어 사업을 시작하기는커녕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이 되었다. 아직도 한국에서 이민을 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어느 누구와 같이 벤데(Vende:영업판매)에 종사한다. 벤데란 가게에서 샘플을 받아 상가에 돌아다니며 납품 계약을 하고 모든 거래가 성사되면 커미션을 받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한 달에 최소 5000불은 기본적으로 벌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두부부가 한 달 동안 열심히 뛰어 다녀도 3000불을 가까스로 번다며 한숨 쉬게 하고 있다.


브라질에서의 생활비는 5인 기준으로 최저 5000불이 있어야 한다. 보통 집세 1000불, 전기.전화요금 100불 등 기본적인 생활비만 2000불이 넘게 들어간다. 그러니 나머지를 가지고 먹고 입는 것에 쓰기에도 벅차다. 돈을 벌러 브라질에 왔는데 한국에서 보다 더 적게 벌고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면 굳이 브라질에 꼭 있어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다. 브라질에서 돈을 번다는 영광은 이제 모두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한인 사회에 보면 한국에서 교사 자격증, 기술자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이 브라질에 이민을 오려고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이 어렵다 보니 브라질로 이민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브라질에서도 직장을 얻을 수 있는지 묻는다. 생각 같아서는 이들에게 이곳에 올 생각은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으나 굳이 오고 싶어한다면 다음과 같은 단계가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이곳에서 직장을 얻으려면 영주권이 있어야 함은 물론 가지고 있는 자격증에 대한 심사를 다시 해야 한다. 아무리 의사라 하더라도 브라질에서 다시 자격증을 따야 하는 것과 같다. 포르투갈어를 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직장을 얻기 또한 쉽지가 않다. 여기도 살인적인 실업률로 직장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 같다. 더군다나 한국인이 브라질 회사에 취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는 게 차리라 낳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직장을 얻는다 하여도 월급이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곳에서의 월급은 적다. 아무리 일한다 하더라도 월 1천불을 벌기가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1000불 한화로 1백만원. 차리리 한국에서 3D 업종에 가도 여기 보다는 많이 벌 것이다.


이곳에서는 요즘 한국에서 온지 몇 년 안된 사람들이 거꾸로 한국으로 귀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몇 년 고생해서 돈 벌었다는 말은 이제 오랜 말이 되고 지금은 먹고 살기 힘든 데 굳이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대 문제로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35세 이전에는 외국 영주권으로 인해 면제를 받았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6개월 이상 체류하다 보면 군대에 가야 한다. 


본국으로의 귀환현상은 이민 나라에서는 나타나는 극히 정상적인 단계이다. 우리 나라보다 이민 역사가 오래된 이탈리아, 독일 특히 일본의 경우 외국에 있는 이민 후손자들이 본국에 들어가 3D 업종에 종사하는 것을 보면 알 수가 있다. 일본의 경우 한 때는 80만 명이었으나 지금은 30만 명의 일본계 브라질 인들이 아직도 일본에서 식당, 공장 등지에서 일을 하고 있다. 워낙 힘들고 물가가 살인적으로 비싸지만 그래도 한 5년 돈을 모으면 브라질에 돌아와 집, 농장 등을 구입해 평생 먹고 살수 있다. 


한국도 요즘은 조선족이다. 동남아 인이다 해서 값싼 노동자를 불러 쓰고 있는데 앞으로 한 10년이 지나면 이번에는 반대로 외국에 나와있는 교포 2~3세들이 한국에 들어가 이런 노동을 할 것이다. 한국이 못사는 시기에 외국으로 나와 돈을 벌어 성공하겠다던 이민 1세들의 후손들이 브라질, 볼리비아, 페루 등 못사는 나라에서 이제는 거꾸로 잘 사는 부자 나라가 된 한국에 돌아가 막노동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막노동이라도 한국에서의 임금이 비싼 편이라 고생한 만큼 번다는 것이다.


연어는 강 상류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갔다가 다시 강으로 돌아온다. 이와 같이 미국이나 영국 같이 선진국에 태어난 2세들은 일단 영어가 되고 공부도 일류 대학에서 했으니 실력을 인정 받아 국내 기업에 금의환향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브라질 같은 중남미 같은 나라에서 태어난 교포들은 한국 대기업에 채용된다 하더라도 브라질 현지인 같은 대우를 받는다. 참고로 같은 직급이라 하여도 한국과 브라질 직원 사이에는 월급 차이가 최대 5배 난다.

누구는 연어가 되어 돌아가고 누구는 연어는커녕 꽁치가 안되기를 기원하는 신세가 된 지금 브라질의 영광이 다 어디로 갔는지 한탄스럽게 생각될 뿐이다. 그러니 브라질로 오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적극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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