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사탕수수로 만든 브라질 정통주 까샤샤

착한브라질 2012. 8. 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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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브라질 문화에 대해서 새로운 글을 올린다. 요즘 너무 먹는 것에 대해서 글을 많이 썼는데 정작 오늘 주제를 정하고 보니 또 먹는 것이다. 바로 브라질의 정통주 까샤사(cachaca)이다. 까샤사, 삥가(pinga), 메(me) 등 여러 이름으로 알려진 브라질 정통주. 그냥 한 잔 원액으로 마시기도 하지만 제일 잘 알려진 방식은 따로 있다. 레몬을 설탕에 짖이겨 즙을 짠 후 여기에 얼음과 술을 함께 섞어 칵테일로 만든 것이 제일 유명하다. 이 칵테일은 까이삐리냐(caipirinha)로 불리는데 유럽에서는 제일 비싼 칵테일이기도 하다. 하여간  브라질을 찾는 사람들은 이 술 한 잔을 걸치고 나서야  진정 브라질에 온 것을 느낄 수 있다. 



사탕수수로 만든 까샤사는 보통  38도에서 50도 사이를 웃돈다. 맛은 보드카와 달리 특유의 향이 있고 럼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사실 럼도 사탕수수를 원료로 쓰고 있기 때문에 사촌관계로 보면 된다. 역사적으로 럼, 까샤사 그리고 프랑스어 tafia, 스페인어 aguardiente de cana 등은 모두 같은 것들이다. 2011년 통계를 보면 전국적으로 4만개의 생산지가 있는데 이중 5천 곳만 정식 허가를 받아서 만들고 나머지는 농장에서 생산해서 소비하던가 아니면 지역특산물로 관광객들에게 판매된다.


브라질에 처음 온 포르투갈인들은 포도주를 주로 마셨는데 본국에서 멀고 비싼 포도주를 생산하기기 불가능했다. 결국 사탕수수로 만든 술을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는데 생산비도 싸고 물량도 많아 포도주를 수출하던 포르투갈에서 한 동안 브라질에서 생산을 금지하기도 했다. 술은 술이라 인디오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백인들이 오기전에 술이라고는 전혀 모르던 인디오들, 이들은 처음 술에 불이 붙는 것을 보고 물에 불을 놓는 마귀라고 백인들을 두려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맛을 들이기 시작하자 기가막힌 술 맛에 중독되어 각종 맹수와 독충이 우글거리던 밀림을 떠나 백인들 곁에 머물며 자발적으로 노예생활을 하기도 했다. 물론 술을 밥 처럼 받아 마시는 조건으로...


세계최대 사탕수수 재배국 그리고 설탕 제조국인 브라질에서 까샤사는 가격이 저렴하다. 옛날 군사정권 시절에는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을 돌리려 주세를 낮추어 엄청나게 싸다. 지금이야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80년대에는 맥주 한 병 값에 까샤사 1리터를 살 수도 있었다고 한다. 가격이 싸서 저렴한 이미지였으나 20여년 전부터 고급화 하여 요즘에는 한 병에 수십불, 수백불짜리도 있다. 워낙 싸다 보니 저소득층이 많이 소비한다. 지금도 퇴근 시간에 바에 들려 맥주 한 병에 까샤사 한 잔을 시켜서 먼저 까샤사를 한 모금 마시고 천천히 맥주를 마시기도 한다. 어찌 보면 한국의 폭탄주 문화와 비슷한데 그렇다고 일반적인게 아니라 대부분 고단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마신다.



자 그럼 브라질 술의 원료인 사탕수수에 대해서 알아 보자. 사탕수수는 동남 아시아가 원산지로 인도 항해를 처음 발견한 포르투갈인들이 접해서 맛을 보고 반했다. 한동안 브라질에서 브라질 나무(Pau Brasil)를 잘라 염료 장사로 돈을 벌더니 아라비아에서 커피 그리고 동남아에서는 사탕수수를 들여와 브라질에서 생산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사탕수수를 짠 물을 끓이면 당도만 남는 멜라쏘가 되는데 이를 정제하면 설탕이 된다. 지금도 세계최대 사탕수수 재배국 브라질은 설탕은 물론 알코올 즉 에탄올을 생산하여 국내 차량에 쓰기도 한다. 브라질이 세계최대 에탄올 생산국임은 지난번 알코올 차량에 대해서 설명해 보았다. 궁금한 사람은 아래 링크를 걸어두니 한 번 보기 바란다.


차.운전자 모두 한 잔? 알코올 차가 즐비한 곳 브라질 ---> http://blog.daum.net/joaobrazil/118


원래는 설탕 생산을 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가 지금은 알코올을 더 많이 생산하게 되는 사탕수수, 가끔 국제 설탕가격이 오르면 에탄올 보다는 설탕을 더 많이 생산하기에 시중에 에탄올이 모자라 가격이 올라 가기도 한다. 그래도 술 가격은 변동이 없다. 그럼 이번에는 어떻게 술을 만드는지 알아보자. 일단 사탕수수는 심어 놓고 1년이 지나면 바로 수확이 가능하다. 그리고 물이 많이 필요 없고 오히려 더운 지방에서 잘 자란다. 



다 자라난 사탕수수는 수확시기가 되면 예전에는 그 넒은 대지에 불을 질러 놓았는데 그 이유는 일단 잡초와 입사귀를 태워버리면 수확하기가 쉽고 고온이 되면 설탕 당도가 올라가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게 엄청난 공해를 유발시켜 이제는 법으로 금지되었다. 또한 이제는 사탕수수 입사귀를 버리면 자연비료가 되고 햇빛이나 바람으로부터 땅을 보호해주기에 더 이상 불을 놓지 않는다. 사탕수수는 특성상 물이 없는 곳에서 자라야 당도가 높아진다. 물가에서 재배되는 것은 물이 항상 충분해 뿌리에 물 즉 당분을 모으지 않고 언덕 위 또는 물가에서 떨어진 곳에서 재배되는 것은 죽기살기로 당분을 뿌리에 모으기에 맛이 좋다고 한다. 


수확시기도 건기인 겨울에 시작하여 봄이 오기 전에 끝난다. 참고로 우기에 수확되는 수수는 설탕량도 떨어지고 맛도 떨어진다. 참고로 수수 한 개당 1리터의 술을 만들 수 있다. 아래 사진 중 오른쪽에 인부가 손으로 수수를 자르고 있다. 옛날에야 다 저렇게 했는데 뱀에 물리기도 칼을 휘두르다 사고가 나기도 했지만 이제는 모두 대형 기계가 쓸어 담는다.


   


거두어 들인 사탕수수는 먼저 아래와 같이 갈아 버린다. 갈리고 남은 껍질은 다시 자연 비료로 일부사용되고 화력발전소 연료로 쓰인다. 일부 대형 농장에서는 이 발전소를 돌려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를 제조 공정에 쓰고 남는 것은 전력회사에게 팔기도 한다. 사탕수수는 시중에서 음료로 팔리기도 한다. 주문하면 기계에 넣어서 바로 갈아주어 얼음통을 투과시켜 시원하게 하고 여기에 레몬을 섞어서 마시면 청량하고 달달하다. 특히 술 마시고 난 다음에 마시면 좋은데 열랑이 많은게 흠이다.


사탕수수 액은 짜지면 바로 발효통으로 간다. 이곳에서 보통 하루 정도 발효 시키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룩과 물의 조절이다. 당연히 사탕수수로 만든 누룩을 써야 제 맛이 나고 물은 설탕이 알코올로 바뀔 때 온도 조절용으로 사용된다. 만약 물을 넣지 않고 닫아두면 자연발효되며 부풀어 올라 알코올이 안되고 모두 설탕이 된다. 여기서 기술은 깨끗한 물을 넣어주는 시간.양에 따라 고급술이 되는냐 저급술이 되느냐 갈리게 된다. 막무가내로 물을 부으면 발효가 안되기에 시간을 두고 조절해야 하는데 그 기술이 마이스터 급이여야 한다.


     


보통 하루에서 이틀 발효된 원액은 이제 증류통으로 간다. 증류통은 한국의 소주고리와 같이 생겼는데 옛날 방식으로 만드는 법은 통에 발효주를 넣고 땔감으로 온도를 조절하며 최고 94도에 맞춰 물과 알코올을 분해 한다. 너무 열이 높으면 물만 증류되어 나오기에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얼마나 오랫동안 온도를 맞추느냐에 따라서 고급 술이 나온다.


열이 올라가 증류가 시작되면 방울 방울 술이 나온다. 이 중 첫 1리터는 머릿술 즉 메탄 알코올이 나오는데 이 술은 알코올 도수가 60% 이상으로 먹으면 안되기에 버린다. 그 다음부터는 좋은 술이 나오는데 보통 한 통을 증류하면 6리터가 나온다. 6리터를 뽑고 나서 마지막 끝물에 가도 상업할 수 없는 알코올만 나오는데 이는 다시 발효통으로 보내져 발효를 돕는 누룩 역할을 한다. 


여기서 비밀 아닌 비밀. 시중에 판매되는 저가 술들은 처음 나오는 머릿술과 끝물을 섞어서 팔기에 가격이 저렴하다. 물론 이들을 마시면 머리가 아프고 가끔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기도 한다. 조심해야 한다.


  


증류된 술은 두가지 방법으로 보관되어 상품화 된다. 먼저 수입된 유럽산 오크통에 넣어 최소한 2년간 보관하며 오크통 색갈과 향을 느끼게 하는 방법이 있고 하나는 철제통에 넣어 보관하였다가 바로 상품화 되는 방법이 있다. 둘다 맛과 향이 다르는데 보통 오크통 술은 원액으로 마시고 무색 술은 칵테일로 만들어 마시게 된다. 까샤사는 국민주가 아니다 브라질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가장 많이 마셔대는 술은 단연 맥주이다. 맥주 가격이 싼 것도 있지만 까샤사는 술주정뱅이, 술꾼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기에 그렇다. 


옛날에는 제조방법이 구식이었기에 가끔 메탄 알코올이 섞여서 알코올 중독 그리고 증류통도 구리로 만들어 져서 금속중독으로 죽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더운 지방이라 그런지 전반적으로 약한 술을 선호하는 곳이라 까샤사를 많이 마시지는 않지만 쉽게 빨리 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쓰이기도 한다.  까샤사는 맛과 향이 독특한데 도수가 높아 소주를 마시던 한국 사람들 한테는 조금 거북하기도 하다.  


점차 고급화 되면서 가격도 비싸지게 되는데 요즘 고급 까샤사는 수백불짜리도 있는데 마셔보면 은은한 맛과 풍이 있다. 유명 식당에서도 점차적으로 까샤사를 구비하는 곳도 많아지고 까샤사리아(cachacaria)라는 종류의 바들은 이름데로 까샤사를 전문으로 하는데 얼마의 돈을 내면 코스로 여러 맛있는 까샤라를 시음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새롭게 시장이 개발되다보니 젤리형으로 만들어진 술도 있다. 설탕으로 발라져 있어서 사탕 갔기도 하지만 이걸 씹어 먹으면 술에 취한단다. 아직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지만 궁금하기는 하다..


  



까샤사는 여러 이름이 있다. 때로는 삥가(pinga)라고 하는데 Pingo는 한 방울이라는 뜻으로, 즉 방울 방울 증류되어 떨어진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그 외에 신들의 넥타를(néctar dos deuses), 목청을 태우다(queima goela), 병에 든 가솔린(gasolina de garrafa) 등  애칭이  2천 가지가 넘는다. 아래 오른쪽 사진은 현직 경찰 서장이였는데 이 술회사의 모델이 된 후 바로 경질 되었다. 

  


원래는 레몬 칵테일만 하던 것이 점차 변화하여 이제는 각종 과일로도 만들어 먹는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까이삐리랴는 보드카로 만들어 먹는데 이는 엄연히 까이삐리냐가 아니라 까이삐로스카(caipiroska)라고 부른다. 그래도 브라질에 오면 한 잔 마셔 보기를 적극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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