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한글 못 쓰는 한국인, 국어를 잘하는 브라질인

착한브라질 2017. 11. 1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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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인촌을 보면 많이 암담하다. 한때 크게 운영되던 의류 가게가 즐비하던 유명 패션 거리는 한산하다. 임대 팻말이 걸려 굳게 닫힌 가게 문을 보면 이민 50년간 이룩한 우리 한인 이민 사회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 


시대 변화는 또한 세대 변화도 일으켜 이민 1세대가 대부분 은퇴했고 이제 한인 사회 각 단체와 교회를 보면 1.5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한, 이곳에서 태어난 2세는 어느덧 교사에 재직할 나이가 되어 또 다음 세대를 가르치고 있다. 


이 중 40대에 이른 1.5 세대는 중년의 나이로 사회 각층에서 크게 활동하고 있다. 부모님을 따라왔기에 대부분 한국어를 하고 또한 이곳에서 공부하여 포어도 잘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제 한인사회가 한국어보다는 포르투갈어 사용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포어를 사용하는 게 대세라지만 아직 한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고 참여율도 높다. 또한, 신세대가 한인사회를 홀로 운영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운영비를 책임질 재정이 약하고 사람 사이를 이어갈 경험이 적어 1세대의 지원과 후원을 받아야 한다. 


그래도 일부 신세대는 한국어를 사용하지만, 이곳에서 자라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잘 알지 못한다.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사회 경험인데 “우리”와 “나눔”으로 나타나는 특유의 한인 문화가 배제되어 한인사회에 나서서 일하며 이끌어 나갈 의지가 부족하다.


브라질 같은 이민의 나라에서 다른 민족의 문화는 그 나라를 발전시키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자산이다. 따라서 될 수 있으면 고유의 문화를 간직한 채 사회발전에 이바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참고로 미국도 이민자의 나라로 여러 민족 문화가 융화된 좋은 예이다.


이처럼 브라질 사회에서 한인 문화와 역사 특히 우리의 국어와 한글은 외국인이 탐낼 정도의 큰 자산이다. 지난 8월 열린 한국 문화의 날 축제를 보면 전국에서 몰린 관람객이 케이팝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한인은 이를 철저히 무시해왔다.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자녀들은 미국 학교에 보내 영어를 모국어처럼 가르치고 있다. 포르투갈어를 두고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요즘, 한국어가 완전히 무시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부모와 자녀가 집에서 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우는 한국어를 무시하고 있지만 정작 브라질인은 열심히 배우고 있다. 한국으로 유학 가는 것은 물론, 배운 한국어를 기초로 유튜브와 어학당을 만들어 사업화하고 일부는 한국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모두 누구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시장원리와 같이 철저히 각자의 이율에 따라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간과한 기성세대의 잘못 또한 배제할 수 없다. 50년 이민 역사에 남을 우리의 자랑 한국 학교는 폐교됐다. 노력했지만 빚만 남기고 사라졌다.


많은 교회와 한글학교에서는 소통이 편하다는 이유로 포어로 예배하고 교육 주고 있다. 물론, 한국어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와 소통은 좋지만, 우리가 지금 한국어를 안 쓴다면 누가 쓴다는 말인가! 미국 학교에 가보면 철저히 영어로 가르치듯 우리도 먼저 한국어가 우선되어야 한다. 


단체와 교회에서는 지금은 편할지 모르지만, 지금과 같다면 우리의 자산과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소통은 좋으나 지속해서 우리 한국어와 한글을 사용하고 사랑하고 남겨야 한다. 모른다면 가르쳐야 하고 우리 어른도 변하는 언어를 배우고 공부해야 한다. 


'구좌'가 '계좌'로 바뀌었고 '틀리다'는 '다르다'가 아닌데 아직 옛 문법을 그대로 쓰고 있다. 물론, 한국과 멀고 바빴다는 핑계는 있지만, 누구나 쓰는 카톡에 공유되는 글을 보면 자신이 쓰는 문법이 잘못된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결국, 노력하면 바꿀 수 있다.


1세대가 완전히 역사 속으로 흘러가기 전 우리의 모습과 얼을 담은 정신은 온전히 남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에게 멋진 자산으로 한글을 남겨 둘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반성하고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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