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경기 침체를 이겨낸 브라질이 드디어 회복 길을 제대로 걷고 있다. 브라질을 뒤흔들었던 대통령 탄핵과 어수선한 올림픽을 끝낸 지난 10월 2일 지방선거에서 가장 걸림돌이 될 전임 지우마 대통령 소속 노동당(PT)은 지난 2012년 선거와 비교 60.9%의 표를 잃으며 이번 선거에서 노리던 야당 대표 자리를 내주었다. 불법 탄핵을 문제 삼으며 표를 지지하던 노동당은 부정부패와 무능함에 등 돌린 국민의 심판을 받아 이제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로써 현 정부는 국민의 숙원 사업이었던 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지난 9월 집계된 물가상승률은 0.08%를 기록, 8월의 0.44%보다 다소 하락했으며 이는 지난 1998년 이후 최저로 곧 물가안정 시대가 온다는 신호로 풀이되고 있다. 참고로 올해 물가상승률은 7.36% 그리고 경제성장률은 -3.18%가 될 것이라고 중앙은행은 발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현재와 같은 회복 상황이 지속한다면 지난 2014년부터 세계 9위에 머무는 국가별 GDP 순위에서 내년에는 이탈리아를 제치고 다시 8위에 오를 수 있다고 발표하며 더욱 안정된 시장 평가를 받고 있다.
호에
내년 시장이 안정화 된다며 투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 경제는 얼어붙어 있다. 가장 민감한 소매 시장을 돌아보면 기존 상권은 장사가 안된다며 폐업하는 곳이 연일 속출하며 권리금이 떨이 지고 있고 반대로 직장을 잃은 사람은 새롭게 장사에 도전하며 기존 시장에 일대 변화가 오고 있다. 남미에서 가장 큰 자유 시장인 빈치씬꼬데마르쏘(25 de marco)를 돌아보면 업종을 바꾸던가 아니면 새로 문을 여는 시장이 눈에 띄게 보인다. 그렇다고 누구나 도전한다고 성공이 보장하기 어렵지만 이런 시장 변화는 기존 체제를 흔드는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
이중 가장 민감한 곳이 바로 한인촌으로 알려진 봉헤찌로(Bom Retiro) 지역 변화이다. 상파울루 시에서 최초로 이민자의 동네로 지정받은 봉헤찌로는 100여 년 전 이탈리아인이 처음 정착하였고 2차 대전 후에는 그리스인과 유대인이 정착하며 원단과 옷가게가 즐비하던 시장이었다. 뒤이어 도착한 우리 한인은 지난 80년대부터 옷 가게를 하나둘 인수하며 자리 잡아 한때 우리 한인 가게가 1,000여 개를 넘으며 원단, 의류, 봉제 업체가 몰려 있던 시장이다.
거의 90% 이상의 한인이 종사하던 의류업은 지난 1980년대 고인플레 시절 엄청난 매출과 성장을 기록하며 패션 중심지로 떠올랐다. 수익이 높아 대학을 나온 2세도 전공을 살리기보다 부모로부터 의류 가게를 물려받아 운영하면 더 큰 이익을 벌 수 있어 모두 옷 가게에 종사했다. 그러나 역시 시대는 변해 요즘 소비자는 옷보다 스마트폰을 첫 번째 소비상품으로 선호하고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으료 경쟁력을 잃어갔고 값싼 노동력을 가진 볼리비아인들이 예전 우리가 이룩한 절차를 그대로 밟으며 밀려나기 시작했다.
미국 엘에이나 한국과 비교하면 동네 시장만 한 크기의 한인촌이지만 유럽에서 열리는 패션쇼를 보고 온 한인들의 빠른 손놀림은 유행에 민감한 패션을 브라질에 맞게 재해석해서 만들어 내는 곳이었다. 브라질에서 가장 먼저 유행이 시작되고 제품을 유통하는 곳으로 알려지며 전국에서 소. 도매상이 밤새 버스를 타고 와 물건을 떼어가는 시장이었다. 한때 전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의류의 60%를 생산하던 시장이었고 한인은 몇 블록 안에 상권을 형성하며 60여 개의 식당, 20여 개의 교회와 병원을 운영했다.
이런 한인사회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매출 하락과 심해진 의류업계 경쟁을 벗어나 다른 업종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먼저 2세를 위주로 대학 전공을 살리며 경험을 쌓기 위한 직장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1.5세도 기존의 의류 가게를 닫고 새로운 시도로 서비스 업체를 열고 있다. 이는 브라질 사회 전체에서 보면 그리 큰 변화는 아닐 수 있으나 사회적으로 중산층이며 가장 공부를 많이 했고 유행에 민감한 이민사회의 변화는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시장 추세를 보여주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인이 시작한 문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바로 케이팝으로 알려진 두터운 팬들이 몰고 다니는 문화 콘텐츠 영향력을 이용하는 한인도 있다. 브라질이라는 시장에서 특색을 갖추기 위한 노력 중 우리 한류 문화가 가진 상품을 적절히 홍보하여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 가장 활발한 분야는 단연 먹거리 시장이다. 불고기와 김치를 곁들여 만든 햄버거를 파는 곳이나 불고기 꼬치를 푸드트럭으로 판매하는 곳 그리고 요즘 한인촌에 새롭게 문을 연 미국에서 온 비빔밥 전문점이 바로 그것이다.
흐름에 따라 요즘 한인촌에는 매일 새로운 먹거리 업체가 문을 열고 있다. 가장 활발한 한국식 카페는 현재 12개가 있고 치킨집은 6개가 있다. 얼마 전 한국 유명 빙수 업체도 하나 문을 열었고 베트남 음식 전문점은 두 개나 새로 열었다. 한국식 빵집도 기존 4개에서 이번에 새로 한 개가 또 열었다. 봉헤찌로 한인촌 한가운데 거리인 후아 쁘라찌 스 거리는 커피의 나라 브라질에서 특색있는 한국 카페 거리로 알려지며 방송국에서도 꼭 한 번 찾아봐야 할 상파울루 명소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추세에 맞게 요즘 한인촌으로 먹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드라마와 음악 비디오를 통해 본 음식 문화를 직접 찾아 먹기 위해 친구들과 일정 맞춰 맛집 탐방을 하는 것이다. 요즘 한인 식당을 둘러보면 젊은 브라질 친구들이 삼삼오오 몰려 맛있는 불고기와 냉면. 김치찌개를 시켜 나눠 먹으며 품평하고 실내 포장마차에서는 뜨거운 감자탕과 소주를 곁들이며 떠드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상파울루 시내에서 주말에 찾아오는 손님도 있지만, 더욱 높은 관심은 지방에서 특별 관광차 오는 손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하는 업체는 돈 들이지 않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보와 손님 끌어 모기에 성공하고 있다. 한 반찬 가게는 페이지 개설 후 새로운 반찬 사진을 올려놓으면 바로 주문을 받고 있다. 커피집은 기존의 커피 외에 빵과 케이크 사진을 올려놓아 손님들에게 신선한 홍보를 소소히 하고 있다. 대형 뷔페식당은 브라질 손님이 거의 없었는데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든 후 이제는 주말 단체 예약을 받을 정도의 홍보 효과를 보고 있다. 이 모두 기존에는 서버를 구축하고 도메인을 사야 하는 번거로움을 벗어난 무료 SNS을 활용한 것이다.
문제는 아직 한인촌 업체 대부분이 영세해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바빠서 신경 쓸 겨를이 없고 둘째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고 세 번째는 아직 실용적인 효과를 못 봐서 그렇다. 그러나 우리 한인촌이 지금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은 인터넷에 널린 한류 팬의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다. 연일 우리 한인도 잘 모르는 어느 가게 무엇이 맛있고 새로운 상품이 있다는 등 정보 교환을 보면 이런 추세는 쉽게 꺼질 것이 아니다.
좋은 평가를 받는 경제지표와 안전한 정치 상황을 보면 현 브라질은 격납고를 벗어나 막 활주로에 들어선 비행기와 같다. 힘차게 달려 하늘을 날면 되는데 잘 달릴지 아니면 다시 멈출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브라질 시장은 항상 이런 위기 속에 성장했고 특히 우리 같은 이민사회도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언제 뜰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달리다 보면 우리 한인 사회 위상도 달라질 것이다. 한인 사회를 통한 브라질 진출 진정 적극 활용하기를 권장한다.
'브라질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몸에서 받아 들이는 우유 - 유당불내증을 이겨내다 (0) | 2016.12.29 |
---|---|
브라질 방송에서 찜닭을 소개하다 (0) | 2016.11.16 |
상파울루 인근 맑은 물 휴양지 10 곳 (0) | 2016.10.25 |
상파울로 길거리 주차는 스마트폰으로 (0) | 2016.10.19 |
쌍둥이가 태어 났습니다! (0) | 2016.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