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대자연과 역사가 들어 있는 국기

착한브라질 2017. 11. 18.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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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국기를 한 번 깊게 들여다보자. 초록 바탕에 노란 마름모꼴 그리고 가운데 파란 동그라미 안 흰색 줄에 "안정과 발전"이라는 멋진 문구가 쓰여 있다. 브라질 국기 탄생은 11월 15일은 휴일과 관계가 깊다. 멀고도 먼 식민지였던 브라질은 1808년 포르투갈로 진격하는 나폴레옹 군대를 피해 도망쳐온 국왕이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하며 포르투갈 왕국 수도로 임명되며 발전한다.


나폴레옹은 물러갔으나 날씨 좋은 브라질에 눌러앉았던 국왕은 본국에서 반역 조짐이 보이자 1820년 왕세자 동뻬드로 1세를 브라질에 두고 돌아갔다. 식민지에 남은 왕세자는 당시 대지주와 지식인의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1822년 아버지로에게서 떨어져 나와 독립을 선언하며 국왕이 된다. 독립 때부터 공화 정파와 왕당파가 싸움을 벌이며 정작 국왕은 스트레스받다 7년 후 포르투갈로 돌아갔다. 


왕정체제에서는 자유, 교육, 세금 등 모든 면에서 대다수가 피해를 보고 소수만 좋았던 시절이다. 이에 반해 유럽을 자주 왕래하는 젊은 지식인층에서는 유럽은 공화국으로 바뀐 것을 보고 브라질도 시대에 맞게 변하자고 주장한다. 독립 시기부터 공화정을 주장하던 공화파들은 지속적인 항의 끝에 드디어 동뻬드로 2세를 폐위시키고 공화국으로 바뀌며 새 시대를 열었다. 


여기까지는 이미 잘 알려진 바인데 사실 이 뒤에는 다른 면도 있다. 바로 독립 1년 전 선포된 노예해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당시 브라질은 남미에서도 마지막으로 노예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흑인 노예(500만 명 추정)가 왔다. 1871년 9월 28일 "Ventre Libre" 법을 통해 태어나는 자식들은 노예가 아니라 했지만 노예생활은 지독히 고통스러웠다. 


당시 통계를 보면 노예 6명이 지주 한 명을 먹여 살리는 구조였다. 노예해방 움직임은 지식인 사이에서 퍼져있었고 동뻬드로 2세 국왕이 유럽을 돌며 신문물을 배우고 있을 동안 딸 이사벨 공주가 무리하게 선포한 것이다. 한편 동뻬드로 Dom Pedro 2세는 높은 식견을 가져 철도를 들여오고 교육개발에 투자하는 등 시대를 앞서가던 사람이었다.


노예해방에는 찬성을 하나 일방적으로 해방하면 왕국 지지기반이던 농장주들에게 큰 피해가 가고 결국에는 나라를 지탱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급진적 해방운동가인 딸에게 절대로 노예해방을 하지 말라 신신당부했지만, 아버지가 여행하는 동안 섭정하던 공주는 1888년 5월 13일 해방을 선포한 것이다. 당연히 농장 지주들은 하루아침에 노예, 즉 일손과 자산을 잃어 분노에 휩싸였다.


정부는 성난 민심을 불 끄기 위해 노예 1명당 보상비를 주기로 약속하고 모든 농장으로부터 노예 증명서 즉 전답을 받았다. 그러나 만성 재정적자에 허덕이던 정부가 돈이 있을 리는 없고 그 노예 증명서는 태워져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아무런 보상도 없는 이상 왕정 제에는 희망이 없다고 본 지주들은 급진 개혁파인 공화 정파와 손을 잡는다.


1889년 11월 15일 당시 수도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멋진 코파카바나 해변 끝에 위치한 요새에서 왕실이 모여 연회가 성대히 벌어지고 있었다. 이날 개혁의 총대를 맨 데오도로 폰세까 장군은 세력을 모아 연회장을 폐쇄하고 왕정 제 폐지와 추방을 명령했다. 또한, 그 자리에서 공화정을 선포하며 새 시대를 선포했다. 왕족들은 모든 재산을 압류당하고 브라질에서 쫓겨났고 이사벨 공주 또한 추방되어 프랑스에서 말년을 보내게 된다. 


왕정제 폐지 후 새로운 국기를 만드는데 원래 초록색은 브라질 독립을 선포한 동뻬드로 1세의 브라간사 가문 그리고 마름모꼴 노란색은 왕비 레오뽈지나의 합스부르크 가문을 뜻했다. 가운데에는 브라질 왕국을 뜻하던 문양이 있었는데 이를 버리고 하늘을 뜻하는 파란색 동그라미와 공화정을 선포한 밤에 뜬 별 27개를 넣었는데 지금 브라질 27개 주를 뜻한다. 



폭넓게 해석하여 초록색은 대자연, 마름모꼴은 금, 하늘과 별은 브라질 주를 뜻하는 국기를 바꾸자는 제안이 있다. 글로보 방송국에 소속되며 수많은 디자인을 선보인 스위스 출신 브라질인 한스 도너는 초록색과 노란색에 그러데이션을 넣고 가운데 하늘을 왼쪽으로 돌리자고 한다. 글씨가 왼쪽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보기 좋지 않고 특히 "사랑" 문구를 넣어 브라질 이미지를 새롭게 개선하자는 주장이다.


자연과 역사가 살아 있는 브라질 국기, 그렇지 않아도 한참 침체기를 벗어나는 지금 오랜만에 분위기 전환을 위한 우스개가 아닌지 한 번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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