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이야기

상파울로에서 이사하기란?

착한브라질 2016. 9. 2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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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사했다. 아니 정말 하기 싫은 것을 눈물 머금고 했다. 브라질에 살면서 이사한 적은 어림잡아 수십 번, 특히 상파울로에서는 어렸을 적부터 온 도시에 이사 다녀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예전에 살던 낯익은 동네가 불쑥 나타나기도 한다. 총각 때는 하도 이사 다녀 한동안은 집 안에 짐을 안 꾸리고 산 적도 많았고 TV며 냉장고며 가구 등 온 집안 살림 다 샀다가 몇 달 만에 지방으로 이사하며 짐을 정리한 적도 많았다. 처음 신혼집을 꾸릴 때는 그냥 모든 가구를 새로 사 들어가서 큰 문제없었는데 계약이 끝나 이사할 때는 짐을 싸고 이사하고 푸는데 너무 스트레스받아 몇 달간 짐도 못 풀고 산 적 있었다. 몇 년 살며 정도 많이 든 아파트, 좁아도 우리 부부 둘만 살면 충분했는데 아내 뱃속에 쌍둥이가 들어서며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사하기 싫어 그냥 아파트에서 살려했는데 거실을 보니 아무래도 쌍둥이 보행기가 돌아다닐 수 없어 조금 넓은 아파트를 찾아 부랴부랴 만삭 아내를 데리고 집을 보러 다녀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하게 됐다.  


브라질은 대부분 아파트에 월세로 계약한다. 계약 조건은 먼저 보증인(Fiador)을 내세워야 하는데 나를 믿고 보증인이 되어줄 사람 찾는 것은 정말 힘들다. 보증인은 임차인이 월세를 내지 못하면 책임지고 밀린 월세를 내줘야 하는데 한 달에 1,000불 월세를 3개월 치만 밀려도 3,000불에 벌금에 수수료를 더하면 엄청나게 늘어난다. 지금은 계약 중간에 어느 순간이라도 보증인이 이름을 뺄 수 있는데 몇 년 전만 해도 한 번 보증인이 되면 최소 계약 30개월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멍에가 되어 양측 모두 부담이 되었다. 이민 초창기만 해도 보증인 구하기가 어려워 교회를 중심으로 한인끼리 서로 보증 서 주기도 했는데 여차여차 월세를 못 내는 사람 또는 일부러 돈을 안 내는 임차인이 나오며 보증인이 그 책임을 다 물어 주다 애써 모은 재산을 날린 사람도 흔하게 봤다. 하여간 보증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 만큼 어려운 요즘 대체로 월세 보험(Seguro aluguel)이 생겼는데 1년에 월세 한 달 치를 내야 해서 역시나 부담이 크다. 하여간 아파트 계약은 했다.


몇 달 고생해서 찾은 집, 이제 이사하기만 하면 된다. 먼저 양측 관리 사무소에 이삿날을 통보하여 이날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예약해야 한다. 그다음 단지마다 규정이 달라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짐을 날라도 되는지 확인한다. 평일 오후 5시 전에는 끝나지만, 토요일에는 오후 1시 일요일은 못하게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하여간 엘리베이터 예약이 가능하면 두 번째로 동선을 확인해야 한다. 엘리베이터 높이와 계단 그리고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는 곳을 확인해야 하는 게 자칫하면 소파나 장롱 등 부피가 큰 것은 계단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럴 경우 수고비로 따로 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나라는 큰데 왜 건물은 작게 만드는지 답답하기만 한데 한국같이 지게차가 와서 들어줬으면 하는데 여기서는 그런 것은 꿈도 못 꿔본다. 동선도 확인했다면 이제는 이삿짐센터를 알아봐야 한다. 한국과 같이 포장이사는 꿈도 못 꾸고 대체로 짐꾼 몇 명이 와서 짐만 옮겨 주는 저렴한 트럭이 있는가 하면 포장을 하루 전에 와서 해주는 곳도 있는데 역시나 비싸다.


포장 이사 견적을 뽑으려면 인터넷으로 각 사항을 입력해야 하는데 그릇이 몇 개인지 컵이 몇 개인지 세세히 적다 보면 헷갈리고 자칫 잘못 보내 주면 견적이 바뀔 수가 있다. 그래서 집에 와서 직접 보고 견적을 달라고 요청하는데 이름 있는 이삿짐센터는 일단 집에 한 번 와서 보기 전에도 대뜸 견적이 3,500 헤알(1,100불)부터 시작한다고 겁을 준다. 젠장, 이사하는데 1,000불이 훌쩍 넘는데 이건 시작에 불구하고 다른 몇 곳을 찾아봤는데 한 곳은 5,000 헤알 최대로 비싼 곳은 6,000 헤알이 넘는다. 여기에 포장지, 상자, 테이프는 쓰는 만큼 추가로 계산하기에 훌쩍 넘길 것을 생각하니 쉽게 결정하지 못하겠다. 다행히 얼마 전 이사한 부모님이 이용한 이삿짐센터를 소개받아 견적을 받았는데 믿기 힘든 가격인 750 헤알(200불) 정도 된다 해서 당장 불렀다. 집에 와서 확인 후 살림이 많다고 1,100헤알(350불) 정도 된다고 해서 안심하고 불렀다. 보험도 있고 안전하게 모시고 어쩌고 설명하는데 일단 짐만 잘 도착하기를 기대해 본다.


예전에 이사해본 경험상 상자와 뽁뽁이가 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 사러 나섰다. 시내 곳곳에 재활용 상자를 파는 곳이 있는데 한 개에 3헤알 부터 10헤알까지 다양하게 있다. 이것들은 공장에서 나오는 것을 모아 따로 파는 것인데 상태가 좋은 것을 잘 골라 사용하면 한 번 쓰는 데 문제가 없다. 새것을 원한다면 포장지 가게에 가서 사면 되는데 가격은 배로 올라간다. 이사 하루 전 이삿짐 직원들이 와서 짐을 싸는데 상자를 수십 개 가져온다. 나중에 모두 계산해야 하기에 일단 눈으로 몇 개인지 확인한다. 내가 사놓은 상자와 테이프 그리고 뽁뽁이를 주며 쓰라고 하는데 별 반응이 없다 그 이유는 나중에 자기들 용돈이 되는 상자 비를 많이 받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것 같다. 하여간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뽁뽁이로 싸서 넣는다. 주방이건 방이건 모두 싸서 상자에 차곡차곡 쌓아두는데 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당일 오전에 일찍 와서 짐을 뺀다고 하며 가는데 아파트 앞에 트럭이 설 공간 확보가 또 골치 아파진다. 몇 달 전 미친 자전거 전용 도로가 생겨 차 대기가 쉽지 않다.


밤새 내 차를 길에 세워 한쪽에 자리를 마련하고 트럭이 왔을 때 내 차를 빼주고 시작한다. 상자여서 그런지 짐을 내리는데 2시간 반 만에 훌쩍 끝낸다. 짐을 내릴 때는 한 명이 트럭에서 같이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런 일은 자주 없지만, 간혹 짐이 없어지고 때로 깨질 때도 있는데 이를 확인차 같이 있어야 한다. 1시간 달려 새 아파트에 도착해서 이제는 올리는데 다행히 엘리베이터는 커서 짐 부피는 문제없는데 역시나 올리는 것은 4시간 정도 걸렸다. 마지막 계산하는데 계약했던 금액 1,100헤알에 추가로 상자비, 테이프, 뽁뽁이값으로 700헤알을 더 달라고 한다. 일일이 상자 개수를 세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다른 곳과 비교해서 일은 잘했고 깔끔해서 그냥 커피값 얹어서 줬다. 자 이제 짐은 온 집안에 널브러져 있다. 포장이사라 해도 짐을 풀어 주지는 않는다. 이제 만삭의 아내와 나 그리고 부모님과 같이 짐을 정리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제자리 찾으려면 몇 달 걸릴 것 같다. 그래도 이제 태어날 쌍둥이를 위해 방 하나 더 마련한 새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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