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지금 브라질은

착한브라질 2023. 7. 5.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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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서 39년 동안 살고 있다. 11살 때 부모님과 함께 와서 이곳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답답한 브라질의 현실을 알리기 위해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글을 써왔다. 그리고 3년 전부터는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소식을 동영상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브라질을 알리기 위해 두 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 안에는 역사, 문화, 생활 방식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실제로 브라질에서 유학이나 출장 중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썼다. 이를 통해 브라질에 온 사람들이 나에게 연락하기도 하고, 친분을 쌓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한 업무차 방문한 장소에서 알아봐 주는 경우도 있었다. 유명하다기보다는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에 큰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

 

브라질 사회는 이제 이민 60주년을 맞이하고 있는데,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다. 브라질은 세대교체와 함께 시대적 변화의 큰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먼저, 이민 1세대는 이제 거의 떠나가고 있다. 배를 타고 와서 태어난 사람들도 이제 60세가 되었다. 이제 그들은 현역에서 떠나는 시기에 해당한다. 1963년부터 1990년대 말까지 이어진 이민 세대 중에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현 지역에 남은 사람 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1.5 세대를 제외하고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2세대가 앞으로 나서는 20년 후에는 한국어 사용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종교 시설이나 단체에서도 이미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2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는 사회적 변화를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경제적인 변화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80년대에는 자동차 하나를 소유하는 것도 어려웠던 한인사회였지만, 고난을 극복하고 쌓아온 경험과 성실함으로 한때는 브라질 의류업계에서 주목받는 시기가 있었다. 돈을 많이 벌어왔고, 외국에서도 동경 받는 시절이 있었다.

 

한 달에 수백 퍼센트 물가가 오른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다. 물건을 만들어 놓으면 바로 팔리는 바쁜 시기였고, 경쟁자가 없었다. 한국에서 원단을 수입하여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었고, 브라질에는 없던 원단으로 예쁜 옷을 만들어 경쟁력을 갖췄다.

 

이러한 시기에서 큰 부를 얻어낸 것이다. 한인촌에는 한 때 2,000개 이상의 가게가 모여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끝이 있다. 시장이 변화했다. 경쟁자들이 등장하고 법규제도 까다로워졌다. 생산비용이 상승하여 예전과 같은 이익을 얻기 힘들었다. 30년 이상의 고도성장 시기가 끝나고 한인 경제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높은 임대료를 감내하며 버텼던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다림질, 포장, 바느질 등 관련 사업들도 줄어들었다. 한인을 대상으로 한 머리방, 병원, 식당도 매출이 줄어들어 타격을 입었다. 그러자 한인촌을 떠나는 줄이 이어졌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인근 국가나 한국, 미국 등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이민 2세에 해당하는 젊은이들이 미국, 캐나다, 유럽으로 가족 단위로 재이민 가는 것이었다. 이들은 1990년대에 미국 영주권을 신청했었는데 당시만 해도 브라질이 좋아 그냥 포기했었다. 이제 부모가 했던 것처럼, 2세대 자녀를 위해를 미국으로 재이민 가는 것이었다. 

 

한인사회는 이전부터 계속해서 이어져 왔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상황이 악화하였다. 한인들의 수가 줄어들고 매출도 감소했으며, 3개월 이상 지속된 영업금지로 인해 모든 것이 멈췄다. 많은 사람이 임대료나 학비를 갚지 못하고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생명이 위협되는 상황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많은 사람이 영향을 받아 떠났다. 그 이전부터 이어진 불경기와 더해져 5년 동안 최소 1만 명 이상의 한인이 떠났다. 한인사회는 잠시 흔들렸지만, 브라질은 여전히 강하게 살아나고 있다.

 

현재 브라질은 큰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판데믹으로 고생하다 이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세계화가 붕괴하면서 브라질도 직격탄을 맞았다. 물가는 연간 상승하고 있지만, 오랜 기간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기성세대들은 비교적 적응하기 쉬운 편이다.

 

계층 간 빈부격차가 오히려 도움 되고 있다. 월 500만 원 이상 벌어들이는 A.B 계층과 75만 원 이하 소득을 받는 C.D.E 계층으로 나눠진다. 이들은 소비하는 제품과 소비 형태도 각자 다르다. 머리 비누와 같은 상품조차도 계층별로 다르다.  종종 보이는 새로운 브랜드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제작된 제품으로, 주로 빈민 계층이 쓴다.

 

이런 계층 간 이동과 서비스 차이가 현재 브라질을 주도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비싸면 싼 것을 찾는 게 당연한 이치, 원래부터 많았던 제품군이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오히려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고 크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억 3천만 명의 인구를 가진 브라질은 자원이 풍부하여 모든 것을 생산할 수 있지만, 수출보다는 주로 내수 시장에 목숨을 걸고 있다. 자원은 팔고 제품은 들여와 국내에서 생산보다 판매에만 전념하는 전략도 쓰고 있다.

 

이런 특이한 상황에서 말도 되고 문화도 아는 우리 한인 동포는 부유한 계층이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배우고, 이를 저소득층에 제공하며 덧없이 특혜 아닌 특혜를 받고 있다. 먹고살 만한 시장을 만들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여러 해 동안 많은 사람이 브라질에서 떠났다. 특히 이민 후손이나 기술자들은 오랜 기간을 준비하여 이민을 선택했다. 주변에서는 몇몇 사람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떠났는데, 요즘은 포르투갈에 이민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내게도 포르투갈에 가서 한식을 선보이자는 말도 있고 마이아미에 가자는 제의도 받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브라질이 더욱 기회가 있다. 인구 많고 자원 많으며 내수 시장이 원동력되어, 한번 힘을 받으면 잘 굴러가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브라질 경제를 봐도 그렇다.

 

올해만 해도 벌써 국내에서 130만 개 이상의 회사가 설립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경제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드디어 바닥을 치고 다시 성장세로 올라가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알려진 대로 이제 브라질은 다시 세계의 중심으로 솟아오를 것이다. 

 

그때까지 브라질 한인 동포 사회를 지키며 간단히 브라질의 현 상황에 대해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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