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57살, 잔치는 끝나고 있는가? 브라질 이민 역사는 어디로 가는가

착한브라질 2019. 2. 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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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살, 잔치는 끝나고 있는가? 이제 막 중년을 넘어 장년에 비교되는 57살, 바로 브라질 이민 역사다. 100세를 사는 시대에 57살은 젊다. 황금기를 이어가야 할 한인사회. 불이 꺼져가는 모습은 끝난 잔칫집 같다. 주위를 보면 눈에 띌 정도로 우리 한인 동포들이 떠나고 있다. 누구는 3년간 만 명 이상 떠났다고 한다. 교회는 교인이 줄어들었고, 한인 식당은 이용자가 적어 운영이 어렵다. 처음부터 정확하게 몇 명이 살고 있는지 파악도 안 되는 상황에서 최대 9만 명에서 5만 명 산다는 브라질 한인 동포사회, 왜 이렇게 떠나고 있을까. 


한 번도 정확한 조사는 없었다. 어디를 기준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랫글은 그동안 한인 신문과 한인사회에서 나돈 이야기를 토대로 정리해봤다. 역사상 최악의 불경기라 하는데 지금도 사업 잘하는 한인도 있다. 이런저런 차이가 분명 있지만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여서 오랜 시간 생각 끝에 정리해봤다. 이글에 대한 비평은 감수한다. 잘못된 내용과 불편한 점이 있다면 분명 사과하고 정정하겠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 글을 읽고 비평하는 것은 옳다. 최소한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고 싶다.




우리의 삶


1962년도에 브라질에 이민 오며 많은 고생 끝에 자리를 잡은 한인동포 1세대. 작은 자본으로 큰 기술 없이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었던 의류업에 뛰어든다. 한인 특유의 성실함과 꼼꼼한 솜씨는 기존 시장을 금세 넘보게 된다. 빠른 손재주와 좋은 제품을 고를 수 있는 눈은 최고의 제품을 빨리, 많이 만들 수 있는 실력으로 연결된다.
 경험을 쌓다 1980년대부터 의류 생산 규모가 급격히 늘며 1990년대 안정기 때 브라질 한인사회는 중상층 이상의 소득을 벌며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고생 끝 자녀들은 일류 대학을 나오고 외국 유학은 물론 전문 교육 과정을 밟았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 대부분은 직장생활, 사회생활로 차근차근 성장 단계를 밟으며 교육받은 전문 분야로 나가지 않았다. 대부분 부모가 운영하는 한인촌 옷가게를 물려받았다. 다른 이민 민족 같이 여러 분야에 진출하지 못했다. 물론, 의류업을 전문으로 공부한 2세도 있다. 부모가 손으로 그린 옷을 컴퓨터로 디자인하는 등 변화도 있었다. 어쨌건 우리 한인 대다수는 봉제, 원사, 원단, 부속품, 수입, 수출 등 모두 의류업에 종사한 것이다.


포르투갈어를 잘하는 3~40대 2세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사업을 운영하며 일 년에 수 번 유럽. 미국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의류 모델을 보고 왔다. 남들보다 빨리 섬세하게 만드는 실력은 브라질 의류업계에서 단연 선두였다. 그러나 시장은 변했다. 먼저 노동법이 까다로워졌다. 생산비가 늘어 하청을 주기 시작했다. 값싼 노동력을 가진 볼리비아 인도 우리의 경쟁자가 되는 데는 그리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하청으로 생산하던 중국인도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량 물량을 들여오고 이곳에서 생산하며 우리 목을 조였다. 


2008년부터 시작한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어려울 때. 브라질은 1차 생산물 수출로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이 홀로서기에는 아직 일렀다. 2014년부터 줄도산과 전국적인 매장 폐쇄가 이어졌다. 정치. 경제 문제와 온라인 쇼핑으로 변하는 유통과정. 시장은 얼어붙으며 한인 업체에도 타격을 줬다. 수십만 불에 거래되던 매장 권리금은 바닥 쳤고, 그 비싼 임대료를 자랑하던 매장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서서히 데워지기 시작한 물속은 따뜻한 생각이 드는 순간 익어 버렸다. 한두 명 안 보이는 한인은 문을 닫고 떠나기 시작했다.



이민은 비극 


이민은 비극이 확실하다. 이민 초창기 시절, 부모님이 아프다는 연락을 받아도 바로 못 갔다. 며칠 걸리는 거리와 비싼 항공료, 이곳을 그냥 두고 갈 수 없는 안타까움에 눈물 흘렸다. 이 비극은 끝이 아니었다. 요즘 먹고 살기 어려워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꽤 된다. 1세대는 어떻게 적응하며 살겠지만, 이곳에서 자란 2세에게는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달라 한국으로 귀환이 아닌 이민인 것이다. 가족이 생이별하고 아빠 혼자 한국에서 돈을 벌며 이곳에 생활비를 보내고 있다. 떠나는 사람, 남은 사람 모두 고생하고 있다. 


한때 5만 명 이상 된다고 많이 알려진 한인 숫자는 2만 명이 될까 가늠할 수 없다. 물론, 이곳에서 태어나 브라질 국적을 가진 2세는 제외했다. 그들은 한인촌에서 활동, 경제생활도 안 한다. 이러다 상파울로 총영사관도 철수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실제로 주위 남미 국가를 보면 얼마 안 되는 동포로 총영사관은 없고 대사관만 있을 뿐이다. 그럼 왜 이렇게 되었을까?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우리 한인사회는 55년 동안 의류업에 너무 치중했다. 또 지금 세계는 경제가 위험하다. 꼭 이곳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극 아닌 비극은 또다시 이어지고 있다. 여러 이유로 2000년대부터 한국으로 돌아간 한인이 꽤 있다. 돌아간 이들의 한국 삶은 어떨까? 예전 한 대학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국에서 다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이나 전문직으로 나가면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공부하지 않고 연줄이 없다면 어려움이 있다. 아무 연고 없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보자. 방을 얻는 것도 직장을 얻는 것 처음부터 다 혼자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면 형제 친척들이 도와주지 않을까? 떨어져 살면 서먹서먹해지는데 친척을 찾아도 관계가 매끄러울 수 없다.


이곳에 살며 본국에 놀러 가면 손님 대접 잘 받는데 그것도 3일 지나면 민폐다. 집.가게 모두 자식에게 물려주고 부모가 떠난다면 좋아할 자식 없지만 돌아오니 부양하라 하면 좋아할 자식은 더욱 없다. 아프고 사고 나면 직계 가족이 부양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그걸 어디 가서 기대하랴? 이곳 자식이 비행기 타고 가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또 요즘 보면 다시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 그중 떠날 때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입국 금지된 사람은 제 국을 통해 밀입국하여 향수를 달랜 경우도 있다. 



남은 사람, 우리


그러면 이곳에 남아 있는 우리는 자리를 잘 잡고 있을까. 우리 이민 사회는 중상층 이상 생활을 하며 편안히 살고 있었다. 대부분 포어를 잘하고 브라질을 잘 이해하고 한국. 미국 그 어느 나라와 비교 최고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떨까? 주위에 안 보이는 사람은 가게를 접었다. 장사가 안된다며 식당을 하는 사람도 있다. 브라질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가는 친구도 있다. 직장을 알아봐 달라 부탁하고 좋은 사업을 묻는 사람도 있다. 물론, 직장, 사업, 가족 모두 성공하여 잘 사는 사람도 있다.


옷 장사만 해봐 다른 것은 생각도 안 해 봤다며 불안감에 떠는 소리도 들었다. 결국, 이곳에서 무엇을 할지 몰라 허둥대는 모습이 안타깝다. 이제 10대에 들어서는 3세대 자녀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업종을 바꾸다 보니 결국, 비슷하게 되어 한인촌에 몇 년 안에 커피집만 10개 이상 생겼다. 치킨집도 생겼고 식당도 몇 생겼다. 카톡방에는 서로 음식을 판다고 광고하고 있다. 이것도 결국, 경험이 모자라 문을 닫고 열고 반복된다. 계속해서 변하는데 일본촌과 비교하면 그래도 한산하다.

 

이곳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면 될까? 브라질을 떠나는 세대는 대부분 1세대로 한국에 아파트나 집을 한 채 마련하여 큰돈 안 들이고 살 수 있다며 떠난다. 한국 복지혜택이 좋다며 떠난다. 물론, 자녀를 데리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브라질이나 다른 나라에 두고 1세대 부부만 돌아간다. 브라질에 살던 분들이 모이는 모임에 등록된 사람이 꽤 있다. 그들의 삶은 어떨까? 주민등록증을 만들어 계좌 열고 국민연금을 신청하고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이미 한국에 세금을 내며 살던 사람이어서 그렇다.


좋다면 모두 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알지만, 한국은 치열한 사회다. 사계절 뚜렷하여 매우 빠르게 변하는 곳에서 브라질 동포가 정착할 기회는 많이 없다. 또한 잘못된 정보가 많이 있다. 돌아가면 노인연금, 기초생활수급 등 정부로부터 보상을 많이 받아 생활하면 된다고 한다. 이런 거짓 정보는 어떻게 돌기 시작했는지 참 안타깝다. 혜택은 정말 아무런 가족도 없이 먹고살 수 없는 사람에게만 해당한다. 외국에서 살다 귀환한 동포에게는 해당 사항이 안 된다. 세상 누구도 공짜로 돈을 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지금 한인 동포 사회의 문제는 원인이 한 개가 아니다. 복합적인 여러 요소가 있다. 먼저 이민세대가 완전히 바뀌는 시기에 있다. 60년이면 한 세대가 바뀐다. 세대가 바뀌면 1세대가 하던 업종이 바뀐다. 농사짓던 일본인, 의류를 만들던 유대인. 모두 세대가 바뀌며 다른 사회로 진출했다. 시대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의류가 소비 1위 품목이었다면 요즘은 스마트폰이 1위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소매업은 저물고 인터넷 쇼핑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게 바로 현실이다. 한인 업체 중 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업체도 상당히 있다.


1세와 더불어 2세도 떠나고 있다. 포어와 영어도 되는 2세는 미국으로 많이 갔다. 중남미에서 가장 큰 브라질은 미국으로 가는 마지막 정거장이었다. 남미 다른 나라에서 왔었는데 이제 이들도 떠나고 있다. 떠나는 2세를 보면 가뜩이나 줄어든 한인사회가 어찌 될지 걱정된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1세대를 대신하여 2세대가 주류를 이뤄야 하는데 한인촌에 나오지도 않고, 모이지도 않고, 일부 떠나고 있어 한인 동포 사회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 예전과 달리 경쟁상대가 줄어 장사 잘되는 곳도 있지만 글쎄 그게 얼마나 갈지.


다시 말하지만, 그래도 잘 사는 사람은 어디든 있다. 특히 브라질 사회 각층에서 잘 사는 사람이 있다. 사업도 크게 하고 활동도 많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대부분 봉헤찌로 한인촌에서 활동하지는 않는다. 내가 쓴 이 글의 목적은 줄어드는 한인과 한인촌이 걱정되어 쓴 것이다. 국적이 중요하지 않고 한인촌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적은 요즘, 쉬쉬하며 모른 척하던 수준을 넘었다. 한인회나 영사관 아니 각 교회에서 모임을 만들면 채 백 명 모이기 어렵다. 기금을 모으려 해도 100헤알 받기 어렵다.


잔치는 끝나고 있다. 이민자의 꿈이었던 브라질. 그래도 언젠가 다시 잔치가 열릴 것이다. 정치와 경제가 안정화되면 바뀔 것이다. 올해 정권이 교체되며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잘한다면 경제는 2022년부터 실제 성장한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때까지 우리 한인사회도 잘 견뎌야 한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돌파구를 찾는가 하면 자주 만나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우리 한인사회뿐만 아니 이 세상이 잘 사는 그날까지 멋진 잔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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