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음식은문화의 종착역이아닐까요? 라틴아메리카 한류스토리 인터뷰

착한브라질 2019. 4. 3.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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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서 발간한 라틴아메리카 한류스토리에 게재된 내 인터뷰 내용이다.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글을 정리한 조소영 연구원의 허락을 받고 게재한다. 인터뷰 전문과 중남미 다른 지역을 보려면 아래 링크를 누르면 된다. 

브라질에서 한식홍보는 쉽지 않다. 가장 어려운 건 체계적인 연구나 자료가 없다. 관계 기관의 협조도 없고 특히 업계에서 종사하는 한인의 무관심이 가장 크다. 이미 지난주부터 시작됐지만 우리 한인 식당도 한목소리 내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시대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 







        

















PART 1.

        ‘무엇을먹는지가당신을결정한다’

        식문화를통해본브라질


    Q : 현재 브라질에서 한식과 관련된 여러 활동을 해오고 계시는데요. 어떤 계기로 한식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제 전공 분야가 한식은 아닙니다만, 브라질에서 한식당을 운영하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요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자취 경험도 있다 보니, 다양한 한식을 요리해보기도 했고요. 이후로 계속 연구하고 요리해보면서 2011년부터는 브라질에 한식을 알리자는 목적으로 ‘반찬 닷컴’이란 웹사이트를 개설해 운영중입니다. 반찬닷컴을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상파울루 내 일본촌인 리베르다지 지역에서 김치를 ‘기무치’라 칭하며 한식을 일식으로 위장해 판매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우리 문화를 뺏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식을 제대로 알려야겠다고 결심했죠. 한국 문화가 일본이나 중국 문화와 섞이는 것을 방지하고, 한식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 제 활동의 주요 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 브라질은 다인종, 다문화 국가인 만큼 식문화도 다양할 것 같습니다. 

유럽 및 아시아 이민자가 오래전부터 브라질 땅에 정착하면서, 식문화도 자연스레 영향을 받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에서 들어온 파스타는 현재 브라질 어디에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고요. 또 19세기 초부터 소 사육이 시작되고, 유럽의 소고기 문화가 유입되면서 꼬챙이에 꿰어 숯불에 구워 먹는 ‘슈하스코’ 문화가 탄생 되기도 했습니다. 일본, 중국 식문화도 긴 이민 역사 덕에 정착됐고요. 인도나 동남아 요리의 경우, 모든 나라가 그렇듯 해당 국가를 여행한 중산층들이 자국으로 돌아와 현지화해 식당을 오픈하는 형태로 전파되기도 했습니다. 반면, 브라질만의 고유한 음식문화도 보존되고 있습니다. 식민지 개척시대부터 먹던 쌀, 돼지고기, 바나나 튀김 등은 현재까지 브라질인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죠. 이렇게 다양한 식문화가 공존하다 보니 전 세계 음식을 한 곳에서 맛볼 수 있는 ‘뽈낄로(Por kilo, 원하는 음식을 담고 무게당 가격을 책정하는 일종의 뷔페식 식당)’ 식당도 보편화 됐습니다.



    Q : 최근 한국사회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러한 추세는 간편하면서도 다양한 메뉴를 선호하는 세분화된 식문화로 드러나고요. 브라질의 최근 사회·문화적 트렌드는 어떠한가요? 또 식문화는 어떤 영향을 받는지 궁금합니다.

최근은 아니지만 2000년대 중후반, 브라질은 경제 호황기를 구가했습니다. 소득수준의 향상은 더 맛있고 편리하고 건강한 음식을 찾는 식문화로 이어졌습니다. 이른바 식문화의 ‘웰빙 붐’이 일어난 것이죠. 대표적으로 다양화된 소스의 개발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브라질에서 샐러드 드레싱은 식초와 올리브유뿐이었습니다. 그 밖에 소스라고 하면 케첩과 머스터드가 전부였고요. 경제 호황기를 지나며 허니 머스터드, 바비큐 소스 등 다양한 소스가 시판되면서 입맛이 고급화되고 다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시대가 변하면서 간편하면서도 신속하게 먹을 수 있는 식자재가 보편화 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깐마늘이 브라질에서 처음 판매될 때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껍질째 파는 마늘보다 수요가 더 높습니다. 사실 어느 민족이나 빠르고 편리한 것은 다 좋아하기 마련입니다. 브라질도 동일하다고 볼 수 있죠. 또 한가지의 트렌드는 입맛이 점점 고급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한식이 공략하고 있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건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음식을 찾기 시작한 거죠.




        PART 2.

        브라질한식이야기:

        대중문화의인기가한식의인기로


    Q : 브라질은 중남미에서 유일하다시피 쌀을 주식으로 먹는 나라입니다. 아시아, 또 한국의 쌀 문화와는 유사성도 있겠지만 차이점 또한 있을 것 같습니다. 

브라질은 쌀에 대한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시아 음식, 특히 한식이 전파되기 용이했던 건 사실입니다. 다만, 우리에게 익숙한 쌀은 당도와 점성이 높은 자포니카 품종입니다. 흔히 ‘흩날리는 쌀’이라 불리는 인디카 품종의 쌀에 익숙한 브라질인들은 지금이야 많이 익숙해졌지만 처음엔 찰기가 있어 뭉쳐지는 밥을 보고 생소하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한식은 밥과 함께 반찬을 먹는 ‘반찬 문화’고, 밥과 반찬의 조화가 중요 하잖아요. 이런 면에서 초기에는 같은 ‘쌀’이지만 한국의 밥을 보고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았죠.



  Q : 브라질에서 한식을 찾는 현지인들은 주로 어떤 경로를 통해 한식을 접하나요? 

예전에 한식은 한인 이민자들만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민 1세대들이 브라질에 정착했을 때는 한국과 브라질 양국 간 문화를 비롯한 교류가 빈번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면서 한인 2~3세대들이 현지인 친구들과 한식당을 종종 방문하고 또 소셜 미디어에 한식 관련 사진이나 영상을 게재하고 홍보하면서 한식의 인지도가 서서히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몇 년 전부터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를 중심으로 브라질에 한류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그 인기가 한식의 인기로 자연스레 확장됐습니다. TV에서, 드라마에서 보던 한식을 직접 먹어보기 위해 한식당을 방문하고, 한국 식료품점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고요. 상파울루 시민뿐만 아니라, 지방에서 관광차 한인촌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도 합니다. 또 타국에 거주하는 브라질인이 한식 레시피를 묻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러니 이제 한식 자체를 ‘홍보’한다기보다, 이 인기를 어떻게 이어갈지 체계적으로 연구해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Q : 그렇다면 이제 한식이 주력해야 할 지점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브라질의 최근 식문화 트렌드는 건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음식을 찾는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이를 반영해 한식도 이미지 메이킹을 할 필요가 있죠. 즉, 한식은 건강하고 고급스러운 음식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식 전통 요리법이나 사찰음식을 만들 때 단맛을 내기 위해 배를 갈아서 넣고, 엿기름을 사용하죠. 설탕으로 내는 인공적인 단맛이나 액상과당과 비교했을 때 맛의 차이는 물론이고 더 건강한 음식이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또 브라질 음식에는 소고기가 빠질 수 없어요. 브라질인들이 요리해서 먹는 육류 비중을 따져보자면 70%는 소고기, 15%는 돼지, 15%는 닭입니다. 그렇다면 브라질 현지의 선호에 맞게 소고기가 주재료로 들어가는 메뉴를 필두로 한식을 알린다면 더 효과적이겠죠.



  Q : 식당에서 먹는 한식이 있다면, 식료품점에서 구매하는 상품으로서의 한식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최근 브라질에서 판매되는 한국 인스턴트 식품을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꽤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고요. 예를 들어 요즘 유튜브를 보면 ‘불닭볶음면’ 등, 매운맛에 도전하는 콘텐츠를 흔히 볼 수 있잖아요. 브라질에서도 마찬가집니다. 불닭볶음면에 비해 매운맛이 상대적으로 덜한 ‘요뽀끼(떡볶이)’도 반응이 좋고요. 그런데 사실, 한국적인 매운맛은 한식을 홍보하고 상품화할 때 독특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장점이 되지만, 동시에 단점이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즈를 추가하는 등, 매운맛을 상쇄시키는 레시피를 개발하고 현지화하려는 노력 역시 수반되어야 하고요.

한편, 미디어를 통해 접했거나 이벤트성으로 만나는 음식의 화제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식을 접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이에 제가 몇 년 전부터 추진해왔던 것이 즉석밥의 대중화인데요. 아까도 말씀드렸듯 한식은 반찬 문화이기 때문에, 반찬과 함께 먹는 밥, 즉 밥맛이 중요합니다. 또 브라질은 쌀을 주식으로 먹는 국가이기도 하고요. 즉석밥이 잘 홍보되면 한국의 밥맛 역시 효과적으로 홍보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한식에서의 밥은 한국 방식으로 지어야 맛있죠. 이는 한국 전기압력밥솥의 수출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손정수 대표는 한식과 한국 문화를 처음 접하는 브라질인들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Q :  또 다른 예시로 수년 전 한국 아이스크림 ‘메로나’가 브라질에서 큰 인기가 있다는 소식이 한국에까지 전해지기도 했었는데요. 

브라질에 메로나가 처음 판매된 것은 10년 전 즈음입니다. 한 브라질 교포가 하와이를 여행하던 중 메로나의 인기를 확인하고, 브라질에 돌아온 후 수입해 현지에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한인촌 봉헤찌로에서 차츰 일본촌 리베르다지에서 소규모로 판매되던 것이 전부였고요. 이후 2008년 일본 이민 박람회에서 행사를 취재하던 리포터가 메로나를 시식하는 장면이 생방송을 타자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제품이 그렇듯 한번 화제를 모으면 그 인기를 지속시키고, 스테디셀러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어야 했는데 그 과정이 다소 주춤했다고 할 수 있죠. 또 높게 책정된 가격대도 한몫했습니다. 한화로 따지자면 약 2,500원에 판매되고 있어요. 이 가격대는 브라질에서는 간단한 빵 한 개 값입니다. 요즘에는 싼 가격대로도 많이 판매됩니다만, 녹아서 모양이 망가졌거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에 한정됩니다. 더불어 메로나 이외에도 많은 아이스크림들이 출시되면서 초기에는 호기심과 인기에 많이 먹었지만 이젠 굳이 메로나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진 거죠. 




       PART 3. 

       한식의세계화,

       브라질에서의현지화포지셔닝담론


  Q : 한식 담론에는 한식의 고유성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 반대로 현지의 입맛에 맞게 변형해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이 공존합니다. 대표님의 견해는 어떠신지요. 

특히 매운맛을 두고 견해가 상반되곤 합니다. 사실 브라질 사람이 매운맛에 호기심을 보이고 또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현지인 입맛 기준의 매운맛과 한식의 매운맛은 꽤나 다릅니다. 그래서 아까도 말씀드렸듯 떡볶이 같은 매운 음식에는 치즈를 추가한다거나, 김치의 경우 톡 쏘는 생소한 맛을 줄이기 위해 마늘양을 조절하는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매운맛이 한식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맵지 않은 한식을 위주로 공략하면 되는 거고요.

현재 전통 한식당, 분식집, 포장마차, 주점을 포함해 브라질에서 운영 중인 한식당 수는 대략 100개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중 한식 고유의 맛을 고집하는 식당은 거의 없는 것이 지금까지의 추세입니다만, 한식의 고유한 맛을 찾는 브라질인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인 동포들이 주로 찾는 식당은 고유성을 좀 더 보존하려는 경향이 있고, 브라질 현지인들을 주 고객층으로 공략한 식당은 현지화된 한식을 판매합니다. 어떤 것이 맞는지 정답은 없습니다. 동포와 현지인 중 어떤 고객층에게 주력할 것인지, 또 트렌드를 파악해 선택해야 하는 문제인 거죠. 



   Q : 같은 맥락에서 한국식 치킨집은 한인촌을 제외한 상파울루 시내에서도 빈번하게 볼 수 있고, 현지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듯합니다. 

90년대 중반 헤알 플랜 도입 시기만 하더라도, 닭 1kg당 가격은 1헤알이었습니다. 당시 KFC에서는 3조각에 4헤알에 판매했고요. 아무리 KFC여도 장사가 잘 안됐죠. 손으로 치킨을 들고 먹는 방법이 지금이야 일반적이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또 브라질은 닭을 가장 많이 키우고, 가장 많이 먹는 나라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주변에 치킨 창업을 고려하는 지인이 있으면, 현실적인 충고를 전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손으로 먹는 치킨은 사업성이 없다는 선입견을 깨고, 한국식 치킨 프랜차이즈 ‘뽈로 로코(Pollo Loko)’가 성공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다양한 지역에서 20개 지점을 운영 중이고요. 또 다른 한국식 치킨점 ‘케이팝 치킨’ 등 여러 치킨집이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어요. 닭을 주재료로 한 요리가 다양해진 것입니다. 한식의 여파라고 할 수 있죠. 



    Q : 한식의 세계화는 수년 전 국가 차원의 슬로건이 됐습니다. 농식품부는 우리 농식품 수출의 권역별 최우선 전략 국가로 중남미에서는 브라질을 선정하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모든 사업이 다 그렇지만 해당 사업의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은 실적입니다. 특히 수치로 나타나는 실적은 굉장히 중요하죠. 하지만 문화, 특히 식문화는 오랜 기간 지켜보고 투자해야 합니다. 포르투갈어로 문화를 뜻하는 단어 ‘쿨투라(Cultura)’와 요리를 뜻하는 단어 ‘컬리나리아(Culinaria)’의 어원은 동일합니다. 라틴어로 ‘경작하다’라는 말에서 파생됐어요. 농작물을 경작하고, 이를 후손에게 전한다는 의미가 문화와 음식에까지 확장된 겁니다. 한류 팬이라고 해도, 특정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를 계속해서 듣고 볼 순 없잖아요. 하지만 음식은 한번 맛보고 그 식문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하면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죠. 이런 면에서 문화의 종착역은 음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현지인들의 선호를 계속해서 조사하며 분석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시간도 비용도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지만 필수적인 과정인 거죠. 이런 관점에서 현지에서 종종 개최되는 일회성 행사가 한식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되지만, 그 관심을 지속시키고 확실히 뿌리내리도록 하는 데는 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Q : 구체적인 방법이 있다면요? 

우선 브라질에 식자재 수출을 희망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CJ의 비비고 만두는 오랜 기간 시장조사를 통해 건강식을 선호한다는 소비자 성향을 파악하고 이를 반영하면서 피가 얇고 채소 함유량이 높은 만두를 생산하며 경쟁력을 갖추었습니다. 장기적인 관점과 체계적인 연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이렇듯 현지에 인력을 파견해 이들이 상주하며 조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실을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식품을 론칭하려면 음식의 색, 냄새부터 유통기한까지 세세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음식은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할 사항이 많죠. 또 한가지, 표기의 통일이 필요합니다. 역시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필요한 작업입니다. 가령 한식을 판매하거나 소개할 때, 대부분 메뉴 및 레시피들은 포르투갈어가 아닌 영어 기준으로 표기됩니다. 가령 해물파전을 영어로 표기하면 ‘Haemul-Pajeon’이잖아요. 그런데 포르투갈어에서 ‘H’는 묵음입니다. ‘히읗(ㅎ)’ 발음은 H가 아닌 R로 표기합니다. 축구선수 호나우도가 ‘Ronaldo’로 표기되는 것과 같은 이치에요. ‘P’ 발음도 ‘피읖(ㅍ)’보다는 ‘쌍비읍(ㅃ)’에 가깝고요. 해물파전(Remurpajón)이 아니라 ‘아에물빠제온’이 되는 거죠. 불고기의 경우도 ‘부우고지’로 발음됩니다. 발음뿐 아니라 표기법도 ‘Bulgogui’, ‘Bulgogi’, ‘Burgogi’ 등 여러 가지로 혼용돼 혼선을 초래합니다. 언젠가 먹었던 한식을 다시 사 먹거나 직접 요리하고자 해도 발음이 어렵고, 통일돼있지 않으면 ‘이 음식이 그때 먹어본 그 음식이 맞나’하는 의구심이 들게 마련입니다. 실제로 많은 현지인들이 본인이 알고 있는 음식과 해당 명칭이 서로 상응하는지 제게 묻기도 하고요.




        PART 4. 

       한식대중화를위한제언

    Q : 한식 관련 현장에서 활동하시다 보면 애로사항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한식 관련 다른 활동가들이 공감하는 지점이 있는데, 바로 인력 부족입니다. 한류의 인기가 한식으로 확장되면서 한식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많아졌고 그만큼 행사도 빈번하게 개최되지만, 현지의 한식 전문가나 요리 강사는 그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혼자서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강의까지 진행하고, 종종 홍보까지 도맡아야 하니 힘에 부치기 마련이죠. 두 번째로는 한국산 식자재 유통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브라질 코스트(복잡하고 긴 통관 절차와 높은 조세 부담률을 상징하는 용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요. 예전에 막걸리를 한국에서 수입하다 통관이 지연되는 바람에 막상 판매하려 하니 유통기한이 1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유통 난항은 위생 문제로도 직결됩니다. 한번은 교포들이 현지 재료로 김치, 고추장, 된장을 직접 담가 판매하다가 유통기한 표시 불분명으로 부패 음식으로 판정받아 벌금 조치 된 적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김치하우스’란 현지 업체가 정식 유통 허가를 받고 각종 브라질 상점에 납품하고 있지만요.



  Q : 위생 문제는 또 다른 화두가 되는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음식 관련 사업을 한다면, 식자재 다루는 법을 잘 알아야 합니다. 브라질에서 음식을 팔려면 브라질 식품위생 법규를 따라야 하고요. 또 음식은 잘못 먹으면 탈이 나잖아요. 주의해야 할 점이 많죠. 브라질은 관련 규제가 엄격한 편입니다. 예를 들면, 현행법상 모든 식자재는 바닥에서 60cm 이상 떨어져야 하고 재료 종류별로 칼과 도마를 따로 사용해야 합니다. 규제가 까다로운 만큼 브라질 산업기술훈련원이나 중소기업진흥청에서는 기본 조리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만 일부 영세 상인들은 이러한 제도를 잘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식당을 운영하는 한인들, 혹은 현지에서 개최되는 한식 관련 행사 전, 이러한 식품위생 관련 규제 사항들을 단기로라도 교육하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이러한 문제점들이 개선되리라 생각합니다.



  Q : 준비하고 계신 활동이 있다면요?

기술의 발전으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여러 플랫폼이 생겨났지만, 아직까지 브라질 사람들은 인쇄된 책을 더 많이 봅니다. 그렇기에 한식 요리책 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책에 들어가는 모든 한식 레시피는 현지 식자재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해물파전을 만든다고 하면, 고명으로 실고추가 들어가야 하는데 브라질에 실고추는 현재 수입이 안 됩니다. 또 밀가루의 맛도 색도 다르기 때문에 현지 실정에 맞는 레시피 정리가 필요합니다. 식초의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한국 식초는 산도가 7도입니다. 브라질 식초의 산도는 3~4도고요. 레시피 그대로 만들더라도 브라질산 재료를 사용하면 맛이 달라진다는 거죠. 또 상파울루에서 재배하는 양파와 포르탈레자나 미나우스에서 재배하는 양파는 맛이 다릅니다. 브라질은 워낙 영토가 넓고, 그만큼 재배지 기후도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요리를 같은 레시피로 만들더라도, 원산지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거죠. 더불어 한국도 경상도, 전라도 음식 맛이 다르듯 브라질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역별 특성을 파악하고 현지화하면 더 좋겠죠. 이러한 내용을 책으로 엮어 현지인들이 현지 실정과 기호에 맞게 한식을 만들고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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