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국 찌개. 대한민국인이라면 이걸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자 그럼 이걸 외국인에게 설명하면 어떻게 하면 될까? 영어로 수프(Soup)로 번역되며 때로는 스튜(Stew)도 쓰인다. 그럼 전골은 어떤가? 핫폿(Hot Pot) 이라고 번역되는데 그럼 조림은? 국물 조금 있으니 수프일까 아니면 스튜일까? 복잡하다.
영어 번역이 있다고 끝이 아니다. 포르투갈어로 번역하려면 다시 실생활 문화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국물 요리가 대체로 없는 브라질 음식. 십 년 전부터 한식을 소개하며 고민하다 수프로 통일시켰다. 추가 설명으로 국물이 더 많고 적고 또는 바로 상위에서 조리하는 차이를 가르쳤다.
이제 포르투갈어 한식 요리책을 만들려고 보니 이걸 꼭 넘어야 할 산이 됐다. 당장 편집자가 "아니, 무슨 한식 요리는 이리 수프가 많아?" 이해 못 하겠다며 푸념한다. 또 한 예로 조림을 익힌 요리를 뜻하는 꼬시도스(Cozidos) 또는 볶음을 뜻하는 헤포가도스(Refogados) 로 설명했는데 이게 설렁탕은 국인데 해물탕은 전골로 분류되는 것과 같이 헷갈린다.
요리 잘하는 사람, 요리 선생 등 수많은 사람을 만나 논의하고 연구했다. 그러나 평소 관심 없던 분야여서 큰 도움 안 됐고 오히려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프랑스 요리를 배운 사람은 프랑스 요리를 중심으로 이탈리아식은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근데 한식은 그냥 대한민국인이 누구나 즐기는 한식이다. 다른 조리법과 비교하며 만들다 보니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과 같다. 우리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가깝게 번역하고 있다.
계속 밤마다 작업이다. 끝이 안 보인다. 이제 지쳐 간다. 밤샘 작업으로 영혼이 무너지고 있다. 이십 대 초반에 두 달간 밤을 새우며 작업하다 심각한 불안증세와 공황장애가 생겼었다. 어제 새벽 갑자기 그때가 생각나며 콩닥거리는 가슴 부여잡았다.
어쨌든 누가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 책임을 내가 지고 있다. 분명히 이 책을 내놓고 나면 말 많을 것이다. 틀렸다, 잘못됐다, 번역이 이게 뭐냐 등 비판 많이 받을 것이다. 그래서 망망대해를 처음 건너는 것은 어렵다. 누구든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것은 불안감과 고통이 따른다.
그래도 간다. 무엇인가 만들어 내는 창조 고통. 아무도 관심 없는 것. 나는 만들어 내겠다. 오늘도 철야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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